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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중국 유학열풍의 빛과 그림자

2010년, 8만명의 한국 젊은이가 중국에서 중국을 배운다

  • 이헌진│동아일보 베이징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 유학열풍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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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고급화하는 중국 유학생

주로 대학 학부생(2만2416명)과 어학연수생(2만5000명)이 많다. 하지만 석사과정(2148명)과 박사과정(1015명) 유학생도 상당수 존재한다. 나머지는 석·박사 예비과정인 진수생 등이다. 통계 미비로 이들이 주로 어느 전공을 택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재학생 중 한국인 유학생 비율이 높은 베이징의 명문 런민(人民)대에 따르면 한국인 유학생들은 신문학과 국제정치, 경제, 법학, 중문과 등 문과계열 전공이 많다.

한때 중국 유학은 도피성 유학의 대명사였다.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난 이들이 낯선 땅에서 쉽게 탈선하면서 중국과 한국 사회에서 한동안 사회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숫자가 늘었을 뿐 아니라 질적인 변화도 뚜렷하다.

유학생 스스로도 자부심이 크다. 베이징의 15개 대학 총(總)한국학생회연합 한성환(런민대 4학년) 회장은 “목표를 설정하고 오랫동안 준비해 유학을 오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갈 곳이 없어 오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중국에서는 명문 대학이라도 입학과 졸업이 비교적 녹록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 전형을 통해 입학하고 느슨한 학사관리를 통과해 졸업장을 거머쥐었다. 그런 호시절(?)은 이제 사라졌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다. 유학생들은 입학과 졸업이 모두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등 주요 대학의 한국인 유학생 60% 이상이 중국 현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재학생들은 추정했다. 과거처럼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 2년 동안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이들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적어졌다. 그만큼 입학시험이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또 대학들도 학사관리를 크게 강화했다. 많은 곳은 30%, 적은 곳은 10% 안팎이 재학 도중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탈락하고 있다. 임두혁 칭화대 한국인유학생회 ‘아랑’ 회장은 “입학 후 중국인 최고 수재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중국 유학이 헐렁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난을 뚫은 덕분에 중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 유학생에 대한 한국 기업체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강현철 주중 한국대사관 노무관은 “한국 기업들은 전에는 한국인 중국 유학생의 자질에 의문을 품고 중국 대학 졸업생에 대해 채용을 꺼리곤 했다”며 “이런 인식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생각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한국인 유학생 3명을 처음으로 인턴으로 채용한 중국 우리은행은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 은행 정준구 본부장은 “현지에서 몇 년씩 생활한 사람들이라 중국어가 완벽하고 중국 사회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넓고 깊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재중 유학생들의 자질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 외국인 졸업생을 바로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외국인 재(在)중국 직업관리규정 제7조 2항에는 외국인의 중국 취업 전제조건으로 ‘필수적 직업기능과 상당한 근무경험을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노동국의 취업허가서 발급 부서는 근무경험 2년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 학교를 졸업한 뒤 현지 취업의 길은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것이다.

산적한 장애물, 깊어가는 고민

평가가 호전되고 있다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한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만연해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스위스연방공과대학으로 진학한 김유훈씨는 “나쁜 시선으로 보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유학생들은 따뜻한 시선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중국대학 졸업장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국의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뒤 베이징대로 유학을 와 박사과정을 마친 황모(35)씨는 “한국인 중에는 중국이라면 일단 몇 단계 낮춰보는 시각이 있다”며 “이곳 대학의 우수성이 한국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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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동아일보 베이징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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