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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일구는 호미’ 소설가 박상우

“글 구속 벗어나니 창작 리듬이 배어나오더군요”

  • 원재훈 시인 whonjh@empal.com

‘글밭 일구는 호미’ 소설가 박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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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거룩한 주인님이었던 문학이 이제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호미 한 자루라는 사실이 마음을 가볍게 한다. 그러나 그 호미를 다루는 일 역시 만만치 않으리라. 글밭에 나가 하루 종일 호미질을 해도 감자 한 알 캐지 못하는 날도 있으니까.

“그간 나는 나를 너무 드러내려고 했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드러낼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결국 혼자인 거지요.”

소설가 박상우는 등단 20년, 세속 나이 50세에 혼자가 된 것이다. ‘혼자’라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혼자를 견디지 못해 온갖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우주의 조화는 혼자가 혼자일 때 아름답다. 그 개별성이 아름답다.

우리 동네 화단에 있는 백일홍이 생각났다. 요즘 아침마다 백일홍을 보는데, 어느 날 그 화단 주인인 할머니가 꽃에 물을 주는 모습을 보았다. 등이 굽은 작은 할머니였는데, 저 할머니의 손길이 화단을 저리도 예쁘게 가꾸는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옆으로 다가섰다. 그때 할머니는 내가 물끄러미 백일홍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시더니, “백일홍이 참 이쁘지요. 백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인데, 참 오래 피지요”라면서 말을 건네셨다. “그렇군요” 하면서 나는 할머니를 역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혼자서 물을 주고 있었다. 할머니는 외로워 보이지도 않았다.

박상우가 ‘혼자’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그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문학이란 저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할머니는 혼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완전히 혼자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박상우가 떠돌아다닌 곳은 바로 할머니의 화단과 같은 곳이다. 그곳엔 박상우의 백일홍이 피어 있다.



글밭을 일구는 호미

책을 보니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잠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릴 때 10년간 그림을 그린 적이 있어요. 전 사진 작업을 그림 그리듯이 합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와서 컴퓨터로 ‘후 보정작업’을 한 다음에 파일로 저장하지요. 그래서 전 제 사진을 ‘그린 사진’이라고 합니다.”

박상우는 다른 잡기를 전혀 할 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잡기가 없는 무료함의 상태를 디카를 발견함으로써 메울 수 있었다. 산과 들에서 찍은 박상우의 사진에는 그의 심성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자유로움이다. 그 사진 속에는 역시 혼자인 그가 있다. 그럼 그 혼자인 상태에서 그는 무엇을 했을까. 과연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각성을 한 것인가. 혹시 허송세월을 한 것은 아닌가.

‘글밭 일구는 호미’ 소설가 박상우
위험한 질문들

“우선 역사, 철학과 같은 인문교양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과학으로 관심이 쏠리더군요. 뭔가 눈이 뜨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요. 소설이라는 것이 결국은 인간과 인생인데, 그것에 대한 막연한 질문과 대답을 쓰기만 했을 때 느끼는 공허감 같은 게 사라집디다. 종교, 신학에 관심을 가지고 티베트 불교에까지 눈길이 갔지만, 궁금한 것들이 속 시원히 풀리지는 않았지요. 물론 공부가 짧아서 그럴 겁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인간을 분석하는 에세이들은 질문과 대답이 선명했어요.”

그러면서 세계적인 석학들의 에세이를 모은 책인 ‘위험한 질문들’을 이야기했다. 이 책은 인지 과학자인 스티븐 핑거의 질문 하나로 시작된 석학들의 ‘인간과 세계의 진실’에 대한 생각들을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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