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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⑪

경제위기, 보통 사람을 위한 재테크

주식 신규는 NO, 기존은 보유, 주택 당장 매각 또는 줄여야 ,현금 MMF로 일단 내 돈을 지켜라!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경제위기, 보통 사람을 위한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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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우린 다르다

원본은 모호해지고, 오히려 복제물만 난무하는 ‘시뮬라시옹(simulacre·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자신의 저서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에서 주장)’의 상황은 예술이나 철학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운영하는 금융시장, 자산시장이 현 시대의 대표적인 ‘시뮬라크르’이며, 우리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가장 잘 상징하는 ‘기표’를 금융시장에서 만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말해 세계경제는 거대한 약속(경우에 따라서는 사기일 수 있는)의 바탕 위에 유지되는 그 무엇이며, 그 약속은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어쨌건 이런 약속과 신용이 흔들리는 2008년 말의 상황은 금융시장에서는 역사적으로 기록될 한 장면이다. 원본을 대체한 복제물이 원본가치의 상실로 마치 연기처럼 스러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2008년 우리가 목도한 이 상황은 명백하게 세기적 사건이다. 그 결과가 공황으로 이어지건 아니건 간에, 이 사건은 우리가 서로 믿고 거래하던 ‘신용’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알게 해줬고, 마약에 취해 부둥켜안고 키스를 퍼부었던 미녀가 약에서 깨고 보니 팔다리가 썩어 문드러진 미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셈이다.

이제 이 사건은 역사적 교훈으로 기록되고 당분간 사람들은 ‘신용’보다는 ‘실체’를 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신용이 퇴색한 시간 동안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은 상당한 위축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간사하다. 언젠가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논리를 만들어 또다시 새로운 위기를 만들고 거품을 일으키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판을 뒤집는, 지금의 산업과 금융질서를 획기적으로 흔들어 버리는 새로운 무엇이 등장해야 한다, 이 새로운 무엇은 핵융합이나 수소에너지, 심지어는 태양열이나 지력의 효율성을 극적으로 개선시키는 어떤 것일 수도 있고, 인간의 수명을 두 배쯤 늘리거나, 화학 폐기물을 다시 석유로 환원하고, 시멘트가 다시 석회석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마법 같은 환경기술일 수도 있다. 비록 이런 획기적 혁명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당장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것의 가능성을 믿는다면 뭔가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그것조차 또 다른 거품의 시작일 뿐이지만.

어쨌건 이런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씌어지기 전까지 당분간 우리는 자산시장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앞으로 시장은 가격조정에 대한 반동으로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고, 경기침체의 끝을 겨냥한 새로운 투자자금이 유입될 수 있지만, 신용경색의 폭탄이 날아든 폐허를 다시 재건하기에는 단순한 경기회복에 대한 순환 사이클로는 복구가 어렵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이번 상처는 예상보다 깊고 오래 갈 것이다. 앞서 말한 획기적 신기술 혁명이 등장할 경우에만 미국이라는 거구가 비로소 침상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미국과 많은 점에서 다르다. 미국은 신용의 거품이 문제가 됐지만 우리는 원본가치를 조금 과대 포장했을 따름이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원본가치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기며 부동산을 중심으로 거품을 만들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은 신용 자체에 대한 거품을 만들어왔다. 그들과 달리 우리가 최소한 신용자체에 대한 투자를 감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우리는 미국발 신용위기로 인한 전세계적 경기침체와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실물의 후퇴를 만날 것이고, 그 상처가 예상보다 깊을 것이지만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처지에 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이 난국을 헤치고 대비할 것인가. 사실 서민의 입장에선 이러저러한 거시적, 금융적 분석보다는 내 처지에서 당장 어떻게 할 것인지가, 어떻게 해야 단돈 몇백만원이라도 손해를 덜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해 꼭 짚어 정답을 말할 순 없지만 원칙적 접근은 할 수 있다.

천둥번개는 일단 피해야

우선 증권시장을 보자. 신규 투자자의 고민은 과연 주식투자의 적절한 시점이 언제인가라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시장이 추세적 상승장인지, 아니면 하락장인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승장에서 하락하는 종목을 찾기가 어렵듯, 하락장에서 애써 상승하는 주식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도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다트를 던져 주식을 샀을 때 이익을 낼 확률이 높은 것이 상승장이고, 반대로 하락할 확률이 높으면 하락장이기 때문에 굳이 확률이 낮은 게임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가치투자의 원리주의자들은 하락장에서 기회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질없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가 내리는 여름에 논에 물을 대더라도 굳이 천둥번개가 치는 상황에서 삽을 들고 들로 나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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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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