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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시 쓰는 마음으로 자연 닮은 휴머니즘 건축물 만드는 게 꿈”

시인 CEO 박상호 신태양건설 회장

  • 윤희각│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toto@donga.com

“시 쓰는 마음으로 자연 닮은 휴머니즘 건축물 만드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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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길을 찾은 감성 CEO

▼ 발표한 시들을 보면 대부분 장시(長詩), 그리고 서사시가 아니라 서정시입니다. 긴 문장의 시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나라 시인 가운데 장편 서정시를 쓰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서정성을 갖춘 긴 시야말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고전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긴 시를 쓸 수 있는 시인이야말로 대단한 시인이 아니겠느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장시(長詩)를 찾는 독자는 별로 없죠. 하지만 장시는 영감의 연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스스로 감흥을 받을 때도 많아요. 장시를 쓸 때 영감을 얻기 위해 불경이나 그리스 신화를 많이 읽는 편입니다. 제가 20대 때부터 쓰고 있는 ‘피안(彼岸)의 도정(道程)’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원고지 300장 분량인데 지금도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피안의 도정을 쓸 때마다 생각나는 건축물이 있어요. 130년째 건축 중인 건축가 가우디의 걸작입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명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짓는 것처럼 저도 그런 예술혼을 추구하고 싶어요. 한국 시가 세계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장시가 더욱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시의 호흡이 짧은 것이 되레 세계와 소통하고 위상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되는 것 같아 장시의 세계를 더욱 갈고 닦고 싶은 게 제 목표입니다.”

▼ 30년 넘게 시를 써오셨는데, 시에서 어떤 교훈이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나요?

“건설사 사장이라면 보통 거칠고 황량하다는 이미지가 많을 겁니다. 주변에 건설사 CEO는 많은데 시를 쓰는 건설사 CEO는 없어요. 제가 대중을 위한 시는 쓰지 않는 편이에요. 시를 위한 시를 쓰는 편이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계속될 겁니다. 건설업을 하다보니 주변에서 음해를 받을 때도 많았지만 그때 나를 위로해준 것은 시였습니다. 시를 쓸 때만은 말로 할 수 없는 희열과 행복을 느꼈어요. 제가 시를 쓸 때 법칙이 있다면 길지만 시의 운율이 살아 있고 정형화된 형식을 지키려고 한다는 겁니다. 시가 안정적일 수 있고 시의 목적이나 주제가 그대로 녹아들어 살아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저는 제 영혼이 가장 순수하고 해맑을 때만 시의 삼매경에 들어갈 수 있다고 자주 생각해요. 제 사상과 철학, 동경, 비탄, 염원 등이 시에 용해됩니다. 제 자신을 찾는 구도의 정점에도 시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르키소스(나르시스)처럼 제 시를 사랑합니다. 만약 시의 신이 있다면 이렇게 기도하고 싶습니다. ‘내면의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찬연한 보석 같은 시를 쓰게 하소서’라는 기도를요. 밀턴의 ‘실락원’같은 시도 쓰고 싶습니다. 긴 호흡으로 삶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고유의 말을 살리면서 서정적으로 던지는 대작을 남기는 게 제 꿈입니다. 건축물로 비교하자면 앞서 말했듯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같은 그런 작품을요. 제 자신에게 가치 있는 도전일 겁니다.”



▼ 시집 ‘동백섬 인어공주’를 읽어보니 시어에 한글을 많이 사용했더군요. 이 시집을 펴낸 계기는 뭡니까.

“우리말의 의태어, 의성어는 시어 그 자체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발굴해서 앞으로 더 많이 사용할 겁니다. 독서를 통해 우리말을 발굴하거나 아니면 사전을 뒤져서 찾아내기도 합니다. 제 장편 서정시 ‘아폴론과 다프네’를 보면 아리잠직(아담하고 얌전하며 어여쁘다), 소사스럽다(행동이 좀스럽고 간사한 데가 있다), 익더귀(새매의 암컷), 찬섬(빛남), 애와티다(북받치다), 미좇다(뒤미처 쫓다) 등 우리말 시어가 많습니다. 다른 시에도 읽는 분들이 국어사전을 찾아봐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순 우리말이 많은데 숨어 있던 우리말을 시어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건축, 예술을 품다

“시 쓰는 마음으로 자연 닮은 휴머니즘 건축물 만드는 게 꿈”

2011년 ‘부산다운 건축 대상’을 받은 부산 사하구 다대동 아미산 전망대 전경. 이곳에서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볼 수 있다.

해운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동백섬을 거닐면서 동백꽃을 감상하고 부근에 있는 인어동상을 바라보면 시적 영감이 샘솟듯 다가옵니다. 피그말리온이 아름다운 여인 조각상을 사랑해 간절히 기원했더니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모한 그리스 신화처럼 보름달이 비추는 인어동상은 많은 영감을 줬습니다. 그게 ‘동백섬의 인어공주’라는 시입니다. 어떤 명예나 부보다 가치 있는 것이 시라고 생각하며, 욕심을 낸다면 동백섬의 시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 시인과 건설사 CEO로서 활동하면서 시와 건축의 공통분모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건축물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래야만 합니다. 건축물도 자연과 어울리는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건축물을 지을 때 혼을 담아서 예술품으로 승화시켜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합니다. 그리고 시공을 할 때마다 시적인 감성을 건축에 자꾸 접목하고 싶어집니다.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은 아미산 전망대를 공사할 때도 직원들에게 작품으로 생각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누리마루를 시공할 때는 누리마루를 찬미하는 시를 썼습니다. 부산 화명동과 좌동, 센텀시티에 자연미를 살린 건물을 여러 채 짓고 있는데 모두 예술품으로 승화시키고 싶습니다. 누리마루처럼 건물 각각에 주는 시를 지을 겁니다. 그리고 시는 나 자신을 잘 표현하는 영혼의 애절한 고백이기도 합니다.”

▼ 그럼 평소 갖고 있는 건축관도 시와 관련이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먼저 시를 짓듯이 건축에 임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건축물 가운데 똑같은 조건을 갖춘 건축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크기나 외관, 내부 설계가 같더라도 위치까지 같을 수 없어요. 한 편의 시처럼 유일무이한 건축물을 짓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건축물이 완성되기 위해선 시를 이루는 시어처럼 수많은 자재가 필요합니다. 이는 곧 선택이며 선택은 곧 신용입니다. 마지막으로 건축물은 매우 긴 생산기간과 사용기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시상일지라도 다듬지 않고서야 심금을 울리는 좋은 시가 나올 수 없습니다. 작가정신을 건축에 담아내려고 합니다. 직원들에게도 성실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감성경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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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각│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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