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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여론, 대중의 지혜? 난폭한 포퓰리즘?

  • 이 설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네티즌 여론, 대중의 지혜? 난폭한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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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수평적인 쌍방향 소통을 원하는 시민들에게 수직적인 일방향 소통만을 보여줬으며, 괴담론과 배후론에 매몰돼 시민들의 새로운 모습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촛불집회는 정부와 시민 사이에 엄청난 디지털 격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계기다.”(민경배·경희사이버대·사회학)

“촛불집회의 어떤 부분에서 ‘온라인에서 형성된 커뮤니티가 현실공간에서 강력한 정치결사체로’ 되는 현상을 보았는가? 만일 그것이 다음의 ‘아고라’라고 한다면, 아고라는 ‘청계광장’이나 ‘서울시청 광장’과 같은 토론이 이뤄지는 공간이었다. 마치 런던의 하이드파크에 온갖 논객이 모여들어 떠드는 것과 같다.

이번 촛불집회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이뤄진 집단관계의 속성이 현실 공간에서 유사하게 재현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인의 집단행동 패턴을 잘 보여줬다. 특히, 대세가 형성되면 내용과 상관없이 그것을 따르고, 심지어 그 대세의 기본 속성을 그대로 수용하는 성향을 보여줬다.

촛불집회의 성격을 제대로 규정하려면, 이 집회가 이뤄진 현상에 대해 좀 더 분명하게 관찰된 사실을 언급해야 할 듯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촛불집회는 ‘일어난’ 현상보다 ‘보고 싶어하는’ 현상만 보려는 상황이 됐다.”(황상민·연세대·심리학)

“인터넷을 매개로 몇몇 개인이 특정 사건을 이슈화하고, 이에 동조하는 자발적 대중을 동원·조직해 현실사회에서 집단 움직임으로 발전시킨 사례는 사실상 이전에도 있었다(예컨대 미선·효순 양 사건).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는 그 규모나 참여주체의 다양성 등의 측면에서 이전 사례들을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상기할 점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촛불집회를 ‘야기했다(cause)’기보다는 이를 ‘가능하게 했다(enable)’라고 말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읽고 이로 인해 새로운 의견을 ‘형성’해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견해를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확인하고 ‘강화’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사람들이 자신의 믿음, 태도와 합치되는 정보를 선호하고 동일한 정보라도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음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인터넷에 의견을 묻다”

네티즌 여론, 대중의 지혜?  난폭한 포퓰리즘?

개방과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은 기존 미디어를 대신하는 여론 생산 매체로 성장했다. 이런 인터넷 여론을 두고 ‘집단지성’이라는 견해와 ‘포퓰리즘’이라는 견해가 엇갈린다.

커뮤니티를 통해서는 두 가지 성격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사안과 관련된 사실(fact)과 사안에 대한 여론의 향방(opinion climate)이다. 두 가지 중 후자가 더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다만 그렇게 공유된 현실인식이 대중적 실천으로 발현되는 데 있어 매체 특성이 기여한 바가 크다. 인터넷이었기에 집회 장소, 시간 등에 관한 구체적 정보가 대규모로 빠르게 확산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쇠고기 수입’과 같은 구체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바탕으로 탄생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일반적 의미의 정치결사체와는 구별돼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구성원 간 상호의존성이 약하고, 조직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이슈 자체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명멸한다. 반면, 일반적 의미의 정치 결사체는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정치적 가치와 신념에 따라 형성돼 개인의 자아 정체성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서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 다른 사회적 이슈로 촛불집회의 의제를 확대했을 때 상당수 참여자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애초에 그들이 공유한 가치가 특정 사안에 국한된 것이었기 때문이다.”(이은주·서울대·언론학)

Q2 : ‘인터넷 여론’을 기반으로 한 촛불집회를 놓고 ‘직접 민주주의의 출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위험한 포퓰리즘’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IT강국인 한국에서 최초로 등장한 ‘인터넷 여론’의 폭발적인 영향력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인터넷 여론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앨빈 토플러를 비롯한 미래학자들은 정보사회가 다양성과 참여도를 넓힌 새로운 민주주의로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인터넷이 등장한 뒤 대의(代議) 민주주의를 대신하여 직접 민주주의에 가까운,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참여 민주주의와 네트워크형 수평사회가 오리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직접 민주주의의 이상적 모델로 삼아온 그리스 도시국가와 비교할 때,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인구도 훨씬 많은 현대사회에서 단지 인터넷의 등장이라는 기술적 가능성에만 주목해 이들의 예견처럼 직접 민주주의가 현실화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강원택, ‘한국정치 웹2.0에 접속하다’ 중에서)

“양면성이 있다. 정치란 직업적인 엘리트가 전문지식을 활용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보는 엘리트(대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는 촛불집회를 중우(衆愚)정치로 볼 것이다. 반면 엘리트 민주주의가 ‘인민에 의한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본령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관점에서는 직접 민주주의의 출현으로 볼 것이다. 결국 자신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신념이나 믿음에 따른 해석이다.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할 순 없다.

문제는 해당 정치공동체가 인터넷 여론을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으로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양성하느냐, 아니면 그것이 민주주의에 위험하다는 해석을 유포시켜 억압하느냐에 달렸다. 그리고 이런 이중적 해석은 민주주의의 해석을 둘러싼 투쟁을 구성할 것이다.”(강정인·서강대·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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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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