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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의 시네마 테라피 ④

현실에 물어뜯긴 청춘을 위로하며

  • 강유정│영화평론가 noxkang@hanmail.net│

현실에 물어뜯긴 청춘을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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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물어뜯긴         청춘을 위로하며

‘청춘스케치’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네 젊은이는 각기 다른 상황에서 좌절을 경험한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이에게도, 낭만적 미래를 설계하던 이에게도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 분명했던 이에게도 졸업 이후의 상황은 편치 않다. 취업도 잘 안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계획은 허무맹랑한 꿈 정도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망이나 미래는 철없는 공상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꿈에 부풀어 있던 네 젊은이는 각기 다른 상처를 안고 모인다. 그러던 중 트로이와 릴레이나는 우정보다 더 긴밀한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모든 일에 도피적인 트로이는 릴레이나와의 관계가 복잡하게 꼬이자 또 도망친다. “사랑하는 여자와 섹스를 해본 것은 처음이야”라고 말하면서.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보여주듯 미완성 상태에 놓인 네 인물의 삶을 트로이와 릴레이나의 재회로 마무리한다. 적어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서만큼은 최초로 책임감 있는 연애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트로이를 통해 이들의 불투명한 미래에 잠깐의 신기루를 제공하는 것이다.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실상 영화 ‘청춘스케치’의 결말은 정지 화면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제목처럼 그들이 아직 ‘청춘’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끝날지, 트로이와 릴레이나의 연애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왜냐면 그들은 젊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적 모순 속에서 헤매는 지금의 젊은이들과 꼭 같은 상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리얼리티 바이츠’는 방황과 혼돈이야말로 일종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 방황과 혼돈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하느냐에 따라서 30대 이후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사랑도 직업도 내 자신에 대한 전망조차 불투명한 시절, 20대는 그런 것이라고 말이다.

피츠제럴드의 자화상,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는 묘한 작품이다. 묘하다는 수식어는 일단 원작자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일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잘생긴 외모에 멋스러운 옷차림, 눈썹까지 세심하게 솔질하고 다녔던 멋쟁이 피츠제럴드는 댄디한 남자였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그의 소설에 늘 아름다운, 하지만 차갑고 도도한 부잣집 아가씨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녀들은 ‘실연의 상처에 찢긴 심장을 가진 남자들의 긴 행렬을 끌고 다니는’ 바람둥이다. 타고난 미모와 주어진 재력 가운데서 빛나는 여자들은 구애자들을 마음껏 유린한다. 천진하고 대담하게 구애자들의 단점과 가난을 비꼬는 것이다. 피츠제럴드는 이러한 여성 캐릭터를 가리켜 “비난할 수 없는 일관되고 순수한 이기주의”라고 표현한다. 피츠제럴드 그 자신이 이런 캐릭터의 여성에 늘 매료돼 있었다.

피츠제럴드는 1896년 9월24일, 멋쟁이 신사인 아버지 에드워드와 식료품 도매업으로 성공한 아일랜드 이민자 집안 출신의 어머니 몰리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 에드워드는 젊은 시절 부를 찾아 서부행을 택했지만,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하고 결국 처가에 얹혀살았다. 외모나 기질 모두 아버지를 닮은 피츠제럴드는 대영제국에서 건너온 가문의 후예라는 점에서 아버지에게 자긍심을 느끼는 한편, 처가살이로 주저앉은 무능하고 가난한 아버지에게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부끄러움만을 회고한다고 했다. 미적 감수성이나 댄디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촌스러운 아일랜드계 핏줄을 거부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의 부모는 아들을 상류 계층에 입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최고급 주택가 근처로 이사하고, 상류층 자제들과 함께 무용교습을 받게 하는가 하면 명문 세인트 폴 아카데미에 진학시켰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아들을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처럼 키우고 싶었던 셈이다. 그러한 노력이 성공했다고 해야 할까? 피츠제럴드는 미국 최상위 계층이라고 할 만한 시카고 은행가의 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는 그저 여러 장난감 중 하나에 불과했다. 가난과 한미한 집안을 이유로 그에게 상처를 입히고, 다른 유력 집안의 아들과 결혼한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 전편에 깔려 있는 주인공의 부와 성공에 대한 열망, 신분 높은 미녀에 대한 열망은 사실상 피츠제럴드의 경험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로버트 레드퍼드의 작품으로 기억된다. 로버트 레드퍼드의 미모가 돋보였던 이 작품은, 무능했던 한 남자가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개츠비의 꿈은 허영으로 가득 차 있고 또 세속적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꿈과 욕망은 매우 현실적이다. 그는 젊은 시절 미끈한 외모 외에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대개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젊음과 혈기가 있을 때 돈은 잘 따라주지 않는다. 부모나 주변의 도움이 없는 한 20대의 젊은이가 엄청난 부와 사회적 지위를 갖는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속물보다 무능이 나쁘다

개츠비는 자신의 무능을 확인시켜준 여자를 증오하거나 복수의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 그녀가 원하는 상류 계층으로 자신이 성장하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이 반한 세속적 기준에 자기 자신을 맞추리라고 결심한다. 개츠비가 생각한 복수는 바로 그녀가 자신을 사랑할 만큼 충분히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녀의 속물성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무능이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결국 개츠비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돈을 버는 데 성공한다. 원하는 만큼이란 이웃집에 사는 데이지를 유혹하고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게 할 만큼이다.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해 살고 있던 데이지는 속물답게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부유한 미남자를 거부하지 않는다. 가진 것 없던 젊은 시절의 정체성을 지운 개츠비는 유능한 중년 남자가 되어 그녀를 얻는다. 아니 얻는 듯싶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남자 개츠비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그를 야망에 불타게 했던 데이지도, 그가 마련한 파티에 불나방처럼 모여들던 수많은 하객도 그의 죽음에 신경 쓰지 않는다. 어디선가 떠돌다 온 한 이방인이 우연히 그곳에서 죽었다, 정도로 신문 가십란을 장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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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영화평론가 noxk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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