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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장관의 행로(行路)

유인촌 장관의 행로(行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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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부가 유난히 법치를 강조하려 한다면 막무가내로 몰아내는 작태를 보여선 안 된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은 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더구나 일단 밀어내고 재판에서 지더라도 최종심까지 시간을 끌면 실질적으로 ‘물갈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라면 밀려난 측(또는 세력)이 승복할 리 없다. 사회의 적대적 갈등만 깊어질 뿐이다. 근거와 절차의 정당성도 없이 특정인에게 위법과 무능 등의 혐의를 덧씌워 밀어내고, 사실상 임기 종료 이후 무죄로 판명되어도 그만이라는 식은 대상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야비한 행위다.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한들 이미 위법 무능한 인물로 낙인찍힌 상처가 쉽사리 치유될 수 있겠는가. 우파정권이든 좌파정권이든 자신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 인물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까지 말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법치 여부를 떠나 인간에 대한 예의이자 정권의 도덕성 문제다.

나는 개인적으로 새 정권의 통치철학을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공공기관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법에 보장된 임기를 지키려는 입장을 폄하할 수는 없다. 그 입장 또한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구나 다양성이 요구되는 문화관련 기관장을 꼭 우파일색(또는 좌파일색)으로 채워야 하는지는 특히 의문이다. 결국 편협한 리더십과 벌거벗은 권력욕의 산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있는 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법치를 강조하느니 못 지킬 법은 바꾸는 게 옳다. 예컨대 공공기관장의 경우 정권과 같이 할 수 있도록 임기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음 정권(한나라당이 정권재창출을 한다고 하더라도)에서라고 같은 갈등이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나중 일이다. 당장은 ‘한 지붕 두 위원장’이라는 기막힌 현실을 이 정부가 강조해마지 않는 법치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 “(김정헌 전 위원장의) 지위 회복이 권한 회복은 아니다”라는 식의 말장난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위원장으로서의 지위는 인정하나 권한은 줄 수 없다는 것이 상식에 맞는 소리인가. 차라리 항소를 했으니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위 회복을 유보하겠다며 다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문화예술위 위원들은 “김정헌 위원장의 법적 지위 회복을 인정하고 그간 고통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으나 기관 운영의 지속성과 업무수행의 원활을 기하기 위해 오광수 현 위원장이 기관 대표권을 포함해 모든 권한을 행사하도록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예술위 위원들의 결정이 법원 결정을 구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치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김 전 위원장에게 사무실을 제공하고 비서를 임명하고 차량과 업무추진비를 지급하는 ‘적절한 예우’를 한다지만 위원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마당에 비서와 차량과 업무추진비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공연한 혈세 낭비다. 김 전 위원장도 그런 대접받자고 출근을 강행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도 출근하는 것이 괴롭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 출근은, 하자가 없는데 억지 사유를 만들어 기관장을 부당 해임시킨 문화부에 대한 항의표시다. 해임당할 때 구겨져서 내던져진 건 난데 지금 와서 그들이 무슨 모양을 찾느냐.” (‘한국일보’ 2월7일자 인터뷰)



유인촌 장관의 행로(行路)
全津雨

1949년 서울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現 경원대 초빙교수

저서: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경위야 어떻든 ‘한 지붕 두 위원장’의 모양이 영 아니지 않으냐는 비판에 대한 항변이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유인촌) 장관이 공개사과하고 사퇴하면 나도 용단을 내릴 의향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장관은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니까 그게 끝날 때까진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1심에서 해임 무효와 해임효력 정지 판결이 났다지만 두 건 모두 항소했으니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 법원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위법할 뿐 아니라 표적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며, 해임에 이를 정도의 업무상 잘못이 없다”며 해임 무효를 판결하고, “김 전 위원장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해임처분 정지 결정까지 내렸다면 적어도 유감 표명이라도 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도 한번 해보고… 재미있지 않겠어”라니!

나는 유 장관이 사퇴하는 게 옳다고 본다. 법치 논란을 떠나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국격(國格)을 위해서라도.

신동아 201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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