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셔作 ‘천국과 지옥’.
그런데 요즘 경제 경영관련 책 중에서 이런 성공처세서가 꽤 잘 팔리는 모양이다. 책방에는 이런 종류의 책들이 꼭 앞쪽에 진열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다. 기업 강연을 가보면 화장실 소변기 앞에 이런 종류의 글들이 번호 순서대로 예쁘게 코팅되어 붙어 있다. 이런 글들을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읽다 보면, 갑자기 오줌이 콱 막힌다. 나에게 해당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꼭 이런 식이다. 미국식 성공처세서는 한결같이 사람을 좌절케 한다. 이런 처세서가 던지는 메시지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너를 바꿔라’다.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가? 누구나 한 번쯤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라. 철든 이후에 자신의 성격의 바뀐 적이 있는가? 죽다 살아난 사람들도 웬만해선 성격이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바꾸기 힘든 자신을 자꾸 바꾸라 하니 사람들은 매번 좌절한다. 이 좌절에 길이 들어 다른 제목의 처세서가 나오면 다시 책을 사게 된다. 혹시나 하고. 심리학을 30년 가까이 전공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람은 절대 안 바뀐다.
사람은 절대 안 바뀐다
누구나 꼭 고치고 싶은 개인적인 약점이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게 치명적인 결함은 열 받으면 확 뒤집히는 시한폭탄 같은 성격이다. 잘나가다가 일이 뜻대로 안 풀리면 제 성질을 못 이겨 뒤엎어버린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다. 잘 지내다가도 단 한 번의 만회하기 힘든 실수로 인간관계가 망가지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운전하다가 뛰어나와 멱살잡이도 참 여러 번 했다. 이제 교수라는 나름의 사회적 지위도 있는 만큼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여전히 욱하는 성격 탓에 크고 작은 사건을 저질러 잠 못 이루는 밤이 여러 날이다.
고민하는 내게 아내는 그 성격을 구태여 고치려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서류함을 뒤져 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복사본을 가져다 준다. 고 2때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