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0일 KT와 KTF 대표 및 관계자들이 광화문 KT사옥에서 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통신사업은 그 투자비용이 막대해 진입 장벽이 높고, 공공 서비스의 성격도 갖고 있다. 국가가 규제 정책 하나를 푸느냐 마느냐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달라지고 산업지형이 바뀐다. 이 때문에 통신 사업자의 합병, 분리, 규제는 정부와 국민, 경쟁업체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KT와 KTF 합병도 치열한 명분 싸움에서 이겨야 성사될 수 있다.
두 진영의 논리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재미있다. KT 진영의 명분은 ‘컨버전스 서비스 개발’이다. 유무선 통신 통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과 더 좋은 서비스 및 고용 창출에 ‘통합 KT’가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과감한 투자도 하겠다는 설명이다. 가령 통합 KT는 집에서는 저렴한 유선으로 통화하고 밖에서는 무선으로 통화하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SK텔레콤의 반대 논리는 ‘통신시장의 경쟁 실종’이다. KT와 KTF는 시내전화 90.4%, 시외전화 85.4%, 초고속인터넷 44.3%를 확보하고 있어 가입자만 4000만명에 달하므로, 두 회사의 합병은 시장 독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KTF가 KT의 고객정보를 활용해 마케팅에 나설 경우 시내전화 시장 1위가 휴대전화 시장 1위로 뒤바뀔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체 간 마케팅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을 보유한 LG 측은 KT 시내 가입자망 분리를 주장한다. KT의 시내 가입자망은 공기업 시절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한 것으로 광케이블의 50.1%, 통신선로의 95.6%에 달해 사실상 국가기간망이라는 것이다. 이 망을 분리하지 않고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KT 시내 가입자망을 빌려 써야 하는 경쟁업체들은 심한 차별을 당할 것이라고 LG 측은 주장한다.
케이블 사업자는 소규모 방송사업자의 존립을 흔들 것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인터넷TV(IPTV) 본격 출범에 따른 방송 인프라 장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T와 KTF의 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병 인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로선 조건부 허용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 진영은 합병 자체를 불발시키지 못하더라도 통합 KT가 손쉽게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강도 높은 인가 조건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KT와 반KT는 오늘도 새로운 논리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