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 : 미래전략연구원
● 사회 : 손병권거버넌스전략센터장(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참석 : 박성우거버넌스전략센터 연구위원(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설동훈사회문화전략센터 연구위원(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이장혁경제통상전략센터 연구위원(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정리 : 구가인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사진 왼쪽부터 이장혁, 설동훈, 손병권, 박성우 교수.
손병권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왜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문제가 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갈등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있겠지만, 최근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갈등은 갈등 해결에 대한 합의의 가능성이 점점 더 없어지고 사회통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부각되는 듯하다.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주된 갈등 요인이 무엇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다양한 수준에서 논의해보자.
설동훈 사회구성원 간에 큰 충돌 없이 합의도출이 가능한 것을 사회적인 합의 혹은 균형이 이루어지는 상태라고 한다면 그러한 합의나 균형이 깨어진 상태를 사회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사회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회구성원 각각의 이해관계(interest)와 이를 이해(understanding)하는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크고 작은 갈등은 사회에 역동성을 부여한다고도 볼 수 있다. 단, 그러한 갈등이 얼마나 거칠게 폭발하고 또 그 갈등을 어떻게 관리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문제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우리 사회에서 얼마만큼 조정 통합해나갈 수 있는지다. 여기에선 게임의 규칙(Rule of Game)이 중요하다. 게임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규칙을 지킨다는 것, 즉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상대방이 규칙을 어길 것이라고 보고 자신도 그 규칙을 마구 어기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고 사회적인 행동을 하다 보니까 갈등이 극으로 치닫게 되는 듯하다.
박성우 설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한 가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것은 우리 사회가 왜 지금 이러한 갈등이 문제라고 이야기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노사갈등이건 세대갈등이건 이념갈등이건, 이런 다양한 갈등은 사실 지금 2000년대 우리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있었고 또 동시대 다른 곳에도 마찬가지로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와 사회구성원 전체가 특별히 왜 이런 사회갈등을 문제시하고, 이게 왜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여러 종류의 갈등에는 갈등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이해당사자들이 있다. 용산철거민 사태의 경우도 그렇고 고부간의 갈등이나 세대 간 갈등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특정 갈등에 대한 해석을 통해 사회 전체의 갈등을 해석하고 또 해결하려는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어떤 특정한 갈등이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전체 갈등일 수도 있음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태도들로 인해 자칫 사회 내 갈등이 부풀려져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 되거나, 이해당사자들끼리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을 사회 전체 갈등으로 받아들여 사회 구성원 전체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그래서 궁극적으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못지않게 불필요한 수준까지 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장혁 사회갈등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경제적인 이익과 관련한 갈등이고 또 하나는 감정적이거나 이념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본다. 첫 번째 갈등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정된 재원을 누가 더 갖고 누가 덜 가질 것인지에 대해 이해관계가 대립되다 보니까 생기는 것이다. 반면 두 번째 갈등은 추구하는 가치관의 차이와 정서상의 이유로 발생한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통적인 가치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 시민이라면 민주공화국 헌법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바로 그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장 공통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공통적인 가치에 대한 이해의 부족 또는 고의적으로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들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설동훈 사회학에서는 전자를 이해관계(interest)에 기반을 둔 갈등, 후자를 이데올로기 또는 아이덴티티 문제에 관련한 갈등으로 본다. 그런데 후자의 갈등, 이념의 대립을 강조하면 그 대립 자체는 때로 해소가 불가능하다. 컵에 물이 반쯤이 있는데 한쪽에서는 반밖에 안 남았다고 보고, 다른 한쪽에서는 반이나 남아 있다고 본다. 동일한 현상에 대한 해석부터 상이하면 갈등 해결은 불가능하다. 결국 좌파와 우파,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입장과 분배를 강조하는 입장으로 나눠놓고 논의를 전개하면 갈등 해결은 요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