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데 에스따모스(여기가 어디죠)?” “꼬모 푸에도 볼베르 아 센뜨로 아바나?(센뜨로 아바나에 어떻게 돌아가죠)?”
머릿속으로 스페인어 작문을 하며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헉, 한국인 버스기사. 여긴 서울 모래내 버스종점, 꾸바가 아니었다. 몸은 이미 한국에 돌아온 지 오래이나, 마음은 아직 꾸바의 거리를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4월, 한 달 일정으로 꾸바를 여행했다. 경유지(캐나다 토론토·밴쿠버)에서 보낸 이틀을 빼면 꼭 4주일.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꾸바 아바나행 에어캐나다 ‘얼리버드 항공권’을 샀다. 빼도 박도 못하게 저질렀다. 6개월간 ‘서바이벌’ 스페인어도 익힌 터였다. 15년 근속휴가 3주에 정기휴가 열흘을 붙여 대장정에 나서기로 했지만 걱정부터 앞섰다. ‘책상을 확 빼버리면 어쩌지?’ 그래도 직장상사, 동료들이 응원해주니 난 복 받은 자란 생각이 들었다.

뜨로바의 전통음악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관광객들.
오후 5시20분 에어 캐나다 64편이 이륙했다. 10시간의 비행. 밴쿠버는 29일 오후 2시. 시간을 거슬러 날아왔다. 토론토 행 국내선에 다시 짐을 부쳐야 한다. 4시간 후 토론토 피어슨 공항. 29일 오후 9시가 넘어 깜깜하다. 아직도 남은 겨울의 냉기. 공항에서 12시간을 버텨본다던 호기는 단박에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