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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코트의‘꽃보다 남자’이상민

지치고, 아프고, 힘들다 그러나 아직도 승리에 목이 마르다

  • 최용석│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기자 gtyong@donga.com│

농구코트의‘꽃보다 남자’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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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가장 먼저 러브콜을 보낸 곳은 연세대. 최희암 당시 연세대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이어 고려대가 뛰어들었다.

“사실 그때 저는 고려대를 갈 운명이었어요. 말하긴 힘든데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우겨서 연세대를 갔어요. 누나들도 큰 힘이 됐죠.”

고려대는 동문을 동원해 이상민과 그의 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당시 홍대부고 감독도 고려대 출신이었다. 고려대는 베팅도 세게 했다. 연세대와 비교도 안 될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연세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고1 때 연고전을 보면서 당시 연세대 가드이던 유재학 현 모비스 감독의 플레이에 매료된 터였다. 그는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고 누나들도 “동생이 원하는 곳에 가야 한다”면서 부모를 설득했다.

“결국 꿈에 그리던 연세대에 진학했죠. 대학생이 되면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낭만의 캠퍼스 같은 건 다 꿈이었을 뿐이에요. 막상 가보니까 고등학교 숙소와 별반 다를 게 없더군요. 그래서 농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이상민의 머리를 복잡하게 한 것은 처음으로 참가한 연세대 동계 훈련이었다.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해요. 충북 옥천의 서대산이란 곳에서 합숙했는데, 20km를 뛰는 훈련이 있었어요. 잘 뛰면 고교 졸업식과 대학 오리엔테이션에 보내준다고 해서 혼신의 힘을 다했죠. 그런데 시간을 못 맞춰서 계곡 얼음을 깨고 차가운 물에 들어갔어요. 소똥에 머리도 박아봤고요. 그때 농구 시작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그는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서 농구를 포기하겠다고 부모에게 말했다. 그러자 부모는 “네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으니 그만두는 것도 네 마음대로 해”라고 말했다. 예상외 반응에 이상민은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숙소로 돌아가 선배들의 수발을 혼자 들며 힘든 대학 운동부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동기가 4명이었는데 1학년 초반에 다 그만뒀어요. 혼자서 빨래 다 챙기고 무지 힘들었죠. 특히 겨울에 선배들 양말을 말리느라고 고생한 게 기억나요. 유니폼은 덜 말라도 입을 만하거든요. 그런데 양말은 그게 안 돼요. 그래서 드라이어로 하나하나 다 말리고 새벽에 자고 그랬어요.”

선배들은 혹독한 새내기 시절을 보낸 이상민을 친동생처럼 챙겼다. 혼자서 고생하니 잔소리나 얼차려 대신 따뜻한 말로 그를 보듬어줬다. 그 덕분에 이상민은 1, 2학년 시절을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큰 문제없이 보냈다.

인기가 절정에 오른 3, 4학년 때 이상민은 최희암 감독에게 혼나는 일이 잦았다. 당시 최 감독은 후배들이 잘못하면 선배를 다그쳤고, 이상민이 주로 타깃이 됐다.

“최 감독님 특유의 스타일이 있어요. 혼내고 나서 따로 불러요. ‘내가 왜 혼냈는지 알지’라고 말하면서 씩 웃으시거든요. 그러면 어쩔 수 없잖아요.”

잘생긴 지원이

대학시절 이상민은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가 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팬들이 따라붙었다. 농구코트에서 원조 ‘오빠부대’를 만들어낸 주인공이 바로 그다. 가는 곳마다 사인 공세를 받는 게 귀찮아서 모자를 쓰고 피해 다닌 적도 있다. 모자를 썼다고 해서 연예인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던 그를 팬들이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솔직히 부담스러웠어요. 농구를 그리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나보다 잘생긴 (우)지원이도 있었는데 제가 왜 인기가 많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그래서 한때는 모자를 쓰고 피했는데 사람들이 다 알아보니 오히려 ‘내가 왜 피할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창피하더군요. 그 뒤로는 모자 벗고 그냥 다녔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더 편하던데요.”

다른 유명 농구선수에 비해 이상민은 스캔들이 없다. 그는 단 한번의 열애설도 없었고, 구설에 시달린 적도 없다. 사건, 사고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도 없다. 그 비결을 물으니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웃는다.

“대학시절 술도 먹고, 나이트클럽도 갔어요. 지금 같은 세상이면 인터넷에 사진이 올라왔겠죠. 하지만 그때는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발달이 안 돼 그럴 일이 없었잖아요.”

이렇게 농을 던진 그는 구설에 시달리지 않은 이유를 내성적인 성격에서 찾았다.

“제가 수줍음이 많아요. 누구를 만나면 쉽게 말을 건네고 그러지를 못해요. 그래서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들과는 잘 친해지지 못 해요. 그 탓인 것 같아요. 대학시절 방송 출연을 많이 해 연예인도 적지 않게 만났지만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분은 (손)지창이형밖에 없어요.”

말 없고, 탈 없는 이상민에게서 팬들이 떠나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물론 이상한 팬도 있었다. 하루는 한 팬이 집으로 찾아왔다. 이상민의 어머니는 이따금씩 집 앞에서 ‘오빠’를 기다리는 팬들을 집으로 초청해 차를 끓여주고, 방도 구경시켜주곤 했다. 때마침 이상민은 휴가를 받아 집에서 쉬고 있었다. 그 여자는 다짜고짜 자기 부모님께 인사하러 가자고 졸랐다.

“정략결혼을 할 처지에 몰렸는데 결혼하기 싫다면서 자기 부모님께 남자친구로 위장해 인사하러 가달라고 하잖아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거절했어요. 어머니가 팬들에게 방을 구경시켜주곤 했는데 물건이 자꾸 사라졌던 기억도 나네요. 그런데 스토킹 같은 일은 한 번도 없었어요.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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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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