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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열풍…미래의 3차원 가상세계 엿보기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아바타’열풍…미래의 3차원 가상세계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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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TV 수상기라는 고정된 프레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가상현실의 극단적인 구현은 사람이 ‘화면 속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처럼 실제 세계와 유사한 가상 세계(일종의 거대한 세트장)를 만들어놓고 사람이 그곳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는 엄청난 물리적 공간과 비용을 발생시킨다. 중요한 것은 ‘존재’ 자체가 아니라,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는 의식’인 것이다.

‘화면 속 세계’로 들어가기?

따라서 ‘가상 세계로의 초대’는 사람의 의식을 실제 세계에서 분리해내어 전기적 자극 등을 제공함으로써 가상의 세계에 들어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 오감(五感)으로 실제의 세계와 거의 똑같은 체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된다. 시각적 3차원 세계의 구현은 기본이고 여기에선 스테이크 요리를 먹을 때 고기의 질감과 맛을 느낄 수도 있고, 살아서 움직이는 매력적인 이성을 만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거대한 가상 세계 프로그램인 매트릭스에 접속하는 것과 같은 이러한 일은 과학의 발달에 의해 가능한 일일까.

‘아바타’에서 관객은 사실상 이중으로 가상 세계로 들어간다. 입체 안경을 통해 평면 스크린이 3차원 화면으로 다가온다. 주인공 설리의 의식은 몸에서 분리되어 아바타로 들어가는데 영화에 몰입하다보면 관객도 설리의 아바타를 통해 판도라 세계를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영화에선 사람의 의식이 옮겨가는 게 가능하지만 현재의 과학 수준은 컴퓨터로 구현된 가상 세계를 인터페이스를 통해 접촉할 수 있는 정도다. 입체 안경보다 조금 더 진화했다고 보면 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가상 세계 덕분에 우리의 기대 수준이 한껏 높아져 있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사람의 뇌와 가상 세계를 구현해내는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바타’에서는 뇌에 센서를 붙이는 것으로 접속했다. 이런 방식은 ‘가상공간’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1984)가 나온 뒤부터 SF소설에 단골로 등장했다. 과학자들은 좀 덜 무서운 방식을 고안했다. 신경세포의 활동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내보내는 미세한 전자 칩을 뇌에 삽입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뇌 속으로 무언가를 집어넣지 않고 뇌파와 혈액 흐름 등 겉으로 나타나는 신호를 포착해 이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신호로 의족이나 의수를 움직이거나, 텔레비전을 작동시키거나, 로봇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로봇 팔을 들어올리고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는 것 같은 초보적인 성과는 이미 나왔다. 그러나 생각만으로 자동차를 몰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일은 여전히 불가능의 영역이다.

뇌 연구와 영혼의 이동

문제는 현대 과학이 아직 뇌를 너무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뇌 분야 학문은 급격히 발전했지만 그럼에도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했다. 뇌는 매우 복잡한 신체기관이다. 로봇 팔을 들어올리는 간단한 일은 뇌파 신호로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일을 세분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하다가는 뇌가 지치고 말 것이다. 우리 몸은 뇌를 그렇게 혹사시키지 않고도 뇌의 명령을 잘 따른다. 뇌가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수월하게 다른 무언가를 움직일 수 있게 하려면 그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아바타’에서 설리의 정신이 아바타로 옮겨가는 것은 옛날이야기로 치면 ‘빙의(憑依)’에 해당한다. 빙의는 샤먼들이 주로 시도하던 방식이었다. 이들은 죽은 영혼을 불러올 때 자기 몸을 빌려주기도 했고 혹은 동물의 몸에 빙의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혼이란 과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과학은 ‘의식’이나 ‘자기’라는 표현을 택할 것이다.

‘아바타’에서는 사람이 어떤 공간에 들어가 누워 있으면 의식이 옮겨간다. 거꾸로 누워 있는 사람을 깨우면 의식은 아바타에게서 사람으로 돌아온다. 아바타는 사람과 판도라 행성 주민인 나비족의 DNA를 조합해 만든다고 되어 있다. 설리의 아바타는 원래 형의 것이었지만, 형이 사고로 죽는 바람에 대신 설리가 사용한다. 형과 DNA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 사람이 설리밖에 없으니 설리가 불려온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의식은 뇌 활동의 산물이다. 뇌는 신경세포들이 그물처럼 얽힌 기관이다. 신경세포들의 활동은 전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신경세포가 활동 전위라는 전기를 보내면 이어져 있는 신경세포들에 전기가 통하면서 연쇄적으로 신경세포들이 활성을 띤다. 그것이 바로 뇌 활동이다. 신경세포들이 연결되는 시냅스라는 부위에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신경전달물질은 인접한 신경세포로 활동 전위를 전달하거나 차단하는 일을 한다. 으레 그렇듯이 신경세포들과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작용은 DNA와 환경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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