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35년간 몸담은 UDT(Underwa- ter Demolition Team·수중파괴대)는 해군의 최정예 특수부대다. 1955년 창설된 한국함대 해변단 소속 수중파괴대가 원조. 1983년 제25특전전대라는 단위부대로 독립했으며, 1986년 56특전전대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00년 해군 특수전여단으로 발전했다. 이 부대는 수중폭파 외에 전천후 특수전(SEAL·Sea, Air, Land), 폭발물처리(EOD· Explosive Ordnan-ce Disposal), 대테러 임무를 맡고 있다. 훈련과정과 임무가 미 해군의 특수전부대인 SEAL과 같다고 해서 UDT/SEAL 부대라고도 한다.
UDT는 훈련과정 수료율이 20% 안팎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55년부터 1971년까지 한 기수 평균 수료생이 25명에 지나지 않았다. 1972년 이후에도 연 평균 수료생이 50명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소수정예 전통을 지켜왔다. 지금도 UDT부대의 전체 병력은 수백명에 불과하다.
UDT에 대해선 예로부터 전설적인 얘기가 많았다. 사람이 아니라 살인병기이며, 바닷 속으로 헤엄쳐 북한에 잠입해 특수임무를 수행하거나 몰래 고향사람을 만난 후 돌아온다고 했다. UDT 부대가 있는 경남 진해의 한 술집에서 UDT와 해병대 간에 큰 패싸움이 났는데 해병대가 깨졌다는, 진위 확인이 어려운 풍문도 ‘UDT 신화’를 신봉하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그분은 우리 세계에서 신”
한 준위 사건이 난 후 UDT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졌다. UDT동지회(UDT전우회의 후신) 주변으로 알아보니 ‘UDT의 산 역사’라 할 만한 사람이 있었다. 한 UDT 관계자는 “우리 세계에서 그분은 신(神)”이라며 “UDT를 제대로 알려면 꼭 만나보라”고 권했다. “역대 UDT부대장 중 미 해군의 UDT/SEAL 훈련 및 EOD 교육을 가장 확실하게 이수한 사람”이라는 평도 들렸다. UDT 교육훈련대장을 세 차례 지낸 데 이어 초대 UDT전대장(25특전전대장)을 역임하고 UDT전우회 중앙회를 창립한 조광현(70) 예비역 해군 대령이 바로 그다. 조씨는 해군 첩보부대인 UDU (Underwater Demolition Unit)대장도 지냈다.
조씨와의 인터뷰는 네 차례에 걸쳐 10시간 넘게 진행됐다. 그는 “나 개인보다 UDT의 활약상이나 UDT 임무의 중요성이 부각되기를 바란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나는 “UDT의 상징적 인물인 조 선생의 삶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UDT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조씨가 1983년 UDT전대장을 지낼 때 한주호 준위는 그 밑에서 훈련교관을 했다. 1976년 하사 한주호가 UDT 22기로 입교했을 때 조씨는 서해의 한 섬에서 UDU대장을 맡고 있었다.
“한 준위는 예의바르고 솔선수범하는 사람이었다. 경례도 절도 있게 잘하고. 작년에 소말리아 청해부대에 파견 나가 있을 때도 몇 차례 안부전화를 걸어오곤 했다. 죽기 전날 그가 함수 침몰지점에 부이(Buoy·浮漂)를 설치했다는 얘기를 듣고 참 큰일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밤에 곰곰 생각해보니 사리 때라 물살이 세져 위험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날 한 준위에게 ‘무리하지 말고 젊은 애들이 들어가게 하라’고 말해주려 몇 번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되지 않았다. 바빠서 그러려니 했다. 그날 오후 5시쯤 현장에서 순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저녁밥이 안 먹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