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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협회(CFR)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 보고서

“한국 육군 30% 감축계획은 유사시 북한 안정화의 걸림돌”

  • 하태원│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

미 외교협회(CFR)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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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경쟁적 권력승계

내부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북한 내에도 개인적 경쟁관계에 놓인 인물들이나 파벌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김 국방위원장의 유고 이후 권력승계는 대단히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권력투쟁이 장기간에 걸쳐 때로는 유혈사태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폭력적인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

권력투쟁의 과정은 권력승계를 노리는 개인들의 리더십이나 인적 네트워크, 조직력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밀리에 소유하고 있는 은행계좌의 접근권을 누가 차지하느냐 여부도 권력투쟁의 최종 승리에 이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권력의 승계 여부는 물론 경쟁을 통해 차지한 권력을 평화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도 군부와 국가보위부의 지지 정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시나리오에 따를 경우 북한에서 새로운 체제가 등장할 수 있지만, 김정일 가문으로부터 정통성을 끌어오는 형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김정일 가문과의 깨끗한 절연을 통한 새로운 정책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내부적인 정치개혁이나 외부세계에 대한 개방을 추진할 수도 있다.

③권력승계 실패



김정일 정권 이후 대다수의 지지와 정통성을 확보한 지도체제가 성립하지 못할 경우 북한이 과거 동유럽처럼 무정부상태의 혼란에 빠지는 ‘권력승계 실패’시나리오도 상정해볼 수 있다. 이때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은 동유럽에 비해 훨씬 심각한 인도주의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주체사상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취약하고 외세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는 물론 농업 생산 역시 인민을 먹여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엔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75%의 주민들이 식량섭취량을 크게 줄이고 있고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은 하루 세 끼가 아닌 두 끼로 연명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북한의 권력통제 상실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북한이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단계에 들어갈 경우 남한으로의 흡수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남한으로서는 급속한 흡수통일보다는 사전단계인 연방제 형태를 거쳐 질서 있는 통일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2. 도전과 딜레마

관리된 권력승계가 이뤄질 경우 누가 권력을 잡든 간에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은 북한의 권력 교체기간에 새로운 지도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새로운 북한의 지도부에 대해서도 기존에 중국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관계를 원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강화 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

경쟁적 권력승계가 이뤄질 경우 권력투쟁의 기간이 길어진다면 워싱턴으로서는 보다 개혁적이거나 외부세계에 대한 개방을 지향하는 정파를 지지할 수 있다. 또한 권력투쟁 과정에서 한 정파가 남한 정부에 대해 공식·비공식적인 지지요청을 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하게 돌아갈 수 있다. 남한으로서는 이 같은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고,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또 다른 정파가 중국의 지지를 요청한다면 한중 관계가 급속히 경색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인민군이 연루된 국경에서의 유혈사태 역시 고민거리다. 권력투쟁에서 패한 군벌 중 일부가 집단적으로 투항하는 사태도 개연성이 높다. 특히 군대의 경우 대규모 이동이 가능한 수송수단과 연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낮지 않다. 대규모 군 병력이 실제로는 투항할 의도를 갖고 이동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오해로 인한 전면적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식량배급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의 붕괴로 인한 대규모 탈북사태도 골칫거리다.

대량살상무기(WMD)의 안전확보 및 북한 내 치안과 안정 유지는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개입 개연성을 높이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주변국들은 북한 WMD의 무단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데 원칙적인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북한의 WMD를 안전하게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이견이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북한 급변사태시 북한에 군을 주둔시키는 것보다는 병참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북한의 WMD 위협을 제거하는 데 있어서는 직접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①안보와 안정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 내 치안과 안정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인구 1000명당 5~10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현재 인구가 2300만명인 것을 감안할 경우 11만5000~23만명의 군 병력을 한국과 미국 등이 충원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수만명의 경찰병력이 기본임무를 통해 군 병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이 향후 10년간 육군 병력을 30%가량 감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은 유사시 북한 내 치안유지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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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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