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호

강철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의 나랏돈<공정위 특정업무경비> 7700만 원 유용 의혹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2-02-22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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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정의의 여신 디케(Dike)가 되겠다”고 말한다. 그는 4월 총선 민주통합당 공천의 핵심을 ‘공정’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모든 공천 신청자에게 ‘서민의 아픔을 해결할 방안’ 등 세 가지를 질문해 답변을 받겠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경제 민주화와 쇄신의 기치를 추어올리는 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런 도덕적인 언술과는 어울리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다.

    용접봉 제조사 정보수집

    강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절인 2004년 1~12월 특정업무경비 예산 7720만 원을 37회에 걸쳐 본인 명의 통장으로 받아 증빙처리를 하지 않고 썼다.(공정거래위 2005년 12월 1일 자료) 특정업무경비는 업무추진비와는 별도로 지급된 돈이었다.

    사용명목은 37건 모두 ‘정보수집’으로 돼 있었다. 골프장업계 불공정거래행위 실태조사 관련 정보수집(200만 원), 설날 하도급대금 지급실태 관련 정보수집(200만 원), 스팸발송 사업자들의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위반행위 관련 정보수집(70만 원),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이행여부 실태조사 관련 정보수집(230만 원) 식이다. 10월 20일자 지출은 다음과 같다.



    ● 지출일자 : 2004년 10월 20일

    ● 승인일자 : 2004년 10월 20일

    ● 적요 : 용접봉 제조사의 가격담합여부 조사관련 정보수집

    ● 수령인 : 강철규

    ● 지출결의금액 : 180만 원

    ● 공제금액 : 0원

    ● 지출액 : 180만 원

    ‘공정거래위원장과 같은 장관급 기관장이 주로 실무자나 할 정보 수집을 연 37차례나 직접 했을까’라는 의문이 나올 법하다. 위원장이 용접봉 제조사까지 뒤졌을까 싶기도 하다.

    2005년 8~12월 국회는 그에게 증빙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그는 “정보수집 활동에 썼지만 영수증은 안 된다”며 거부했다. 정산 절차도, 통장사본도, 영수증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공정위는 “강 위원장이 쓴 특정업무경비는 영수증이 없다”고도 했다. 은밀한 조사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공개 불가 사유였다.

    강 위원장은 2004년 3월 16일 골프장업계 불공정거래행위 정보수집 명목으로 200만 원을 쓴 것으로 돼 있었는데 이 무렵 그가 해외출장 중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날 즉시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순간에 빼가는 것이 이튿날 바로 쓰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증빙자료 공개 없는 해명만으론 공금 유용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났지만 이 문제는 그의 어깨 위에 그대로 얹혀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 그가 말하는 ‘공개 불가 사유’가 과연 적합한 사유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2004년에 적용된 기획예산처와 감사원 지침 문건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증빙을 갖춰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원문 그대로 소개하자면, 소액으로 매달 정액 지급되면 정산하지 않아도 되고 증빙서류 첨부가 어려울 경우 감독자가 지출내역을 감독하며 그 외엔 모두 증빙을 갖춰 집행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특정업무경비는 증빙내역을 비밀로 해야 할 성격의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밀성이 요구되어 증빙을 면제해주는 경비는 ‘특수활동비’로 돼 있었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국무총리도 특정업무경비를 증빙자료를 갖춰 사용했다.

    “있을 수가 없죠”

    2005년 당시 공정위는 수장인 강 위원장 편을 들어주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알아봤다. 특정업무경비 관련 규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공정위 대변인실에 문의하자 담당 팀장을 연결해줬다. 이 팀장의 진술을 현 공정위의 공식입장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팀장은 위원장이라도 개인계좌로 특정업무경비를 수령해선 안 되며 돈을 지출한 뒤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팀장과의 대화 내용이다.

    ▼ 위원장이 자기 명의 계좌로 특정업무경비 7000만 원 정도를 받아간다면….

    “아니죠. 그런 경우는 있을 수가 없죠.”

    ▼ 특정업무경비를 쓰고 난 뒤 영수증 처리를 해야 하나요?

    “그래야 맞고요. 과거에는 불미스럽게 쓴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게 있을 수 없고요.”

    현재 공정위 특정업무경비는 연간 3000만 원대다. 주로 실무 직원의 정보수집 등 업무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직원 당 월 6만~15만 원 정도 지급되고 있으며 위원장이 사용하는 액수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 팀장에 따르면 만약 위원장이 외부인을 만나 식사를 사주며 정보 수집을 했다면 식대 영수증이나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2005년 당시에도 공정위는 강 위원장의 특정업무경비 지출내역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해 8월 19일 국회에서 강대형 공정위 부위원장은 “(강 위원장의) 지출내역은 저희들이 제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의혹의 당사자이자 공정위의 수장인 강 위원장이 한사코 이를 막은 것이다.

    빙산과 복싱을 하는 느낌

    ‘신동아’는 강 위원장의 설명을 들어보기 위해 여러 번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민주당 공심위 지원 부서를 통해 강 위원장에게 질의서를 전달했다. 유용 의혹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사용내역자료를 공개할 용의가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며칠뒤 강 위원장은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는 “특정업무경비는 어느 정도 기밀을 요한다는 차원에서 공정위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처들이 집행내역을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꼭 필요한 용도에만 집행했으며 개인용도 의혹에 대해선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위원장의 반론권을 존중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마치 빙산과 복싱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지금 공정위를 떠난 상황이므로 은밀한 조사활동 때문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강철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의 나랏돈 7700만 원 유용 의혹
    공직자가 공사(公私) 구분 못하고 공금을 생활비나 유흥비로 쓰는 일은 관료사회의 병폐였다.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어 국민이 신물을 낸다.(2월 7일 감사원의 지자체 감사 결과) 강 위원장이 민주통합당 공천 신청자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지듯 기자도 강 위원장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어떤 공천 신청자가 정부 예산 유용 의혹을 끝내 석명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을 공천하겠는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한 뒤 ‘정의’나 ‘공정’ ‘납세자인 서민의 아픔’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강 위원장은 당을 위해서도 본인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지 않고 타인의 도덕성을 심판하고 국회의원 후보자를 천거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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