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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출신 최초 J리그 주장 량용기

“일본도 한국도 내겐 그냥 외국입니다”

  • 유재순 재일(在日) 르포라이터 yjaesoon@hanmail.net

재일교포 출신 최초 J리그 주장 량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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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의 철인

비록 팀은 성적부진으로 연거푸 J2리그에 머물렀지만, 량 선수 자신은 조금씩 착실하게 성장을 거듭했다. 2007년에는 총 48게임 풀타임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에 일본 언론과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철인.’ 초인적인 힘이 아니고서야 해낼 수 없는 기록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엔 일본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듯이 재일교포 최초로 주장이 됐다. 주장은 팀의 모범이 돼야 하고, 선수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 또한 구단과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도 필요하다. 일본인 선수도 인정받기 어려운 조건이다. 재미있는 건 그의 주장 발탁을 일본 팬들이 더 반겼다는 것.

“량 선수는 팀에 막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존재다. 정확한 패스로 경기의 흐름을 이어준다. 헌신적으로 움직이면서 슈팅을 날린다. 금년에도 베가르타를 즐겁게, 생생하게 해주고 있다. 간바레(힘내라) 량용기!”

“Mr. 베가르타는 당신이다. 센다이에 량이 없으면 대지주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센다이 홈페이지에는 그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올해 초, 다시 한번 그를 부각시킨 일이 있었다. 2005년에 이어 또다시 북한대표 선수로 발탁된 것이다. 안영학, 정대세, 량용기 선수가 함께 북한대표가 됐는데, 재일동포 출신 3명이 북한대표로 뽑힌 것은 조총련 축구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본 축구선수들의 처지는 묘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동료이던 선수가 오늘은 적이 되어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자 북한대표가 된 세 선수에게 마냥 축하한다고 인사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됐다. 하지만 일본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스포츠에선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 어느 나라 대표로 뛰든 최선을 다해 플레이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북한대표로 출전하는 량 선수에게 팬들은 열심히 뛰고 돌아오라는 응원을 보냈다.

“센다이에서 량 선수의 인기는 대단하다. 센다이 사람들은 그를 철인이라 부른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주장이 되어 팬들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그의 인기를 확인하려면 직접 센다이에 와봐야 한다.”

‘스포츠닛폰’ 센다이 지국장 도카시 기자의 말이다. 그래서 인터뷰 신청서를 작성해 베가르타 센다이 홍보실로 보냈지만 시즌 중이어서 인터뷰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던 중 시합이 없는 날을 이용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장소는 센다이 전용연습구장. 선수들은 전국을 돌며 경기를 하는데, 시합이 없는 날엔 홈 전용구장에서 훈련한다.

도쿄 우에노역에서 두 시간 동안 신칸센을 타고 센다이 연습구장으로 찾아가니 량 선수는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훈련을 하고 있었다. 운동장 주변에선 센다이 팬 300여 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고, 스포츠신문 기자들과 방송사 기자들은 프레스 지정 위치에서 취재하고 있었다. 2부리그 팀 훈련치고는 꽤 많은 기자가 모였다 싶어 이유를 물으니 센다이가 내년에 1부 리그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다. 현재 팀 성적이 상승무드를 타고 있고, 선수들의 기량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어 1부 리그 진출이 어렵지 않다는 게 기자들의 총평.

굴곡 심한 북한 축구

훈련이 끝나고 구단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량용기 선수는 얼음이 가득한 물에 발부터 담갔다. 발목이 시큰거려 훈련이 끝나면 늘 얼음물에 10분씩 담근단다. 인터뷰는 ‘철인’ 소리를 듣는 체력관리 얘기부터 시작됐다.

“부모님이 1년에 한 번씩 이곳에 오시기 때문에 가족들이 특별히 건강을 챙겨 주지는 못해요. 대신 주변 분들이 어떤 음식이 좋다고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만들어 먹거나 사 먹어요. 시합 전에는 주로 스파게티 등 국수 종류를 먹고, 시합이 끝나면 고기를 먹어요. 가끔은 제가 좋아하는 삼계탕도 먹고요. 평소 연습을 많이 합니다. 여기 2층 트레이너센터에서 바벨 등을 이용해 몸을 만들고, 운동장에서 2시간 정도 강도 높은 훈련을 합니다. 연습을 좀 더 해야겠다고 생각되면 하루에 두 번 할 때도 있고요.”

얼마 전 량 선수 부모가 센다이를 다녀갔다. 부모 모두 오사카에 있는 일본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자주 오가지는 못한다고 했다.

두 번째로 북한대표로 발탁돼 출전한 감상을 들어보았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일본 대표들과 싸우면서 기술, 기량 등 수준차를 절실하게 느꼈어요. 많은 자극이 됐습니다. 또 일본 팬들이 잘 다녀오라고 적극적으로 응원해줘 맘 편히 다녀왔고요.”

프로선수로서 자신의 실력에 대해 몇 점을 주겠느냐고 물었더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50점”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현재 센다이 팀이 2부 리그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것. 1부 리그로 올라가면 더 후한 점수를 주겠다고 했다.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는 패스를 잘한다고 했다. 비교적 정확한 패스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으로부터 받는 공을 좋아한다는 것. 그가 학창시절부터 일본 언론으로부터 자주 듣던 찬사다. 그렇지만 자신의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팀이 계속 2부 리그에 머물자 자괴감이 무척 큰 것 같았다.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가혹하다 싶을 만큼 자신과 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일본 프로축구는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일본 대표팀과는 다르죠. 워낙 기량이 좋은 외국선수들이 몰려들다 보니 기술이나 체력에서 우리와 큰 차이가 납니다. 배울 것이 많습니다. 물론 체력 면에서는 일본 선수들보다 한국 선수들이 더 좋죠. 가끔 인터넷에 들어가서 한국 축구를 살펴봅니다. 박주영 선수나 김남일 선수는 워낙 잘하잖아요. 몸도 크고 발도 빠르고요. 반면 북조선 선수들은 몸집은 작지만 많이 뛰고 기술향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이 꽤 있습니다. 다만 북쪽 선수들은 굴곡이 심해 경기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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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 재일(在日) 르포라이터 yjaes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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