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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사태로 본 아이돌 가수 미국 진출의 실상

“화려한 포장 벗기면 드러나는 실패의 기록, 도전의 상처”

  • 고규대│스포츠한국 기자 enter@sportshankook.co.kr│

원더걸스 사태로 본 아이돌 가수 미국 진출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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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사태로 본 아이돌 가수 미국 진출의 실상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모으던 가수 보아가 2008년 미국 진출을 선언하는 모습. 하지만 보아는 현재까지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어 실력 부족도 문제다. 비와 세븐이 미국 진출 초기 ‘짧은’ 영어로 고생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원더걸스의 선예가 아무리 영어 실력을 키운다 해도 미국 현지인의 귀에 익숙하게 들리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JYP가 최근 선미의 탈퇴 선언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영어 중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혜림을 멤버로 영입한 것은 이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미국 진출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걸림돌은 한국, 나아가 아시아와 전혀 다른 미국 음악 시장의 스타 시스템이다. 국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대부분 기업형 공장에서 찍어내듯 나오는 ‘맞춤형’ 스타들이다.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발굴된 뒤 수년간 트레이닝 받다 때가 되면 데뷔한다. 반면 미국의 가수들은 일반적으로 작은 무대에서 활동하다 서서히 메인 무대로 올라간다. 미국의 인기 가수 레이디 가가는 지난해 한국을 찾았을 때 “한국 가수들이 미국에 진출하려면 우선 지역 클럽을 공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원더걸스, 절반의 성공

원더걸스는 이러한 ‘선배’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로운 전략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한 것으로 보인다. 세븐, 보아 등이 대규모 콘서트와 이벤트로 미국 진출의 포문을 열고도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고 말았던 것과 달리, 미국 인기 밴드 ‘조나스 브라더스’의 국내 투어를 따라다니는 식으로 조용히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10월 셋째 주 빌보드 싱글 차트 ‘Hot 100’에서 76위를 차지한 것은 ‘연착륙’ 성공의 신호탄이었다. 아시아 출신 가수가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한 건 1963년 큐사카모도(Kyu Sakamoto), 1979년 핑크 레이디(Pink Lady), 1980년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등 3개 팀 이후 30여 년 만의 일이다.

원더걸스는 이외에도 미국 ‘웬디월리엄스 쇼’의 ‘아시아 팝 센세이션’에 소개되고,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되는 또 다른 지상파 프로그램 ‘소 유 싱크 유 캔 댄스(So you think you can dance)’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는 등 미국 시장에서 나름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말 못할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의 톱스타’ 지위를 버리고 공연장 주변을 돌며 열악한 조건에서 자신을 홍보하는 ‘굴욕적인 상황’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



앨범 판매 방식도 변칙적이다. JYP는 미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 아동복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정규 음반 매장 대신 의류 매장에서 원더걸스의 싱글 CD를 팔았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의식이 약한 ‘트윈세대(8~14세 또래로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사이를 뜻함)’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멤버들은 이런 식의 프로모션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고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 과정에서 근성을 키웠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선미의 그룹 탈퇴는 소속사 측의 일방적인 해외 진출 요구와 예상 외의 현지 프로모션 전략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결과라는 뒷말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미국 자본, 미국인을 앞세운 현지 진출

이런 상황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의 미국 진출 전략이 이제는 근본적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3대 메이저 음반사인 콜럼비아, 소니, 유니버설 등이 한국의 아이돌 가수를 주목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유니버설뮤직 그룹의 경우 아이돌 그룹 ‘포미닛’ ‘비스트’ 등이 소속된 기획사 플레이큐브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고, 음악 사업에 대한 전략적인 제휴를 발표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포미닛의 스페셜 앨범 ‘포 뮤직’이 아시아 지역 9개국에서 동시 발매된 것은 앨범의 라이선스와 퍼블리싱을 유니버설뮤직이 맡은 덕분이다. 유니버설뮤직은 이 앨범의 성공 여부에 따라 아예 미국 시장에 바로 진출하는 가수를 육성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이 회사의 맥스 홀 사장은 “한국 음악 산업의 역동적인 발전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유니버설 뮤직의 마케팅 전략과 네트워크를 통해 플레이 큐브 소속 아티스트들을 세계 시장에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소니뮤직도 조만간 우리나라에 자체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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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대│스포츠한국 기자 en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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