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호

중국 경제 ‘태풍의 눈’ 농민공

최근 실직자만 2000만…체제불안 부르는‘실업 쓰나미’

  • 하종대│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입력2009-03-06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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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개방 과정에서 탄생한 중국의 특유 계급 ‘농민공(農民工)’은 서류상으로는 농촌 거주자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3D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뜻한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중국 기업들의 도산과 감원이 이어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이제 중국 경제의 최대 문제이자 체제 위협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경제 ‘태풍의 눈’ 농민공

    중국 베이징 왕징 지역의 농민공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 빵 한 조각을 입에 문 채 일터로 향하고 있다.

    #장면1

    지난해 12월14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중국에서 농민공이 가장 많은 광둥(廣東)성의 성도 광저우(廣州)역 광장. 이미 장거리버스 등 교통편이 끊어진 상황이지만 여기저기서 옷가지와 이불 등 봇짐을 멘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주름이 깊이 팬 이들의 얼굴엔 저마다 수심이 가득했다. 모두 경제위기로 기업이 도산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농민공(農民工)이다.

    최근 중국에서 이런 농민공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판샹차오(返鄕潮)’다.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광저우역 광장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농민공들로 초만원이었다. 자정이 넘으면서 역 청사가 문을 닫자 이들은 역 광장에서 골판지나 신문지를 깔고 아무렇게나 누웠다. 아침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다. 역 주변엔 하룻밤에 20~30위안(약 4000~6000원)씩 하는 여관이 있지만, 한 푼이 아까운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농사는 이미 친척에게 맡겼고 고향에 돌아가도 할 일이 없는데….”

    이날 역 광장에서 만난 후베이(湖北)성 출신의 왕훙(王宏·48)씨는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며 땅이 꺼져라 긴 한숨을 내쉬었다.



    8년 전부터 광저우시의 한 가죽가방 회사에서 숙련공으로 일했던 왕씨 부부는 최근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2년 전 데려온 아들까지 세 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동안 못 받은 임금만 무려 1만5000위안(약 300만원). 날이 밝으면 고향 가는 열차를 탈 수 있지만 그의 가슴은 천근짜리 돌덩이가 짓누르는 것 같다. 친척에게 맡긴 3무(畝·1무는 667㎡로 1마지기와 비슷)의 경작지를 되돌려받아 농사를 지을 수는 있지만 이걸로는 연간 3000위안도 벌기 어렵다.

    마음을 짓누르는 왕씨의 사연을 듣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미안해 50위안(약 1만원)을 건넸더니, 이를 본 주변 농민공들이 자기 사연도 얘기해주겠다며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이들에게는 50위안도 작은 돈이 아닌 셈이다.

    #장면2

    중국에서 농민공을 가장 많이 배출한 ‘농업대성’ 허난(河南)성의 타이캉(太康)현 반차오(板橋)진 허우시(后席)촌에 사는 한레이(韓雷)씨는 요즘 매일 이웃 주민과 마작으로 소일한다. 도시에서 농민공으로 일하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별다른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당초 광둥성 둥관(東莞)시에 위치한 바오라이(寶來) 전기공장의 농민공이었다. 대만 기업가가 투자한 이곳은 직원이 자그마치 5000명이나 되는 큰 공장이었다. 2000년 초부터 이곳에서 수위로 일했던 그는 지난해 5월 회사가 감원을 실시하며 해고하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 와도 그가 할 일은 없었다. 얼마 안 되는 농사일은 아내가 혼자 해도 충분했다. 집에서 할 일 없이 놀던 그는 두 달 만에 다시 집을 나서 광저우와 둥관을 돌아다니며 직장을 구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중국의 경제잡지 ‘차이징(財經)’이 올해 초 전한 농민공 르포기사의 한 대목이다.

    중국 경제 ‘태풍의 눈’ 농민공
    개혁개방 과정서 나타난 특유 계급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택한 이후 중국 현대화의 가장 상징적인 집단이자 중국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계층이 바로 농민공이다. 농민공이란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 출신의 노무자를 말하는 것으로 1984년 당시 사회과학원의 장위린(張雨林) 교수가 사용한 뒤부터 일반화됐다.

    농민공의 가장 큰 특징은, 농민이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의 직장은 도시에 있다. 하지만 거주지는 여전히 농촌에 두고 있다. 이는 중국 특유의 호적제도 때문이다. 중국인에게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 특히 농촌 호적을 가진 사람이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할 경우 국가의 통치와 주민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농민공이 도시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그 도시의 호적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도시 호적이 없으면 자녀를 낳아도 외지인으로 분류돼 베이징(北京)의 경우 5만위안 이상의 찬조금을 내야만 취학이 가능하다. 베이징에서는 집을 사더라도 10만위안 이상이 더 든다. 결국 농민공은 도시에서 생활할 수 없는 셈이다.

    농민공이 하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건축공사장의 막일부터 음식점 종업원, 가게 점원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이들 직업의 특징은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3D 업종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수입은 대개 600~1200위안(약 12만~24만원)으로 중국의 최저임금 선에서 맴돌고 있다(중국의 최저임금은 장시(江西)의 농촌처럼 낮은 곳은 580위안, 1인당 연간 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선전(深土川)시는 1000위안 선이다).

    이처럼 농민공의 임금이 낮은 것은 이 돈을 받고도 일하려는 농민이 끊임없이 도시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쑨정차이(孫政才) 중국 농업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 전역의 농민공은 2억2600만명. 이 중 1억2600만명은 대도시로 나온 농민공이고 나머지 1억명은 향·진(鄕·鎭) 기업에 취업한 이들이다. 지역별로는 허난(河南)성이 2100만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쓰촨(四川) 2002만명, 후난(湖南) 1200만명, 안후이(安徽) 1100만명, 후베이(湖北) 1036만명 순이다.

    이들이 도시로 나온 이유는 농촌에 잉여노동력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체 농경지는 18억3700만무로 1인당 경지면적은 1.39무에 불과하다. 농가 1호당 경지면적은 7.3무. 중국의 전체 농가는 2억4900만호다. 따라서 7억1000여 만명의 농촌인구 가운데 1억5000만명가량은 사실상 할 일이 없는 잠재적 실업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에 농민공이 등장한 것은 1978년 개혁개방 직후다. 1980년대 초 수백만명씩 늘던 중국의 농민공은 이후 점차 증가하더니 1994년 6000만명 선을 넘어섰다. 2000년 이후엔 매년 700만~800만명씩 급속도로 늘기 시작해 2003년 이미 1억1400만명에 이르렀다.

    생활보장과 실업보험 사각지대

    이처럼 급속도로 숫자가 늘었지만, 2007년까지만 해도 농민공들은 ‘민공황(民工荒·농민공을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자리를 얻는 게 힘들지 않았다. 임금이 많지는 않았지만 2003년 이후 중국 경제가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덕분이었다. 임금도 매년 10% 이상 올랐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새로운 노동법을 시행하면서 농민공 역시 도시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실업 양로 의료 산재 생육(生育·출산시 보조) 보험이 실시되고 주택보조금이 제공되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중국의 노동집약적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사회 최하계층인 농민공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민공황’이라는 말은 갑자기 사라지고 ‘실업 쓰나미’가 시작됐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새로운 노동법의 시행도 곳곳에서 잠정 중단되거나 유보됐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밝힌 조사결과에 따르면 1억3000만명에 달하는 농민공 가운데 최근 경제위기로 실직한 사람은 무려 2000만명으로 전체 농민공의 15.3%에 달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판공실이 춘제(春節·중국 설날) 기간에 농민공을 많이 배출한 15개 성 150개 농촌을 표본조사한 결과다.

    지역별 농민공 실직 현황단위 : 만명
    지역 농민공 숫자 실직 농민공
    허난(河南) 2100 754
    쓰촨(四川) 2002 186
    후난(湖南) 1200 160
    안후이(安徽)1100 113.2
    후베이(湖北)1036 150
    허베이(河北) 자료없음120
    윈난(雲南) 102
    광시(廣西) 99.4
    충칭(重慶) 94.4
    장시(江西) 680 92
    구이저우(貴州)자료없음 79.6
    간쑤(甘肅) 35.6
    산시(山西) 20
    산시(陝西) 10
    헤이룽장(黑龍江) 〃 8
    전체 1억30002024.2
    ※실직 농민공 숫자는 올해 1월 말 중국 공산당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판공실이 실시한 표본조사를 토대로 추정한 수치임.

    중국 정부는 실직 농민공의 숫자를 발표하면서 지역별 통계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차이징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00만명의 전체 실직 농민공 가운데 허난성 출신이 377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쓰촨성 93만명, 후난성 80만명, 후베이성 74만9000명, 허베이성 60만명 순이다.

    이처럼 실직 농민공의 전체 숫자가 2배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조사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차이징은 지난해 말 조사했지만 당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판공실은 두 달 뒤인 올해 1월말 조사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처럼 실업 농민공이 당초 예상했던 1000만~1100만명보다 2배 가깝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이들이 사회불안 요소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중국 농민의 수입 가운데 40%는 외지에서 막노동을 통해 번 돈이다. 따라서 농민공의 실업은 곧 농촌경제의 파탄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농민 수입 증가분의 70%는 바로 농민공의 임금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 학자들은 농민공의 실업 기간이 6개월을 넘어가면 농가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여전히 1억5000만명의 잠재실업자를 갖고 있는 농촌에 수천만명의 농민공이 귀향한다는 것도 또 다른 큰 부담이다.

    중국 경제 ‘태풍의 눈’ 농민공

    지난해 12월14일 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역 광장. 봇짐을 둘러멘 농민공들이 하염없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농민공의 실업은 각종 사회보장이 제공되는 도시민 실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도시민 같은 실업수당이 없다. 그동안 직장만 도시에 있지 집과 가족은 모두 농촌에 있었던 이들이 실업자가 되면 도시를 떠돌거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중국 대도시의 사회안전망은 어느 정도 갖춰진 편이다. 지난해 말 현재 도시의 양로보험 가입자는 2억137만명에 달한다. 의료보험 가입자는 이보다 많은 2억2311만명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전체 도시근로자 2억9350만명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또 도시에서는 수입이 적거나 없는 빈민들에게 생활보조금이 지급된다. 베이징의 경우 도시민에겐 매달 410위안(약 8만2000원)씩, 교외의 농민에게는 연간 2040위안씩 생활보조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농촌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양로보험 가입자는 5171만명으로 전체 농촌 인구 7억2750만명(2007년 기준)의 7%에 불과하다. 의료보험 가입자 역시 3131만명으로 전체 농민의 4.3%뿐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연해지역의 기업이 가능한 한 농민공을 해고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실직해 귀향한 농민공에게는 각급 지방정부가 직업훈련도 제공한다. 각 지방정부는 앞으로 공공사업을 일으켜 실업 농민공을 최대한 흡수할 예정이다.

    중국 당국과 기업연합회는 최근 각급 지방정부와 기업, 노조에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임금 체불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또 농기구 구매를 위한 보조금 확대 등 농민공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다시 얻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 당국은 농민공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최대 사회불안 요인

    요즘 중국 동부지역 대도시들은 실업 농민공들로 만원이다. 일자리를 소개하는 업소에는 젊은 농민공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춘제 때 고향에 내려갔던 농민공이 무작정 올라왔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성에는 과거보다 더 많은 농민공이 몰리고 있다. 홍콩의 원후이(文匯)보는 최근 광둥성 취업서비스관리국 통계를 인용해 춘제 이후 보름 사이에 광둥성에만 970만명의 농민공이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26.8%인 260만명은 무작정 도시로 올라온 사람이다. 최근 들어 광둥성이 ‘실업자 공장’으로 전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중국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광저우시가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광둥성 기업의 20%는 올해 상반기 감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올해 상반기엔 도시와 농촌 모두 실업 농민공으로 넘쳐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부터 증가세를 멈추고 감소하기 시작한 중국의 수출은 올해 1월 들어 무려 17.5% 줄었다. 이는 1998년 이래 최고치로, 전혀 예상치 못한 격감이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더 많은 해고가 잇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처음 각 지방에 내려 보내는 ‘1호 문건’을 농민문제 해결로 삼았다. 1호 문건이 농업문제를 다룬 것은 올해가 여섯 번째다. 중국 정부는 특히 농민공 체불임금 해소에 주력하고 농민공의 집단행동이 폭행과 파괴, 약탈행위가 아니라면 되도록 경찰병력을 동원해 진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대신 각급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대화를 통해 풀라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를 잃어 가뜩이나 심정이 안 좋은 농민공을 가능한 한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또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이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범죄에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월 1일 상하이에서는 실직한 농민공 4명이 짜고 납치극을 벌였다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중국 신화(新華)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지 ‘랴오왕(瞭望)’은 “올해 중국 사회가 대립과 충돌에 직면할 가능성이 한층 높다”며 “올해가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통치능력을 시험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도 1월 19일 국무원 전체회의에서 “올해는 신세기 들어 경제발전에 있어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사회 안정을 위한 고용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특별 당부했다. 2009년 중국 정부의 최대 과제가 농민공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느냐라는 점을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공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사회 불안은 곧바로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연결된다. 올해의 최대 정치 화두가 농민공인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총체적 문제

    농민공 문제는 단순히 실업이나 사회불안, 정치적 부담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최근 중국 정부가 최대 역점 사업으로 삼고 있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중국 전체 경제의 회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 정부는 현재 세계적인 경제위기 영향을 최소화하고 올해 목표로 내세운 8% 성장을 반드시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이미 발표한 인프라 투자 계획만도 2010년까지 4조위안(약 800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자금을 철도와 도로, 공항, 항만 건설에 집중 투자해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궁극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확대시키겠다는 의도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적어도 40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그동안 수출 일변도로 경제성장을 해온 방식에서 탈피해 앞으로는 내수시장을 확대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 농민들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최근엔 가전제품의 농촌 보급 촉진 정책까지 내놨다. 농촌 주민이 휴대전화와 컬러TV, 세탁기, 냉장고 등을 사면 구입금액의 13%는 정부가 대준다는 정책이다. 농민의 소비를 촉진해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나아가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농민 수입의 40%를 차지하는 농민공의 임금 수입이 격감하면 농촌 소비가 늘어날 리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기본 전략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조만간 농민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3월 초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정협) 회의에서도 농민공 문제는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이자 자유와 민주를 부르짖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발생 20주년이다. 티베트에서는 달라이 라마가 인도에 망명해 망명정부를 세운 지 50년이 되는 해다. 중요한 정치적 의미와 함께 사회적 불안으로 작용할 사건이 많은 해인 셈이다. 세계 각국이 중국의 농민공 문제를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시원(陳錫文) 중국 공산당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판공실 주임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농민공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농민의 복리를 높일 뿐 아니라 농촌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전체 경제사회의 안정,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농민공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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