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최고의 유망 투자처로 손꼽히던 베트남이 불과 1년 만에 과도한 무역적자,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위기에 처해 있다.
- 베트남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발을 빼야 할까, 아니면 지금을 바닥으로 보고 투자 기회로 여겨야 할까.
- 베트남 경제를 속속들이 들여다보았다.
베트남이 주목받은 것은 2005년 골드만삭스가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다음의 유망 투자처로 베트남을 꼽으면서였다. 2005년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베트남 증시 지수 ‘VN-index’는 2008년 6월 말 현재 409.61로 전년 최고점인 1158.27(2007년 3월13일) 대비 57%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한국 자산운용사들이 설정한 베트남펀드는 대부분 마이너스 30~50%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한국의 많은 건설사와 시행사들이 베트남 부동산시장에 진출해 현재 40~50개의 부동산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역시 2008년 초반에 비해 매매가 기준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 글에선 베트남 경제 위기는 어떻게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투자자들이 어떤 전략으로 베트남에 접근해야 할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베트남은 인구 8400만, 국토면적 33만㎢로 한반도 전체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국토를 가지고 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720달러로 우리의 1970년대 수준. 하지만 추정 매장량 33억배럴의 원유(세계 석유소비량은 연간 8.2억배럴)와 추정 매장량 5조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가지고 있는 등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또한 연간 300만t 이상의 쌀을 수출하는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이기도 하다.
늘어나는 무역적자, 치솟는 인플레이션
베트남 경제 위기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5월13일 일본 다이와증권 계열의 다이와종합연구소가 내놓은 ‘헬로우 IMF’라는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무역적자의 급증과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베트남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무역적자는 2005년 46.4억달러, 2006년 48.1억달러, 2007년 124.4억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1~4월까지 무역적자가 111억달러에 달했다. 주요 수입품은 산업기계류, 철강제품류, 석유화학제품류(정유 포함) 등 베트남이 산업화를 추진해가는 데 필요한 품목들이다.
무역적자의 급격한 확대로 인해 베트남의 대외채무 지급능력인 외환보유고에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중반부터 외환보유액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다이와 같은 금융기관들이 베트남 경제를 불신하게 된 한 원인이다.
물가상승률은 2001년 0.8% 수준이던 것이 2004년 9.5%, 2005년 8.4%. 2006년 6.6%, 2007년 12.6%로 치솟았다. 올해 4월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1.4% 상승했다. 이처럼 물가가 치솟은 것은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상승에다 부동산가격이 폭등하고, 일부 사치품(자동차 수입이 전년 대비 333% 증가)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은 향후 임금인상과 자산가격 상승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특히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동(Dong)화를 평가절하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수입물가 상승의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베트남정부는 정책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베트남이 처한 어려움은 1986년 도이모이 정책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했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구조변화를 추진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음을 알려준다. 1990년대 베트남은 도이모이 정책을 통한 지속적인 개방과 산업화 정책으로 평균 7.6%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는 1997년 동아시아 경제를 위축시킨 IMF위기 속에서 이룩한 것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베트남이 본격적인 산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SOC와 산업의 근간이 되는 일관 제철소, 정유공장, NCC (Naphtha Cracking Center) 공장 등이 아직 건설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맞딱뜨린 세계적인 원자재가격 상승은 베트남 경제에 큰 위기가 될 것이다.
포스코는 베트남 호치민 시 인근 동나이성 연짝5공단에 고급 철강재 가공센터를 준공했다.
1970년 4월에 착공해 1973년 6월 생산을 시작한 포항제철 1번고로 공사비는 1215억원이었다. 이 공사비에는 다른 생산설비 등의 비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현재 포스코가 베트남 반풍 지역에 투자하려는 일관제철소의 사업비는 7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 새로운 공법을 적용하고, 최초 생산량도 400만t 규모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베트남이 산업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초기투자 비용은 한국이 투자하던 1960~70년대보다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베트남에 투자되는 외국자본과 비엣큐(Viet Kieu)라 불리는 해외거주 베트남 교포들의 송금 액이 증가, 자산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있다. 자산가격 상승은 향후 인프라구축 비용을 늘어나게 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비엣큐들의 송금액은 2004년 26억달러, 2005년 31억달러, 2006년 38억달러에 달했다. 매년 40만명의 비엣큐가 방문하면서 비공식적으로 직접 들여오는 외화까지 합하면 매년 50억달러 이상의 외화가 베트남에 공급되고 있다.
이러한 외화자금이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국가산업시설 건설 등에 투자되는 게 아니라 부동산(주택, 토지 등)에 투자돼 최근 2~3년간 폭발적인 부동산가격 상승을 가져왔다. 베트남인들은 잦은 전쟁으로 인해 은행예금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있어 국민의 은행 이용률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 여유자금이 생산에 투자되지 못하고, 부동산 등에 투자되는 악순환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베트남정부의 정책과 법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베트남 정부가 일관된 환율정책, 물가억제정책, 금리정책을 펴지 못한다는 것은 여러 정책에서 나타난다. 특히 다이와 보고서에도 언급되었듯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인상책을 펴야 하는 데도 베트남국영은행(SBV)은 지난 4월 말까지 예금금리에 대해 12% 금리상한제를 실시했다. 이는 실질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상태로 유지한 것으로 자산버블을 키우는 데 영향을 끼쳤다.
또한 베트남은 2006년 7월 1일부로 베트남투자법을 시행, 외국인에 대해 내국인과의 차별을 없애는 등 외국인의 본격적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법조문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관련 법률과 세부시행령, 시행규칙 등이 만들어지고, 그 법률에 따라 실제 행정이 이뤄진다는 게 확인될 때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win-win 관계
이 점에서 베트남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법률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직 법제도적 안정성이 완비됐다고 볼 수 없다. 물론 2006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글로벌 경제체계 속으로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법제도 정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992년 12월 수교 이래 한국은 베트남에 대한 외국투자국 중에서 늘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5월22일까지 한국의 베트남 누적투자액은 148억5400만달러로 베트남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FDI) 1위국이다. 2007년 직접투자금액도 44억6300만달러로 버진아일랜드(42억6770만달러)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의 주요 투자 프로젝트를 보면 경남기업 등이 5억달러를 투자해 하노이에 5성급 호텔과 복합건물을 짓는 것을 비롯하여, GS건설의 호치민 시 부동산개발투자(3억4000만달러), 태광Vina의 Long Tan-Phu Ho 신도시개발(2억9000만달러) 등 주로 부동산개발 프로젝트에 편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베트남 최대의 투자국으로 베트남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고, 베트남 정부도 한국을 좋은 투자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이 2006년 WTO에 가입하고, 향후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기지라는 매력이 알려지면서 여러 나라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은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이용해 베트남의 주요 인프라사업과 광산개발 등을 주도하고 있다. 전자제품과 일반기계 제품 제조 등 제조업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 대규모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리조트개발, 항만개발사업 등을 중심으로 투자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이 축적된 자본과 경제발전을 이룩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개도국과 윈윈(win-win)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Made in Korea’의 시대에서 ‘Funded by Korea’ 시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Funded by Korea’ 시대에 해외투자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전문인력, 양국 간의 관계, 그 나라의 향후 발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베트남은 1990년대 이후 강력한 개혁·개방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지금 과도기에 서 있다.
중국은 2001년 11월 WTO에 가입하면서 미국에 농산품시장 개방, 5년 내에 자동차 등 주요공산품 관세의 대폭적인 인하, 외자기업의 통신시장에 대한 투자자유화, 금융부문의 중국 내 업무영역 확대, 유통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섬유수출 쿼터제 제약을 철폐하고 최혜국 대우를 무기한 연장한다는 약속을 받았을 뿐이다. 이에 대해 중국 내에서도 단기적으로 외국자본의 통신·유통시장 점유율 증가, 농업활동인구의 실업 같은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개방경제로의 전환이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00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대(對)중국 FDI는 3억700만달러로 전체 FDI총액(711.3억달러)의 3.7%를 차지했다. 홍콩,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6번째였다. 중국에 대한 FDI는 이후 2002년 847.5억달러, 2003년 1169억달러, 2004년 1534.8억달러, 2005년 1890.7억달러로 증가했다. 불과 5년 만에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2.5배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베트남에도 마찬가지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대신할 세계 공장
돌이켜 보면, 1955년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65달러였으니 2007년의 2만달러와 비교하면 3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물론 경제성장 과정에서 분배나 계층갈등, 부의 집중현상, 근로환경 등의 문제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이 지난 40년간 이룩한 성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경이적인 것이었다. 베트남도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국이 걸어왔고 중국이 걸어가고 있는 고속 경제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우선 베트남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외환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물론 베트남 동화의 평가절하는 일어날 것이다. 6월23일 현재 공식환율인 1달러당 1만6616동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1만7000~1만8500동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초순에 1년물 역외선물환(NDF)이 1달러당 2만동을 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베트남 동화는 2008년 말 기준으로 1만8000동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트남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2006년 말 136억달러에서 2008년 5월 말 기준 207억달러라고 윙방야우(Nguyen Van Giau) 베트남 중앙은행장이 발표했다. 이는 이미 언급한 비엣큐들을 비롯한 베트남 해외근로자들의 송금(50억달러 내외), FDI증가(45억달러 내외),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유입(45억달러 내외)에 근거한다.
1997년 동아시아 지역이 외환위기로 IMF구제금융을 연쇄적으로 신청하는 시기에도 중국은 비교적 무난하게 넘어갔다. 이것은 당시 중국 정부가 외환을 철저하게 관리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도 외환에 관한 한 정부가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정부의 인허가를 받지 않고는 외환을 움직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외환관리의 폐쇄성 역시 베트남 외환위기 가능성을 낮추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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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베트남 정부는 정책의 최우선과제를 무역적자 해소보다는 물가억제로 선정하여 긴축정책을 집행 중이다. 필자는 이 정책이 효과적으로 집행된다면 베트남의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7년 말 베트남의 총외채 216억달러 중에서 단기외채의 비율이 10%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를 확신케 한다.
그동안 개방경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와 비엣큐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규제 제도를 대폭 완화하면서 베트남 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올라버린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호치민 시내 중심지에는 2만~3만달러/㎡ 이상을 부르는 토지가 많다. 평당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1억원 정도다. 베트남의 경제상황을 비교해보면 설명이 불가능한 토지가격이다.
이러한 토지와 주택가격을 규제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부동산 담보대출의 비율 규제와 역내 은행의 외화 대출을 규제하고 있다. 즉, 한국의 건설사들이 진행할 사업을 위한 베트남 내의 은행을 통해 대출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사업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사업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베트남의 부동산개발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베트남의 근로생산성은 향후에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운동이나 인권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고 있어 노사갈등을 겪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베트남 인구 중 30대 미만이 차지하는 비율이 65%를 넘는다. 근면하고 교육열이 높으며(문맹률 5% 미만) 손재주가 좋은 베트남 노동력은 향후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이 베이징올림픽 이후 노사갈등이나 국수주의 성향을 보인다면 생산공장의 베트남 이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내년 1/4분기가 투자 적기
이상의 논거에 따라 베트남의 미래를 추정해본다면, 당분간 조정국면을 거치겠지만 2~3년 후에는 다시 견고한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베트남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라면 올 4/4분기에서 내년 1/4분기 사이가 베트남 증시의 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VN-index 기준으로 본다면 400~450 사이의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증시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유의해 볼 일은 베트남에 대한 FDI의 금액과 내용이다. 이 기간 중 최소한 한 번 이상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만약 투자를 새로 시작한다면 금리인상의 폭과 시기를 고려해야 할 듯하다.
베트남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택이나 아파트 등 소액 투자자라면 증시처럼 내년 1/4분기가 바닥이고, 내년 1월1일자로 일부 외국인에 한해 주택 소유가 허용되므로, 이를 고려해 움직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비록 외국인의 주택 소유는 허가기준이 엄격하지만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