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경우 경영권이 세습되는 기업이 많습니다. 이 같은 체계는 M·A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앞서 말한 4가지 원칙 중 하나가 ‘최상의 소유자’입니다. 오히려 한국식 경영권 세습이 기업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규사업과 관련된 상당수 창의적 아이디어가 실무급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창적이고 책임감 있는 오너 임원들이 실무 직원들과 소통하고 움직인다면 훨씬 결단력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팀 콜러)
팀 콜러 씨는 “한국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금융산업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규모가 작은 금융기관이 난립하면 결국 국가가 큰 리스크를 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 진출 위해 금융산업 통합 필수
▼ 덩치가 큰 기업의 경우 섣불리 M·A에 나섰다가 모기업까지 휘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입니다. 그만큼 만전을 기해야 할 텐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야말로 그만큼 리스크를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대기업은 충분한 인력과 재무역량이 있기 때문입니다.”(리처드 돕스)
“단순히 ‘무조건 M·A를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닙니다. 전략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빨리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IT, 대체에너지 등 현재 가장 핫한 분야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디를 파야 ROIC가 높은지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빌 휴이트)
이들은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판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공항 관리, 의료 관광 분야 등을 예로 들었다.
“한국의 제조업은 전 세계 생산성 1위인데 한국의 서비스 사업 생산성은 한국 제조업의 절반밖에 못 따라갑니다. 한국은 서비스 산업 역량을 충분히 갖췄습니다. 타국 공항, 발전소를 건축, 운영, 유지, 보수하는 업무나 아시아 20억 명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 관광 등 제조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산업으로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리처드 돕스)
▼ 한국 경제가 협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중국인데요. 중국 진출에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현재까지 한국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보고 제조 기반을 중국에 많이 내보내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제는 중국을 생산, 조립하는 공장이 아니라 소비의 근원이 되는 시장으로 이용해야 합니다.”(팀 콜러)
“중국 기업과 M·A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안 당국의 규제도 엄격하고 아직까지 자본주의 체제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것도 한계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굳이 M·A를 통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중국 내 사업 부문을 설립하는 등 유기적인 투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빌 휴이트)
▼ M·A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어떤 원칙이 중요할까요?
“M·A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M·A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해당 기업의 가치 창출을 위해서인지, 기술 확보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지역 확장을 위해서인지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또한 제품 디자인을 하듯 여러 가지 옵션을 면밀히 살펴보고 신중하고 정밀한 분석이 필수적입니다.”(리처드 돕스)
“가장 중요한 것이 거래 이후입니다. ‘M·A 이후에는 전 직원이 휴가를 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요, M·A 경험 있는 인력들을 활용해 인수 기간을 3~6개월 단위로 쪼개 지속적으로 통합 과정을 관리해야 합니다.”(팀 콜러)
“한국 기업의 경우 M·A에 참여할 때 ‘업계에 경쟁사가 들어가니까 나도 들어가야지’ ‘ 좋은 매물이 나왔으니 무조건 인수해야지’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차별화된 역량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M·A를 해서는 안 됩니다.”(빌 휴이트)
리처드 돕스 서울파트너는 글로벌 기업금융담당 디렉터로 일하다 2007년 9월 서울사무소 파트너로 발령 났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한국의 M·A 컨설팅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금융 격동의 시기를 서울에서 보낸 돕스 씨의 경고는 날카로웠다.
“한국은 가장 역동적인 나라입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었지만 한국에는 유리하게 작용한 면이 있습니다. 한국 부동산 사업은 안 좋아졌지만 원화 약세에 힘입어 재벌기업의 수출 성과가 높아졌습니다. 그간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를 추진할 계기를 잃은 것과 같습니다.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본격적으로 M·A나 서비스 중심 전환을 해야 합니다. 유럽 경제에 2차 위기가 온다면 또다시 쓰나미가 한국을 피해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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