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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주년 大특집

건국 60년 한국사회 어떻게 볼 것인가

‘압축적 성장사회에서 질 높은 성숙사회로’

  •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 jyyee@snu.ac.kr

건국 60년 한국사회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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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까지 원조 의존

역대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여러 측면에서 이뤄질 수 있다.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찰스 틸리(Tilly)에 의하면 국가는 특정 영토 내에서 다양한 정치집단과 지배권을 다투며 서서히 독점적 지배권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을 거쳐 성립됐다고 한다.

건국 60년 한국사회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러나 대한민국은 전통적인 왕조에서 일본 식민지를 거친 이래, 일본의 패전을 기회로 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남북 분단으로 북한정권과 정통성 경쟁을 벌이면서 출발했다.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영토 밖 경쟁자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기능에 심각한 위협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또한 국가의 실체적 기능으로서 경제발전과 복지 제공 등의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1960년대 초반까지 외국의 원조에 의존해 경제를 지탱해왔다.

이승만 정권과 장면 정권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성장이 모두 결여된 시기였다(그림 참조). 박정희 정권 시기는 강한 정치적 억압과 높은 경제성장이 결합한 대표적인 권위적 발전국가 시기라는 인상을 준다. 정도는 약하지만 전두환 정권은 강화된 권위주의와 약화된 경제성장이 결합한 때였다. 경제적인 성장이 정치적 자유의 희생 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심각한 불균형 성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 이후의 시기에 대해 국민은 민주화는 신장됐으나,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더 이상 이루지 못했거나 오히려 경제적으로 퇴보한 시기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이미지가 생겨난 이유는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침체를 경험한 탓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도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민주화가 정치적 자유를 급속히 확대시켰지만 실질적인 복지의 성장을 가져올 만큼 내실 있는 정책적 심화와 실천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화 이후에 다양한 이해집단들 간의 명시적이고 노골적인 이익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나, 사회 전반의 문제해결 능력이 급격히 소진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 한국이 절차적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내용이 채워지지 않았고, 경제성장의 과실이 복지로 이어지는 경제적 내실화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10여 년간 국민의 역대 정부에 대한 인식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다만 김영삼 정부에 대한 평가는 재임 시기와 외환위기를 거치고 퇴임한 후 평가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10년 후 미래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럽고 현실적인 전망으로 바뀌었다.

선진국의 길목에서

급속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해온 지난 60년, 특히 최근 20여 년의 변화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성취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선진국과의 차이로 변환해 측정할 수 있다면, 선진국에 견주어 뒤지는 부분을 일목요연하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선진국은 OECD 국가 중 경제적인 순위가 한국보다 앞서는 7~10개국을 의미한다.

전체적으로 보아 발전이 급속하게 이루어진 부분은 양적인 지표들이며, 하드웨어에 관련된 부문들이다. 한국은 지금 조선산업이나 반도체, 휴대전화 등에서 세계 일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정보화 인프라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리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고용률과 상대적으로 낮은 실업률을 자랑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학진학률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선진국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중 두드러지는 요소들은 투명성이나 신뢰와 같은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의 준수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또 다른 두드러진 요소로는 자살률, 산업재해 등의 위험과 관련된 부분, 그리고 복지재정이나 대학교육의 질, 고용의 질 등 사회적인 수준의 질과 관련된 차원들이다.

한 개인을 평가할 때 재산이나 권력 외에 인품이 중요하듯이, 한 국가에도 경제성장이나 민주화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품격이 있다. 김진현 전 과기부 장관은 일찍이 진정한 힘은 강(强)과 경(硬)과 규모(規模)와 무력(武力) 같은 유형자산 보다 질(質)과 격(格)과 매력(魅力) 같은 무형자산에 있다는 점에서 GNP 대국 대신 ‘선’진국(‘善’進國)을 발전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버드대학 조지프 나이(Joseph Nye) 교수의 연성의 힘(soft power)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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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 jyye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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