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스타킹을 신은 여인’, 1913년, 과슈·수채·연필, 98×31cm, 개인 소장
스타킹을 신은 여인을 통해 성적 환상을 증폭시킨 작품이 에곤 실레의 ‘검은 스타킹을 신은 여인’이다. 스커트를 걷어 자신의 음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여인을 묘사한 이 작품에서 음부와 젖꼭지, 그리고 검은색 스타킹에 달린 리본의 붉은색은 성행위를 의미한다. 검은색 스타킹이 여인의 성기를 강조하지만, 에곤 실레는 남성의 관음증을 자극하기보다 여인 육체의 실체를 드러내고자 했다.
에곤 실레(1890~1918)는 원근법을 무시한 채, 현실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성적 충동을 충족하기 위해 모델에게 기이한 포즈를 요구했다. 그는 변태적 성적 충동을 드러내기 좋아해 모델들에게 강압적으로 포즈를 취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춘부에게 검은색 스타킹은 육감적인 몸매를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남성의 욕망을 부추기는 데 유용한 도구다. 스타킹을 신고 생활하는 매춘부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 알베르 마르케의 ‘두 친구’다. 스타킹을 신고 다리를 벌린 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있는 매춘부와 침대에 기대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또 다른 매춘부의 자세가 도발적이지만 둘의 표정은 우울하다. 침대 뒤에 드리워진 커튼은 자연을 연상시키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매춘부들의 암울한 세계가 더 강조된다.
‘두 친구’, 1911년, 캔버스에 유채, 60×92cm,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스타킹은 부부 사이에도 성적 환상을 자극한다. 자신의 자극적인 성생활을 공개한 작품이 제프 쿤스의 ‘일로나가 위에서’다. 이 작품은 쿤스의 ‘메이드 인 헤븐’ 연작 중 하나로, 쿤스는 자신을 모델로 섹스 장면을 연출해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작품에서 스타킹은 음부를 가리는 속옷의 기능보다 쾌락을 배가시키기 위한 섹스 도구에 가깝다. 포르노그래피에 가까운 묘사로 섹스 숍이나 포르노잡지를 연상시킨다. 제프 쿤스(1955~)의 이 작품에서 스타킹을 신고 자극적인 체위를 취한 치치올리나는 1987년 가슴을 드러내놓고 선거 유세를 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포르노배우 출신 이탈리아 국회의원이다. 쿤스와 치치올리나는 1991년 결혼했다. 이 작품은 엘리트 예술의 개념을 무너뜨리고자 한 쿤스의 의도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일로나가 위에서’, 1991년, 사진과 혼합재료, 작가가 이혼하면서 작품을 폐기해 크기 확인 불가
‘젊은 미망인’, 1922년, 캔버스에 유채, 102×61cm, 개인 소장
장식의 모자를 쓴 여자는 검은색 스타킹만 신은 채 거울 앞에 서서 검은색 숄로 자신의 가슴을 애무하고 있다. 검은 모자와 십자가 목걸이는 그녀가 막 남편의 장례식에서 돌아왔음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이 검은색 스타킹과 가슴을 움켜쥔 손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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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걸쳐져 있는 흰색 드레스는 순결을 상징하지만, 여인이 그것을 벗어놓음으로써 미망인의 삶을 벗어던지고 싶은 욕구를 암시한다. 거울 속의 붉은색 육체는 현실의 육체와 강한 대비를 이룬다. 리하르트 치글러(1891~1992)는 이 작품에서 현실과 욕망의 갈등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