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 마케팅 트렌드는 요즘 같은 경제불황의 흐름을 이해하는 척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에게도 유효하다. 마케팅 전문가 김왕기 WK마케팅그룹 대표가 분석한 불황기 소비자 변화와 마케팅 전환 전략을 소개한다.
‘NEST BIRD’ 불황기 소비자 심리 8대 변화
어느 시대건 소비자 심리 변화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기 상황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세 가지 요인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데, 그 세 가지란 바로 현재의 경기 상황과 소비자 트렌드, 그리고 세계적인 미래 트렌드다. 지금 세계의 미래 트렌드라고 하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저탄소 녹색성장, 편리한 세상을 도와주는 로봇 시대(의료용, 위안용, 생활용, 군사용), 고령층의 사회참여와 경쟁력을 겨냥하는 실버(silver), 범지구적 통합을 의미하는 글로벌 컨버전스, 이 네 가지가 핵심이다.
Nonce Multi Persona(임시적 다면행위), Explorer(자발적 탐험가), Sensitive (감성적), Tranquil Participation(적극적인 참여), Beautiful Castle(나만의 예쁜 성), Involvement Diversification Risk Cutting(위험회피), Dream(희망 추구)…. 이 같은 소비자 8대 변화의 키워드는 2008년 연말~2009년 1월 실시된 서울지역 소비자 6개 그룹에 대한 심층조사(FGI)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의 불황 상황과 소비자 트렌드, 그리고 세계적 미래 트렌드를 고려해 탄생했다. 앞 글자를 따로 모아 한 단어로 집약하면 ‘NEST BIRD(둥지 안의 어린 새)’가 되는데, 이 역시 날고 싶고 호기심도 많지만 둥지를 잃을까 걱정돼 안전한 둥지를 더욱 의지하게 되는 요즘 소비자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Nonce Multi Persona(임시적 다면 행위)
‘페르소나(persona)’는 원래 라틴어에서 나온 말로 ‘연극인이 쓰는 큰 가면’을 뜻한다. 가면은 자기 본래의 얼굴을 숨기고 가짜 캐릭터로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만드는 장치다. 사람들은 여러 개의 가면을 지니고 사는데 이를테면 막내아들로서의 가면, 가장으로서의 가면, 회사 과장으로서의 가면, 남편으로서의 가면 등이다. 특정 가면을 씀으로써 사고가 전환되고, 의식이 전환되며, 행동범위가 전환된다.
그런데 이 페르소나는 불황기 혹은 큰 호황기가 되면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큰 호황기에는 소득 상승, 신분 상승을 누리기 위해 몇 개의 가면을 더 쓰고 소비행위를 즐긴다. 경제개발 시대에 땅으로 졸지에 부자가 된 졸부의 경우도 그렇다. 갑자기 늘어난 부를 누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고가 소비를 늘리는 현상이 바로 그런 것이다. 반면 불황에는 평균적으로 저가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데, 소비자는 그 저가 소비행위에 일종의 부담을 갖는다. 여기에서 ‘체면의 오류’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신의 구매 행위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신경 쓰게 되고, 사람들이 자신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Social Desirable Behavior)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길 원하게 된다. 바로 그 때문에 자신의 소비행위에 누군가가 합리성·타당성을 부여해주길 바란다. 즉 인식과 행위 사이에 하나의 가면을 더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임시적 다면행위라고 한다.
Explorer(자발적 탐험가)
이 시대 소비자는 본인의 의지로 탐험하기를 좋아하는데, 이때의 탐험은 생활 탐험, 자기 본위의 탐험이라고 할 수 있다. 맛집 혹은 아름다운 카페 탐방, 정보 탐험, 대학생 마케팅 특공대 등이 그런 예다. 이 자발적 탐험가들은 자기의 탐험행위를 사진이나 녹음, 영상촬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록하는 특징을 보인다.
Sensitive(감성적)
이성적인 설득보다 감성적 설득이 더 큰 효력을 발휘하고, 본능에 충실한 감각적인 소비가 증가하는 것도 최근 두드러진 현상이다. 컴퓨터, 전자제품, 건축, 가구 등 전통적으로 이성적인 영역의 산업군에서도 감각적인 요소의 비중이 올라간다. 조사에 따르면 ‘단순하거나 감각적인 것에 더 흥미를 느낀다’는 설문에 동의하는 소비자 비율이 74%로 나타나 보통 때보다 훨씬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기일수록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고, 립스틱 색깔이 진해지는 현상 역시 이런 소비자 심리 변화를 대변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Tranquil Participation(적극적인 참여)
소비자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WEB 2.0 시대의 핵심이다. 자기 표현의식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참여 기회가 늘었으며 온라인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개인의 사회 참여는 폭증했다. 과거의 참여 행위가 주변에 대한 눈치, 행위 결과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바탕으로 한 소극적인 정도에 그쳤다면, 현재의 참여는 개인 성향의 발로, 그 자체로서 주저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경기 불황이 심화하면서 개인의 불만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참여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인터넷 댓글 문화, 촛불시위, UCC 광풍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이를 통해 스타 블로거가 탄생하고 Flick R(사진참여)나 Google Earth(지도참여) 같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Beautiful Castle(나만의 예쁜 성)
주로 대도시 젊은층 소비자에게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현상으로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외모, 패션을 위한 소비는 줄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신분을 가꿔나가고자 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을 로케팅(Rocketing)이라고도 부르며, 특히 패션 부분에서는 Recession Chic, 즉 불황 맵시라고 부른다. 이 계층에서는 64%가 ‘요즘 같은 불황에서도 나의 스타일은 포기 못 한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소비라면 기꺼이 지출할 것이다’고 하는 자기위안형 소비 동의자가 79%에 달한다. 이러한 현상의 심리 저변에는 ‘나만은 괜찮을 거야’라는 자기 암시적 희망이 깔려 있다.
Involvement Diversification(관여도 다변화)
불황이 오면 소비자의 관여도 형태도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양극화는 그 대표적인 현상이다. 즉, 평상시 다층형 소비 패턴에서 중간층의 소비 비중이 급격히 낮아지고 위나 아래로 몰리는 소비 패턴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고급 명품 소비와 합리적 중저가 소비 비중이 높아지게 되는데, 경기가 나빠질수록 심화된 고급화(VVIP 마케팅), 심화된 대중화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불황기라고 해서 이런 양극화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좁아진 중간층에서는 계층화가 아닌 관여도의 수평적 분화, 즉 특화(Niche)시장이 발달한다. 특화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기발한 아디이어가 필수이며 복합한 것보다는 단순한 게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Risk Cutting(위험 회피)
이 시기 소비자는 같은 크기의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이 있어도 위험 요인을 훨씬 더 크게 인식한다. 구매에 따른 위험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해 위험회피형 소비, 꼼꼼 소비, 신뢰 소비, 내구성 소비(한번 구입하면 오래갈 수 있는) 등이 증가하는데, 때문에 결국 브랜드 소비, 가치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즉, 단순히 싼것을 찾는 것에서 나아가 가격대비 어떤 가치가 나에게 주어지는지 기능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을 철저하게 고려하고, 신뢰가 가는 브랜드의 선택 비율도 높아진다. 또한 단순히 구매의 위험 회피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지향하게 되고 휴식, 편안함, 일탈을 선호하게 된다.
Dream(희망 추구)
어려운 시기를 겪을수록 희망에 대한 갈구와 열망은 커진다. 빈곤국 시절 홍수환 선수의 4전5기 신화나 IMF 외환위기 때 박세리의 맨발 투혼, 그리고 요즘 피겨스케이팅 김연아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눈부시다. 소비자는 희망의 가능성, 구심점을 찾아 움직이게 돼 있으며, 스스로도 희망과 행운에 대한 큰 기대감을 갖게 된다. 부정적이고 암울한 메시지보다 긍정적이고 유쾌한 메시지에 귀 기울이게 되고, 특히 소박한 꿈이나 비전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 지금은 어려워도 곧 괜찮아질 거라는 확고한 신념과 희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불황기 마케팅 대전환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자 변화에 대응한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이제 더 이상 2008년의 마케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의 소비자는 지금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마케팅을 구성하는 경쟁력 축은 크게 8가지다. 어느 하나만 변해서는 마케팅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8가지가 유기적으로 변해야 마케팅 경쟁력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여덟 가지는 마케팅 프로세스, 마케팅 조직화, 마케팅 인력, 상상력, 마케팅 펀치(실행력), 소비자 전략, 브랜드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마케팅 전환 1. 스피드 2.0
일본의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는 62세로 죽기 전까지 68회의 진검 결투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 무패 승리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반 뼘 비틀고 반 뼘 빨랐다’고 한다. 지금의 경쟁에서 마케팅 스피드는 돈이자 생명이다. 프로세스를 간결하게 통합하고 남보다 민첩하게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류브랜드 자라(ZARA)는 그런 면에서 경이적이다. 보통의 상품화 기간(상품기획 아이디어를 내고 상품 출시까지의 기간)은 90일에서 120일 정도다. 자라는 이 기간을 15일로 단축시켰다. Trend Spotter라 하는 200여 명의 트렌드 연구원은 길거리를 다니며 뜰 조짐이 보이는 트렌드를 현장에서 잡아내고 스케치한다. 길거리 디자이너인 셈이다. 재고는 매장당 이틀치만 남기면서 경영 위험을 줄였다. 이 덕분에 자라는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구가하고 있다.
마케팅 전환 2. 현장 2.0
불황기 마케팅 해법은 현장에 있다. 이 때 현장은 상품이 팔리는 현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현장을 의미한다. 보통 때는 한 단계 한 단계 소비자 행동과 사고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마케팅을 진행하지만 불황기가 되면 전에 없던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소비자 심리가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마케팅 방식으로는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체면의 오류’가 극대화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체면의 오류는 사회적 관계를 고려해 실제보다 ‘바람직한 방향 ’으로 표현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교육 목적으로 어린이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나‘자녀의 간식을 고를 때 영양 성분을 우선으로 합니까, 가격을 우선으로 합니까?’라는 질문에는 모두 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응답이 몰리며, 특히 불황기에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보통의 설문 조사만으로는 왜곡된 의사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의 말이 아닌 행동을 관찰하여 소비자 내면의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마케팅 관점에서 요즘을 ‘관찰의 시대’라고 하며 그것이 바로 현장 2.0의 핵심이다.
마케팅 전환 3. 네트워크 2.0
한동안 윈윈(win-win) 마케팅, 상생 마케팅, 공동 마케팅이란 말이 유행했다. 넓게는 공동 마케팅의 한 범주이지만 일대일의 공동 마케팅 개념이 아닌 다대일(多對一)의 공동 마케팅 형태를 네트워크 마케팅이라 한다. 즉 여럿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비용을 절약하고 효과는 증폭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1997년 5월에 결성된 항공사의 네트워크인 ‘스타 얼라이언스(Star Alliance)’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159개국 912개 도시를 거미줄처럼 엮어 운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 유입, 매출 증대 성과를 얻고 있다. 네트워크 2.0 마케팅을 통해 마케팅 효과의 역치 돌파, 효과 증폭, 인지도 확보, 우산 효과, 비용 절감, 고객 확보, 신규 가치 생성이라는 6마리 토끼를 용이하게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마케팅 전환4. 상상력 2.0
‘상상력은 지식보다 뛰어나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지금 이 시대와 더없이 어울린다. 그런데 상상력을 발휘하는데도 효과적인 방향을 설정해야만 낭비를 없애고 성공률 높은 아이디어를 생산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미래 트렌드를 겨냥해 아이슬란드의 디자이너 하프스타인 줄리우손(Hafs teinn Juliusson)은 ‘자라는 보석(Grow- ing Jewelry)’이라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반지에서 풀이 자라고 목걸이에서 잔디가 자라며, 심지어는 슬리퍼에도 잔디가 자라 사람의 마음을 붙들어 맨다. 일본의 통신전기 회사인 NEC도 ECOTONOHA라는 기발한 녹색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혼다는 Eco-Letter를 보냈다. 자연 분해되는 얇은 종이 두 장을 붙여 편지지를 만들고, 그 사이에 꽃씨를 넣어둔다. 편지를 받은 고객은 그 편지를 그냥 화분이나 땅에 구겨서 심은 뒤 물만 주면 새싹이 돋아난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는 미래 트렌드만 연구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전환 5. 마케팅 리더십 2.0
불황과 위기에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빨리 새로운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다. 어느 기업이 앞서가느냐는 그 기업의 마케팅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열쇠가 있다.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새로운 마케팅 리더십이란 ▲ 위기에 새로운 꿈을 만들어 비전을 제시하고 ▲ 민첩하게 움직이며 ▲ 고객에게서 답을 찾는 현장감을 갖췄으며 ▲ 솔직함으로 조직원과 고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과 ▲ 발로 뛰어 여러 사람의 지혜를 구하며 ▲ 조직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게끔 동기부여를 하는 능력 등을 말한다.
마케팅 전환 6. 고객 재구축
불황기일수록 기존 고객은 번개처럼 사라지고 새로운 고객이 등장한다. 이를 간과하고 기존의 고객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남의 과녁에 활을 쏘는 것과 같다. 안정 성장기에는 소비자 확대전략이 우선이지만 격동기에는 고객 재구축, 고객강화 전략이 더 유효하다. 한편으로 이 시기의 고객 전략은 엄청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처럼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위로가 필요한 소비자에 대한 고객 강화전략은 장기적으로 높은 효과를 보장한다. 기존의 고객을 해체, 해부해 현재 고객과 기업의 관계를 확인하고 관계 강화에 투자 하면 지속적인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고객을 확인, 적중하는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알찬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마케팅 전환 7. 브랜드 구조조정
포드, 인텔, 나이키, 도코모 이동통신, 소니, 다시다….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극심한 위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 큰 도약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불황기에 브랜드는 생명이다. 하지만 정밀하게 얘기한다면 불황기 브랜드 전략이 아닌 회복기를 준비하는 전략이 맞다. 회복기에 경쟁사와 격차를 벌린다는 관점에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브랜드 구조조정은 세 파트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첫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전략, 둘째는 브랜드 워크아웃, 셋째는 브랜드 레버리징(Leveraging)이다. BI를 보강함으로써 안전하고 신뢰받는 구매를 유도하게 된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구축, 브랜드 기반 강화를 통해 브랜드의 구조적 안정을 기하고(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 소모적인 브랜드를 퇴출하며 집중할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브랜드 워크아웃). 그리고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기면 기존의 강한 브랜드력을 활용하는 브랜드 레버리지 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면 좋다. 단, 레버리지의 적절성을 정밀하게 따져봐야 하고 이와 동시에 아이덴티티 강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마케팅 전환 8. 존중 마케팅
지금 소비자는 심신이 허약해져 있고 상처받기 쉬운 ‘둥지 안 어린 새(NEST BIRD)’다. 따라서 이들을 치유하고 위안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구매행위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마케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통칭해 존중 마케팅이라고 한다. 단 이때 지켜야 할 커뮤니케이션 법칙이 있는데 ▲구매의 명분 제시 ▲희망과 위안의 메시지 ▲고객의 참여 유도가 그것이다. 우선 이 시대 구매의 명분이란 ‘가치 기반의 디버전스(value based divergence)’를 말한다. 즉 단순히 ‘저가 상품’을 판매하거나 ‘기능을 줄여서 가격을 낮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꼭 필요한 제품인데 이런 명분이 있습니다’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격이 중저가인 의류를 판매한다고 해도 그냥 ‘좋은 품질의 옷을 싼값에!’라고 하는 것보다는 ‘솜씨 좋은 노인분께서 손수 꼼꼼히 마무리 작업했기 때문에 품질은 좋고 가격은 낮추었습니다’라고 하면 사회적 체면 때문에 저가 의류를 구매하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쉽게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실버를 위한 작은 참여를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복잡한 기능은 줄이고 화질은 개선한 저렴한 LCD TV ’보다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간편한 ECO-LCD TV, 필요한 기능만을 모았습니다’가 효과적인 메시지다. 이것이 가치 기반의 디버전스다.
일본의 경우 불황기 소비자는 희망을 담은 메시지에 대해 17~48% 더 높은 주목도를 보였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역경을 얘기하는 암울한 메시지에 지쳤기 때문이다. 10년 전, 교보생명 광고에서 최민식씨가 어깨가 축 처진 친구에게 ‘거치른 들판으로 달려가자~’ 노래를 부르며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로 희망을 얘기하는 것과 카피는 모두 그런 맥락에서 크게 효과를 본 경우다. 요즘 광고에서도 ‘2009년 생각대로 비비디바비디부’ ‘대한민국 긍정의 길을 묻다’ ‘2009년 연아가 도와드릴게요’ ‘가족이 희망입니다’ ‘나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등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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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들을 참여시키는 것 또한 진일보한 존중 마케팅 방법이다. 일본의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에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UTGT 티셔츠 디자인을 공모했는데 이 중 몇 백 개는 상품화했으며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때로 위기는 기회다. 어려운 경제상황이지만 이상의 8가지 마케팅 전환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한발 더 발돋움하는 계기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의 성공적인 도약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