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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인류 최후의 모습이란 말인가?

제1장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라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정녕 인류 최후의 모습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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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앞 8차선 도로 역시 어디론가 향해 걸어가는 인파로 가득 뒤덮였다. 수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입을 꽉 다문 채 조용히 앞만 보고 걸어가는 모습이라니.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휴대전화로 떠들거나 우왕좌왕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소름이 확 끼쳤다. 아, 정녕 이것이 인류 최후의 모습인가?’

해구에서 일어나는 판끼리 충돌

일본의 대지진은 태평양 쪽에서 자주 일어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일본 해구(海溝)’의 존재다. 해구의 구(溝)가 ‘도랑 구’자이니, 해구는 바닷속에 있는 도랑, 즉 해저의 깊은 계곡이다. 백과사전은 해구를 ‘해저 7300~1만1000m에 나타나는 좁고 길며 가파른 저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상식적인 생각으로 이렇게 깊은 해구는 태평양의 한가운데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명한 해구는 모두 육지와 가까운 태평양의 변두리에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인 ‘마리아나 해구’인데, 이 해구는 사이판 북동쪽에 있다.

지구는 표면에 거대한 몇 개의 지각을 띄워놓고 있다. ‘판’으로 불리는 이러한 지각은 서로 맞닿아 있는데, 일본 동쪽의 태평양은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미판이 교차하는 곳이다. 판은 높낮이가 서로 다른 상태에서 조금씩 이동한다. 거대한 판이 이동하면 판의 끝은 충격을 받는다. 그때 밑에 있던 판이 파고들어가면 위에 있던 판이 들리면서 충격이 발생한다.



거대한 판에 이 충격은 별것 아니겠지만, 이 판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진동이 된다. 해저의 판은 대륙의 판보다 낮은 곳에 있다. 따라서 대양의 판이 대륙의 판 밑으로 들어가는 모양새가 된다. 대양의 판이 대륙의 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깊은 주름이 만들어진다. 대양 판이 밑으로 들어가면서 만들어진 주름은 해구가 되고, 위로 올라가는 주름은 해저산맥인 ‘해령(海嶺, oceanic ridge)’이 된다. 대륙 판에도 주름이 생겨 높은 산맥과 골짜기가 만들어진다. 마리아나 해구나 일본 열도 동쪽에 있는 일본 해구들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대륙 판과 대양 판은 대양의 외곽에서 만나니 대양은 중심부가 아닌 외곽에 해구라고 하는 가장 깊은 곳을 갖게 된다. 해구가 있는 곳에 지진이 잦다. 세계 최대의 바다인 태평양은 원형으로 대륙과 만나기에 ‘환태평양 지진대’를 만들게 되었다. 세계 지진의 80%가 이 지진대에서 일어나기에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은 환태평양지진대에 속한다.

1923년 이후 일본 열도 동쪽의 태평양에서는 규모 8.0 이상의 지진이 9번이나 일어났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9.0의 지진이다. 훗날 일본은 3·11대지진을 ‘동일본 대지진’으로 명명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북미판과 태평양판 사이에 위치한 길이 400㎞ 이상, 폭 200㎞ 이상의 섭입대(攝入帶, subduction zone) 지역이 파열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섭입대는 ‘흡수돼 들어가는 일대’라는 뜻이다. 해양지각이 대륙지각 밑으로 들어가며 해구를 만드는 곳이 섭입대다.

거대한 너울을 만드는 섭입대 지진

해저지진은 진동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바닷물을 출렁이게 만들어 거대한 2차 피해를 유발한다. 바다 쪽 지각이 대륙 쪽 지각 밑으로 들어가 해저가 크게 흔들린 것은, 비유해서 말하면 물을 담고 있는 대야의 바닥을 흔들어준 것과 같다. 이렇게 되면 대야에서는 큰 물결이 일어난다.

해저지진으로 일어난 큰 물결은 파도가 아니다. 파도는 태풍 같은 큰 바람이 부는 날 거칠어진다. 이는 파도가 바람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다. 현대는 기상학이 발달해 바람의 발생과 진로·세기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파도의 크기까지도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졌다.

해저지진으로 일어나는 물결은 너울이다. 바람에 의해 톱날처럼 일어나 달려오는 것이 파도라면, 너울은 울렁울렁하는 거대한 물결이다. 큰 파도를 맞으면 배는 “꽝”하는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너울은 배보다 훨씬 큰 거대한 물결이기에 배는 “꽝”하는 충격을 받지 않고 타고 넘는다. 바다에서 너울을 만나면 배는 오르락내리락할 뿐이다.

파도는 너울에 비해 폭이 좁은 물결이기에 육지로 올라오는 높이가 낮다. 그러나 너울은 폭이 아주 넓은 물결이기에 육지로 올라오는 높이가 월등히 높다. 너울이 올라오면 바다가 넘쳤다고 하여 ‘해일(海溢)’이 일어났다고 한다. 한국은 해저지진으로 일어난 너울을 ‘지진해일’이라 한다.

일본은 피해에 주목했다. 지진해일이 일어나면 사람이 몰려 있는 나루터로 거대한 물더미가 몰려와 배를 언덕으로 올려버리는 피해를 일으킨다. 따라서 옛날 일본인들은 나루터(津)에서 일어난 물결(波)에 의한 피해에 주목해, 이를 ‘진파(津波)’로 적고 ‘쓰나미’로 발음했다. 일본은 쓰나미 피해를 자주 입기에 연구를 많이 했다. 그에 따라 쓰나미를 영어로 옮긴 Tsunami가 세계적으로 통용된다.

쓰나미는 해저지진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해저 화산이 폭발하거나 거대한 운석이 대양에 떨어져도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러한 것도 쓰나미로 불렀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도 지진해일이라는 말보다도 쓰나미라는 용어가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도쿄가 큰 충격을 받았다면 진앙에 가까운 도호쿠(東北) 지방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도호쿠 지방은 우리로 말하면 함경도와 비슷한 위치를 차지한다. 분단을 고려해 남한으로 한정해 비유한다면, 강원도와 비슷한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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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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