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2월31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열린 2010년도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워게임 시뮬레이션의 경우, 미국 랜드연구소가 개발한 JICM(합동종합상황모델)을 사용해 진행된 것으로 전한다. 이 모델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주요무기체계나 부대에 그 성능이나 규모에 따라 전력지수를 매기고, 여기에 공격이냐 방어냐 여부, 지형, 훈련이나 대비태세 등의 승수를 곱해 전투력을 산정한 다음, 워게임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전면전 상황에 적용하는 수순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육해공군을 종합해 산정한 남과 북의 전력 차이가 10%였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투입 측면 연구와 산출 측면 분석에서 대동소이한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승수의 요술
다만 이는 북한의 핵과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제외하고 재래식 전력만을 비교한 결과이고, 또한 주한미군 전력이나 유사시 한반도에 증파될 미국 측 병력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을 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라면 미군이 없어도 한국군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시증원 병력은 제외하고 현재의 주한미군 전력만을 감안해 적용하는 경우에도 한미연합군의 전투력이 북한군을 압도한다는 게 이번 연구의 결론인 셈이다.
눈여겨볼 것은 이러한 결론이 똑같은 JICM 워게임 시뮬레이션을 사용했던 2004년 8월 남북 군사력 평가의 연구결과와 사뭇 다르다는 사실이다.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합동참모본부가 주축이 되어 진행됐던 당시의 연구는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육군 80%, 해군 90%로 열세이고, 공군만이 103%로 약간 우세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육해공군의 전력비를 2:1:1로 계산하는 통상의 가중평균치를 적용해보면 한국군의 군사력은 북한군의 88%에 불과하다는 결론이었다.
2009년의 연구는 우선 당시와는 달리 육해공군을 분리해 비교하지 않고 통합전력지수를 산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불과 5년 만에 88%와 110%라는 상당한 격차가 나타나게 된 이유를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2004년의 연구가 군 당국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데 비해 2009년의 경우 국정원이 발주한 것이라는 사실이 이 같은 차이를 낳았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사실 워게임 시뮬레이션은 각 무기체계나 부대에 어떤 원칙으로 전력지수를 매기느냐, 혹은 이들 지수에 어떤 가중치를 적용하고 승수를 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북한군 미그29 전투기와 한국군 F-15K 가운데 어느 무기체계가 더 강한지,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나는지를 계량하는 방식에 따라 시뮬레이션의 결론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
특히 남측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C4I 능력이나 공격·방어 여부의 승수효과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서는 아예 워게임의 승패가 뒤바뀌기도 한다. 이렇듯 사전에 마련된 원칙만 일별해도 시뮬레이션 결과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할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