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160X130cm, acrylic on canvas, 2008
홍익대와 동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그는 졸업한 뒤 매년 1~2회씩 개인전을 열었고, 국내외에서 열리는 여러 대형 기획전에 초대받았다. 그는 TV와 만화라는 대중문화의 수혜 속에서 성장한 첫 세대로, 탈정치적이며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일체의 권력과 제도에 비판적인 한국의 젊고 ‘즐거운’ 작가군을 대표한다. 그의 이름은 ‘코리안 팝’이라는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너무 잦은 전시에 지친 그는 스스로 2005~2007년‘은퇴 선언’을 했으니, 이것도 연예계 스타일이다. 그는 화가이며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행위예술가이고 클럽 DJ 겸 수제 자동차 메이커이며 자동차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순수 예술’신봉자들로부터 억울한 평을 받기도 한다.
“모든 일이 미술과 연관된 일이다. 미술로 인해 내가 행복하듯이 다른 활동들도 내가 원하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 영감과 힘을 얻는다.”
지금 파주 출판단지 갤러리박영에서 그의 최근작들을 만날 수 있다. 가볍고, 매끄럽던 그의 그림은 많이 ‘두터워졌다’. 마음 심(心)이 거대한 아이콘처럼 자리 잡은 캔버스는 눈물과 땀을 뚝뚝 쏟아내는 듯한 온갖 형상으로 인해 불교의 ‘만다라’를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김태중식 유머가 살아 있다는 점은 팬들에게 큰 다행이다.
reflex, 120X97㎝, acrylic on canvas, 2008(좌) baby soul33, 78X40X35㎝, acrylic on BE@RBRICK 1000% special edition, 2008(우)
“무거워졌다. 컬러는 밝고 대담해졌다. 예전엔 ‘깨끗’한 라인과 입체감 없이 플랫한 화면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덧그리고, 흘리고, 번지는 그림이 좋다.”
▼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서른이 경계였다. 하하. 이렇게 말하면 안되나? 그때까지 전시를 너무 자주 했다. 작품이 변해도 남이 알지 못할 정도였다. 2~3년 쉬고 나니, ‘즐긴다’에서 ‘살아간다’로 서술어가 바뀌더라.”
▼ 최근작은 종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를 다 거쳤다. 종교가 서로 다 통하더라. 내가 한국인이라 동양적으로 풀려고 하니, 불교적인 느낌이 난다. 원시 미술을 재미있게 해석하는 작업은 전부터 계속 해오던 것이다.”
▼ 사람과 동물을 합친 듯한 형상들이 있고, 물방울과 구름이 많이 보인다. 물이 무엇을 상징하나?
“자세히 보면 누군가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을 또 다른 존재가 받아먹고 오줌을 눈다. 그것이 다시 비구름이 되어 흘러내린다. 모든 존재가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으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운명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불교에선 ‘윤회’라고 할 거다. ‘心’이란 마음의 바다다.”
▼ 수없이 많은 형태가 덧그려져 있는데, 일반적인 밑그림이 있나?
“하나의 화두를 던지면 모든 것이 작업하면서 결정된다. 여기까지 됐다 싶으면 마지막 붓을 놓는다.”
▼ 쉬면서 무엇을 했나?
“친구들과 카페 하고 여행 다니고, 1988년산 BMW를 사서 해체한 뒤 다시 제작했다. 엔진은 이베이를 통해 새로 구입했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 꽤 유명하다. 이걸로 차랑 노는 것도 끝난 셈이다. 왜 차에 미치냐고? 여자들이 핸드백 좋아하는 거랑 비슷하다.”
▼ 첫 전시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인가?
“‘스타’는 아닐 거다. 하하. 첫 전시 때 내가 작가로서 가망이 있나 없나 보자, 결정해버리려는 절실함이 있었다. 대학 내내 준비했고,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아니면 다른 일 했을 거다. ‘이렇게 하자 하면, 끝까지 가자’는 주의니 이젠 작가로서 끝까지 갈 거다.”
갤러리박영
김태중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박영(대표 유연옥)은 2008년 11월20일 파주출판단지에서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겸 작가 스튜디오다. 도서출판 박영사가 사회문화적 기여를 위해 설치했으며 1기 레지던스 작가는 김태중, 한지석, 낸시랭, 이지현, 이진준, 최진아. 3월14일 재즈아티스트 윤희정의 콘서트 ‘윤희정과 프렌즈’가 열릴 예정으로 작가 김태중이 뮤지션으로 참여한다.
031-955-4071, www.gallerypakyo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