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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꺼풀 벗겨본 미국 ⑥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 김수경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사회학 kimsk@stanford.edu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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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특히 민주당 후보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동성 간 결혼을 인권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당의 진보적 노선대로라면 이를 지지해야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섣불리 그럴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부동층이나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중도적 입장에 있는 유권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양당의 부통령후보자 간의 TV 토론에서도 이런 딜레마가 드러났다.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는 동성애자도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법이 보장한 여러 권리를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고 했지만, 동성 간 결혼 자체에는 반대했다. 결혼은 궁극적으로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으로 정의돼야 한다는 점에는 양쪽 후보가 같은 생각이었다.

사실 이 주제를 둘러싼 논쟁은 90분간 진행된 전체 토론 가운데 몇 분에 지나지 않았다. 양쪽이 두 번씩 말을 주고받았을 뿐 그나마도 민감한 부분은 서로 논점을 피해갔다. 민주당은 동성애자의 인권에 대해서만, 공화당은 결혼의 정의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서로의 논리적 약점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시민결합’과 ‘자긍심 행진’

이는 최근의 경제위기나 이라크전쟁 등 굵직한 사안에 비해 이 문제가 덜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동성 간 결혼의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한 법률이 주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는 매사추세츠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동성 간 결혼이 가능한 주가 됐다.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뉴욕에서 열린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퍼레이드. 뉴욕은 성이나 인종에 있어서 개방적인 도시다.

11월에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플로리다 주에서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는 조항을 주 헌법에 명시할 것인지의 여부가 주민투표에 부쳐진다. 샌프란시스코의 최대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표심이 갈릴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양쪽 다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들은 이 사안에 대한 양쪽 후보의 미온한 반응에 대해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클레르몽 매키나 대학 정치학과 잭 피트니 교수는 “양당 후보 모두 중도파의 표가 필요한데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는 결혼이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정의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동성 간 결혼 금지를 헌법에 명시하려는 시도에는 반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동성 간 결혼을 찬성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여러 곳에서 그가 한 말을 종합해 정리하면,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는 것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정도가 될 것이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이 같은 애매모호한 의견 표시는, 이중 삼중의 부정을 통해 간접적으로밖에는 지지를 표명할 수 없는 그의 깊은 고민을 짐작케 한다.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찾은 타협점은 ‘시민결합(civil union)’ 제도다. 동성애자 커플에게 부여되는 이 법적 지위는 결혼한 부부에 준하는 권리와 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버몬트, 코네티컷, 뉴저지, 뉴햄프셔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결혼이 아닌 다른 법적 지위로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 왜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 어떤 이는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는 현행 법률을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에 빗대 ‘결혼 아파르트헤이트(marriage apartheid)’라고까지 부르면서 말이다.

동성커플의 자녀들

성적 취향은 한 개인을 구성하는 정체성 가운데 하나인데, 정체성이란 본래 ‘인정’을 원한다. 헤겔에서 출발해 호네트에 이르는 이른바 ‘인정투쟁론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들 사이의 모든 갈등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며, 인정의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다. 그러나 인정받지 못할 경우 분노가 유발되고 이는 사회적 투쟁으로 이어진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상파울루, 캐나다의 토론토 등 전세계적 규모의 동성애자 거리축제의 이름은 ‘자긍심 행진(Pride Parade)’이다. 자신의 성적 취향이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자랑스럽게 드러내야 할 것임을 알리는 이 축제의 제목에서 때로 성적 소수자들의 때로 과격한 정체성 표출이 인정투쟁의 일환임을 알 수 있다.

변호사이자 동성 간 결혼 합법화운동의 창시자로 알려진 에반 울프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민결합과 같은 법적 제도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이미 결혼이라는 제도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동성애자들을 위해 따로 제도를 마련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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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사회학 kimsk@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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