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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김성호 국정원’

청와대 신임 흔들, 내부알력 꿈틀, 조직장악력 휘청…“원장은 청문회 갈 일 절대 안해”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내우외환 ‘김성호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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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하나 없애봐야…

국정원은 9월 인사를 통해 대공수사·대북전략·정책·총무 등 4명의 본부 국장을 전격 경질했다. 연말인사를 3개월이나 앞당겨 실시한 것은 역시 촛불집회 정국과 금강산 피격사건에서의 정보 부재 등을 통해 제기된 청와대 일각과 여권의 비판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30여 명 수준인 부서장급 고위직의 60%를 물갈이했다는 3월 인사의 후속판인 셈이다. 이와 함께 매년 두 차례 실시되는 명예퇴직제도를 통해 상급 직원 상당수도 국정원을 떠났다.

정권 출범 초기인 3~4월까지만 해도 국정원 내부에서는 ‘해외-국내-북한-기획조정’으로 나뉜 기존의 조직구분 자체를 바꾸는 작업도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3차장 산하인 북한파트를 아예 폐지하고 산하 부서들을 해외파트나 국내파트의 국실과 통합하는 그림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개편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철회됐다는 후문이다. 조직도를 간소화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실제로 줄어드는 인원은 3차장과 보좌관, 국장 몇 자리 정도라는 것이다.

북한파트 폐지가 백지화된 일련의 사정은 국정원 조직 슬림화를 둘러싼 고민의 일단을 보여준다. 결국 슬림화란 인원을 줄이는 것으로 귀결될 텐데, 국가정보원직원법에 따라 신분을 보호받는 직원들을 함부로 쳐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 실제로 예전 정부에서 해직됐던 직원들이 국정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슬림화는 결국 부서장 직급 이상의 극소수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정원의 이른바 ‘유휴인력’ 문제는 이전부터 역대 수뇌부의 고민이었다. 시대와 상황변화에 따라 파트별·업무별 소요인력은 급변하지만 이에 대응해 직원 구성을 재편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시점에 따라서는 이러한 인적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수백명 단위라는 내부 분석 결과가 나올 정도다. 재교육과 직무전환이 계속 추진됐지만 대다수 직원의 평가는 여전히 회의적이었고, 특히 그 주요 대상으로 지적돼온 국내파트 부서 직원들의 피해의식은 간단치 않은 수준이다.



슬림화의 딜레마

9월 인사를 앞두고 불거졌던 김회선 2차장과 김주성 기조실장 사이의 알력도 이와 관련이 깊다. 국내파트의 수장인 김 차장이 원장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2급 간부를 국내파트 1급 국장으로 승진시키려 했지만, ‘고위직급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던 김 실장이 이에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것. 승진인사가 인센티브의 요체일 수밖에 없는 김 차장의 조직관리 논리와 고위직 비대화를 경계하는 김 실장의 조직개혁 논리가 맞부딪친 셈이다. 결국 해당 인사를 승진이 아닌 같은 급수의 지역 지부장으로 발령을 내는 것으로 최종 정리됐지만, 김 차장과 김 실장 사이의 대립은 감정적인 수준까지 번졌던 걸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원색적인 언사를 주고받았다는 이야기가 직원들 사이에 정설이 됐을 정도다.

특히 이 직원의 1급 승진이 애당초 원장의 뜻이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김성호 원장과 김주성 실장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김주성 실장이 민간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인이라면 김회선 차장은 사법고시 20회로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친 ‘공안통’ 출신이다. 경력으로 놓고 보면 역시 검찰에서 승승장구하며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김성호 원장과는 김회선 차장이 ‘코드’가 맞을 수밖에 없다.

김 차장은 10월초 국정원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에게 “친북 좌익세력의 척결 없이 선진국을 향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는 등 국정원 대공수사 강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소신은 그가 관장하고 있는 국정원 국내파트가 최근 이적혐의단체 기소 등 대공수사 부분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정확히 맞물린다.

이에 대해 국정원 내부에서는 앞서의 조직논리를 적용해 해석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인원조정 대상으로 공공연히 거론돼온 대공수사국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포석의 의미가 있다는 것. 공안 분야에 오래 종사해온 본래의 신념에 청와대와 여권의주문, 국내파트의 수장으로서 휘하 조직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자의 입장이 두루 반영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다.

여름 이후 국정원이 국가정보원법, 테러방지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개정을 통해 직무범위를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들 사안의 상당부분이 지난 정부에서 일부 제한됐던 국내파트의 업무임을 감안하면, 국정원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김 원장과 교감을 이룬 김회선 차장이 사안을 주도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내우외환 ‘김성호 국정원’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오른쪽)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7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과 안보라인의 뒤늦은 대응을 질타하고 있다.

사라진 명절 귀향버스

반면 앞서 설명한 대로 ‘조직 슬림화’가 쉽지 않다 보니, 김주성 기조실장의 최근 행보는 조직 전체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향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국정원과 외곽조직을 포괄해 강도 높은 예산절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 국정원 내곡동 청사 지하 사우나실의 대형 욕탕에는 뜨거운 물이 사라졌다. 샤워면 충분한데 굳이 온수를 받아 종일 식힐 이유가 없다는 것. 층마다 서던 청사 엘리베이터가 격층 운행으로 조정되는가 하면, 지난 추석에는 명절 귀향버스 제도도 사라졌다. 줄줄이 이어지는 예산절감 방안에 대해 대부분의 직원은 “혈세를 아끼자는 데 할말이 없다”면서도 불만 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더욱 민감한 문제는 기조실이 강도 높게 밀어붙이고 있는 직원들의 판공비 내역 확인작업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현장요원이 “정보기관의 특성상 누구를 만나 밥을 먹었는지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심하다”는 불만을 공공연히 토로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조실에서 원장 비서실의 판공비 내역까지 간여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김성호 원장과 김주성 실장 사이의 알력이 돈 문제로 번졌다는 시각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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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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