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시대의 정치적 승자로는 단연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그는 TV 토론에서 늙고 노회한 닉슨을 상대로 젊음과 잘생긴 외모를 과시하며 승리를 낚아챘다. 이후 미국에서대통령이 되려면 키가 크고 잘생겨야 한다는 통념이 생겼다. 21세기엔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가 등장했다. 인터넷 시대 최초의 정치적 승자는 한국에서 탄생했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으로 결집해 노무현이라는 변방의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는 뉴미디어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다. SNS는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한 바 있다. 당시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 선거자금을 모으고 온라인 유세를 성공적으로 펼쳤다. SNS는 지난해 아랍에서 재스민 혁명을 촉발시키는 데 기여함으로써 또다시 위력을 발휘했다.
금융위기와 양극화로 전 세계적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른 지금 SNS는 서구 사회마저 뒤집을 도화선이 될지도 모른다. 특히 신기술 수용에 앞서가는 한국에선 이미 2030세대가 현실과 괴리된 또 다른 세계를 웹상에 구축해놓았다.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는 것은 유선전화로 연결되지 않는 고립된 지역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이제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SNS의 세계로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SNS는 페이스북이다. 처음엔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 간 인맥관리 용도로 개발됐으나 아이비리그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거쳐 전 세계로 개방됐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최근 주식 상장을 위해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기업 가치를 스스로 1000억 달러로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8억4500만 명이 가입돼 있다.
또 다른 SNS인 트위터는 한 번에 쓸 수 있는 글자가 140자에 불과하지만 강한 전파력이 특징이다. 재스민 혁명에서도 트위터가 큰 역할을 했다. 과거 절대 권력자를 위협했던 입소문의 힘은 현재 트위터로 전이됐다.
한국은 SNS문화에서 상당히 앞선 나라다. 10여 년 전 동창 찾기 붐을 일으킨 아이러브스쿨도 SNS의 일종이었다. 미니 홈페이지를 표방하는 싸이월드는 그 기능에 있어 페이스북과 별 차이가 없다. 페이스북이 생기기 전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켰지만 해외진출에는 실패했다.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국내 IT기업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연구할 과제다.
수년 전부터 블로그도 인기를 얻고 있다. 카카오톡은 주로 휴대전화상에서 메신저와 채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0년 시작됐지만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점유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 외 네이버가 제공하는 미투데이와 다음이 제공하는 요즘(yozm)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인구 10명당 1명 이상이 SNS를 사용하고 있다. SNS 사용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NS 현상은 국가마다 달리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페이스북이 인기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트위터가 더 유행이다. 한국에서는 트위터의 열기가 압도적이다. 특유의 세(勢) 과시 성향과 궁합이 맞는 까닭이다. 또 익명의 시민은 유명인과 직접 연결되는 데서 만족을 얻는다.
트위터가 페이스북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페이스북은 동등하게 친구 맺기를 한 사람에게만 정보가 공개된다. 반면 트위터는 한 사람이 거대한 팔로어 집단을 이끄는 일 방향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 국내 최초로 팔로어 100만을 돌파한 진보성향 소설가 이외수의 경우 자신이 팔로잉 하는 숫자는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보수논객 변희재는 이를 ‘다단계 지령 시스템’이라고 표현한다.

‘나꼼수’는 최근 ‘비키니’ ‘코피’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현상을 정의하는 것이 ‘90대 9대 1의 법칙’이다. 90%는 관망만 하고, 9%는 리트위트의 형태로 소극적으로 참여하며, 1%만이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결국 SNS의 세계에서 극소수의 떠벌이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개인 간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