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호

국내 최초 직판 펀드 내놓은 증권가 ‘미다스의 손’ 강방천의 투자 성공학

“폭락 때 1등 기업 주식 사서 끈기 있게 보유하라”

  • 윤영호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입력2008-08-01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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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등 기업은 불황 때 최후까지 살아남는다
    • 외환위기 후 폭락장에서 1억원을 156억원으로 불린 비결
    • 전세계 30억명 신흥 부자의 소비를 주목하라
    • 중국 주식시장은 급등락 거듭할 것
    국내 최초 직판 펀드 내놓은 증권가 ‘미다스의 손’  강방천의 투자 성공학
    끝을 모르는 욕망과 극심한 공포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주식시장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코스피 지수가 전날 대비 46.25포인트(2.93%) 내린 7월8일 주식시장을 지배한 것은 공포였다. 다음날 경제신문 1면 톱 제목은 ‘묻지마 투매, 겁먹은 증시’였다. 당분간은 증시가 끝 모를 추락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여졌다.

    반대로 시장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면 욕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사람들은 무리수를 두게 된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 1300포인트에서 10월 말 2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지난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엔 온갖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고, 사람들은 뒤늦게 이 ‘대박’ 열풍에 뛰어들기 위해 빚이라도 얻어 증권사 객장을 찾았다.

    그래서 고수들은 주식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인간 본성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는지도 모른다. 주식 투자만으로 억만장자가 된 ‘투자의 현인’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신문에서 ‘주가 폭락, 투자자들 손실’이라는 헤드라인을 보면 미소를 지으세요. 그리고 ‘시장 하락, 매도자 손실, 매수자 이득’으로 고쳐 생각하십시오. 기자들은 종종 이러한 자명한 이치를 잊곤 하지만 매도자가 있으면 매수자가 있고, 한쪽이 손해를 보면 반드시 이익을 얻는 쪽이 있게 마련입니다.”(1997년 버크셔 헤서웨이 연례보고서에서, ‘워런 버핏 평전2’에서 재인용)

    버핏의 조언대로라면 지금과 같은 폭락장이 오히려 증시에 뛰어들 때인지도 모른다. 6월 자산운용사 설립 인가를 받고 7월7일 업계 최초로 ‘직판’ 펀드를 내놓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주) 강방천 회장은 좀 더 강한 어조로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날 기자들을 상대로, 미리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지도 않고 자신의 투자 철학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다음날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사무실로 찾아간 기자를 앉혀놓고도 한 시간 동안 “이제는 우리의 투자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폭락 시기에 1등 기업의 주주 대열에 뛰어들면 공포심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1등 기업이란 불황 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기업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불황 때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지요. 당연히 1등 기업의 주주라면 해당 업종의 다른 기업 부도가 늘어난다고 해도 전혀 동요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의 이런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자신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폭락장 속에서 1년10개월 만에 1억원을 156억원으로 불린 ‘펀드 업계의 전설’이다. 당시 다른 사람들은 ‘이제 증권은 끝났다’며 손해를 무릅쓰고 증권시장을 빠져나가면서 ‘다시는 증시를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때 내재가치가 높지만 값이 싼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엄청난 ‘대박’을 터뜨렸다.

    인내심과 담력이 필요한 이유

    “역사적으로 보면 폭락의 시기는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직후 증시가 날개 없는 추락을 했지만 1년2개월 만에 전 저점을 회복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1987년 블랙먼데이(1987년 10월19일 월요일의 뉴욕 증시 대폭락. 이날 하루 동안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508포인트, 22.6%나 빠졌다) 때 9개월 만에 전 저점을 회복하면서 폭락 기조를 벗어났습니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경제 개혁을 통해 오히려 주주보호 시스템이 확립되는 등 투자 여건이 개선되고 있었는데, 그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지요.”

    워런 버핏 같은 전설적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담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 대폭락 기간엔 복잡한 투자이론이나 첨단 기업분석 기법보다는 언젠가는 상승기로 돌아선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끈기 있게 기다리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강 회장이 투자금액은 적더라도 인내심 있는 고객을 타깃층으로 잡은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을 터.

    그가 이번에 내놓은 펀드는 ‘리치투게더 펀드’ 3종. 투자 지역에 따라 코리아, 차이나, 글로벌 3개로 나뉘며 총 수수료는 각각 연 1.8%, 2.19%, 2.30%다.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에 판매를 위탁하지 않고 에셋플러스가 직접 고객에게 파는 직판 펀드이기 때문에 판매보수나 판매 수수료는 없다.

    ‘글로벌 리치투게더 펀드’는 동아시아 등 전세계 신흥 부자들의 과시형 소비가 집중되는 글로벌 1등 기업에 장기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브랜드 경쟁력과 네트워크를 확보한 기업 ▲수요가 급증하고 기존 고객층 위에 신규 고객층이 누적적으로 쌓이는 기업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는 경기 비탄력적 기업 등 23개 업종의 170곳이 투자 대상이다.

    “과거 서구에서는 150여 년에 걸쳐 7억 명의 부자가 탄생했는데, 21세기 들어서는 지난 30년간의 경제성장과 자국 통화가치 상승,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30억명의 신흥 부자가 태어났습니다. 이들이 지갑을 열 때 매출이 늘어나고 이익이 증가해 가치가 올라갈 하이엔드 산업(high-end industry) 내 1등 기업이 바로 ‘글로벌 리치투게더’가 주목하는 투자 대상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기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습니다.”

    강 회장은 실제로 이들 기업의 성장률이 높아 이 펀드의 성공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1%인 데 반해 하이엔드 산업의 성장률은 110%를 기록했다는 것. 요트 계류장이나 명품 매장 등 신흥 부자들의 과시적인 소비를 뒷받침해줄 유무형의 인프라가 속속 구축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주식은 ‘buy & sell’ 전략

    그뿐만 아니라 하이엔드 시장은 경쟁이 매우 제한적인 독과점 시장이라는 점도 강 회장이 이들 기업을 주목하는 이유다. 실제 하이엔드 산업의 업종별 1등 기업은 최근 끊임없는 인수 합병을 통해 경쟁 기업을 흡수하고 엄청난 규모로 몸집을 키워왔다. 항공기 제조업체만 해도 불과 20년 만에 보잉과 EADS 두 회사가 과점하는 형태로 재편됐다. 결국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된다는 것.

    강 회장은 이들 기업에 장기 분산투자하는 게 ‘글로벌 리치투게더’의 목표이기 때문에 펀드 편입 종목의 회전율은 거의 제로(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 마디로 이런 요건에 맞는 기업의 주식을 발굴해 장기간 보유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1등 기업의 증가하는 미래 가치에 장기투자하는 ‘가치투자’ 전략인 셈이다.

    그렇다면 전세계 럭셔리 브랜드에 투자하는 기존의 ‘럭셔리 펀드’와는 어떻게 다를까.

    “일부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럭셔리 펀드’는 전세계 럭셔리 브랜드에 집중투자하는 펀드로, ‘글로벌 리치투게더’의 부분집합 펀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로벌 리치투게더’는 하이엔드 산업의 핵심 기업군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 기업을 뒷받침하는 관련 산업에까지 투자 폭을 넓혀나간다는 점에서 ‘럭셔리 펀드’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요트 소비가 증가하면 요트 엔진을 만드는 회사를 주목할 수 있으며, 와인이 대중화하면 와인 요크통을 만드는 회사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시킬 생각입니다.”

    ‘코리아 리치투게더’나 ‘차이나 리치투게더’ 역시 앞의 ‘글로벌 리치투게더’와 운용 철학이나 종목 선정 기준이 비슷하다. 두 펀드는 각각 한국과 중국의 1등 기업에 장기 투자한다. 물론 한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다른 만큼 운용 전략은 약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최초 직판 펀드 내놓은 증권가 ‘미다스의 손’  강방천의 투자 성공학

    강방천 회장(왼쪽)은 2000년 3월8일 모교인 한국외국어대에 1억원을 기탁했다.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청년기 국가입니다. 중국 경제가 놀랍게 성장한다고 해서 중국 기업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근 폭락을 거듭하는 중국의 주식시장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중국의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차이나 리치투게더’는 실질소득 증가로 혜택을 받는 내수 중심의 1등 기업을 사서 과열 기미가 보일 때는 팔고 과매도될 때 다시 살 계획입니다. 한마디로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바이 앤 홀드(buy & hold)’ 전략보다는 ‘바이 앤 셀(buy & sell)’ 전략으로 운용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1999년 2월 투자자문사인 에셋플러스투자자문(주)을 설립할 때부터 ‘한국의 월가’인 서울 여의도를 벗어나 서울 강남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굳이 여의도에 있어야 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의 말에서 여의도 일각의 이상한 논리와 분위기에 휩쓸리기 싫었기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여의도식 투자문화 거부

    “지금까지 10년 동안 투자자문업을 하면서 2, 3년 정도는 지수 상승률보다 못한 수익률을 올렸지만 이 기간 전체로 보면 이를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그 2, 3년의 기간도 시장의 유행을 따라갔으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한때의 유행보다는 가치투자 원칙을 충실히 지켰기에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이번에 직판 펀드를 내놓은 데는 여의도식 투자문화에 대한 부정의 뜻도 포함돼 있다. 펀드평가 회사 한국펀드평가(주) 신중철 대표는 “제도적으로는 직판 펀드가 오래전에 허용됐으나 실제 시장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투자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펀드 판매 방식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가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구조다. 이들이 전국적인 지점망을 통해 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 직원이 투자자들에게 어떤 펀드를 집중 권유한다면 해당 펀드 판매의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다.

    문제는 창구 직원들이 그 펀드의 운용 철학이나 종목 선정 기준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느냐다. 50개가 넘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수천개의 펀드를 양산하고 있는 상황에선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창구 직원이 펀드 가격(보수) 및 수익률 등과 무관하게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만을 추천한다면 투자자의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투자자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기 수익률에만 집착해 최근 6개월이나 최근 1년의 수익률이 좋은 펀드만을 찾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의 경우 과거 실적이 미래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펀드 투자의 상식에 속한다.

    좋은 펀드를 선택하려면

    미국의 경제 칼럼니스트 겸 작가인 제이슨 츠바이크는 실적을 좇아다니는 행동을 단 한마디로 이렇게 비판한다.

    “과거 실적만 보고 펀드를 고르는 것은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다.”

    츠바이크의 역할이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지만 강 회장으로선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잘못된 투자 행태가 안쓰러울 수밖에 없다. 주식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지 못했던 것은 한마디로 잘못된 투자문화 때문입니다. 별로 좋지 않은 주식을 시류에 영합해 사고팔고 하다보니 거의 100% 손실만 봤습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런 단기 매매를 조장해 자기 배만 채우기도 했지요. 문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간접(펀드) 투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선취(先取) 수수료 펀드도 판매사가 수수료를 많이 챙기기 위해 ‘펀드 갈아타기’를 권한다는 얘기까지 있습니다. 투자자들도 좋은 펀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습니다. 투자자가 이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려면 직접 판매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강 회장은 자신의 운용 철학이나 논리에 동의한 투자자들과 끊임없이 투자의 지혜를 공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전국 어디서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가 투자 설명회를 열어 투자자의 투자 안목을 높이는 데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도 밝혔다.

    “좋은 펀드를 고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일반 제품이야 형태가 있으니까 눈으로 보면서 구별할 수 있지만 펀드는 무형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실적은 말할 것도 없고, 투자 철학이나 운용 전략, 운용 인력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장기 성과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펀드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있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펀드에 투자하든 여윳돈으로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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