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별책부록 | 우리곁의 원자력

지금은 전시 상황, 자위대를 출동시켜라

제3장 전원 복구로 사고 수습에 성공하다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지금은 전시 상황, 자위대를 출동시켜라

2/6
일본은 중국을 가상의 적국으로 생각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평화헌법과 비핵 3원칙 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 1964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다섯 번째로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가상 적국인 중국이 핵무장을 하자 일본은 원자력발전에 매진해 프랑스와 함께 세계 최고를 다투는 원자력발전 선진국이 됐다.

그런데 4기의 원전이 날아가는 처참한 사고를 당했으니 처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쿄전력은 쓰나미로 모든 전원이 상실된 날(3월 11일)로부터 여드레째인 3월 19일에야 간신히 외부전원을 복구했다. 1,2,3,4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기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천천히 작업했기에 여드레 만에 복구한 것이 아니다.

해수를 주입하는 와중에도 작은 수소폭발은 계속됐다. 도쿄전력은 수소와 반응해 수소를 태워버리는 촉매를 집어넣어 발생한 수소를 긴급해 제거해가며 녹은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해수를 주입했다.

도호쿠전력과 도쿄전력 사이의 장벽

도쿄전력의 외부전원(소외전원) 복구 과정이 국외자인 기자가 보기엔 너무 처연했다. 앞에서 설명했듯 간토(關東)와 도호쿠(東北), 홋카이도(北海道) 지방은 60Hz의 전기를 사용한다. 일본의 10개 전력회사 가운데 동쪽의 도쿄전력 도후쿠전력 홋카이도전력은 60Hz의 전기를 생산하는 유삼(唯三)한 회사다. 앞에서 설명했듯 후쿠시마 제1발전소는 도쿄전력이 도호쿠지방에 지은 원전이다. 따라서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간토 지역으로 가져가기 위해 철탑을 세우고 긴 송전선을 설치했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는 생산한 전기를 보내고, 이 철탑을 통해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외부전기(소외전원)를 공급받아왔다. 그런데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발전소와 신후쿠시마 변전소 사이의 철탑이 쓰러져 전선이 끊어졌다. 신후쿠시마 변전소와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전기 시설도 자동으로 차단되거나 깨져나갔다. 신후쿠시마 변전소와 간토지방 사이에 있는 철탑도 상당부분 훼손되었을 것이다.

도쿄전력은 이러한 시설을 다 복구해야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 전기를 보낼 수 있다. 복구 공사를 하려면 중장비를 투입해야 하는데 도로는 곳곳에서 대지진으로 훼손돼 있다. 도쿄전력은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공사를 해야 했으니, 19일에야 겨우 전기를 연결한 것이다. 이러한 사투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도쿄전력은 왜 저렇게 어렵게 일을 하지?’ 하는 의문을 품었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가 있는 도호쿠에는 도쿄전력과 같은 60Hz의 전기를 생산하는 도후쿠전력이 있다. 그렇다면 도호쿠전력의 전기를 끌어와 응급조치를 취하고 도쿄전력의 전선을 연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기자는 일본의 전력전문가를 만나지 못했다. 이 의문은 한국전력 사장을 지낸 이종훈 선생이 대신 답변해주었다.

“전력회사를 쪼개놓으면 그렇게 된다. 도쿄전력과 도호쿠전력은 다른 회사라는 인식이 있어 서로 신경을 쓰지 못한다. 도호쿠전력도 오나가와 원전이 위험한 지경에 달했었고, 대지진과 쓰나미로 도처에서 전기가 끊어졌기에 이를 복구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남의 땅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도쿄전력이 당한 사고를 도호쿠전력이 내 일처럼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도와줄 수는 없는 일이다.”

홋카이도나 시코쿠, 규슈, 오키나와처럼 멀리 떨어진 섬에는 따로 전력회사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일본 본토를 7등분해 7개의 전력회사를 만든 것은 아무리 봐도 실수다.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면적이 아주 넓고 중간에 인구가 희박한 지역이 있다면 여러 전력회사를 둘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본토는 그렇게 넓은 지역이 아니다. 중간에 인구가 희박한 지역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발전 부문 분할의 문제점

이런 점에서 살펴볼 것이 한국의 전기체계다. 한국에서는 한국전력㈜이 발전과 배전을 도맡아 하는 독점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국가 전력산업을 독점한 한국전력의 경영상태는 좋지 않았다. 주된 이유는 싼 전기요금에 있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싼 나라로 꼽힌다. 전기는 빈부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이 써야 하는 것이라 역대 정권은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눌러왔다.

그런데 한국은 경제성장 속도가 빨랐기에 전력소비도 급증했다. 이에 대처하려면 발전소를 많이 지어야 하는데, 전기요금이 싸니 발전소를 지을 여력이 적었다. 따라서 빚을 지고 발전소를 지었는데, 여전히 전기요금은 싸니 한국전력의 경영 상태는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김영삼 정부 때부터 ‘한전을 민영화해서 경영효율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란 논의가 있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경제개혁의 신호탄으로 한국전력 분할을 거론했다. 한국전력의 발전 부문을 쪼개 여러 회사로 만든 후 민간에 매각하고, 이어 배전 부문도 쪼개 매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하여 2001년 한국전력의 발전 부문이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회사로 쪼개져 나갔다. 그러나 전력산업 민영화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았기에 6개 발전회사는 매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이 지나갔다.

6개 발전회사는 한전이 100% 지분을 가진 ‘한전의 자회사’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면 한전이 지주회사로서 이들을 지배해야 하는데 엉뚱한 현상이 일어났다. 전력산업은 공공성이 강하기에 전력산업을 담당하는 산업자원부(지금은 지식경제부)가 6개 발전회사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기는 증권처럼 거래소를 통해 사겠다고 했다.

2/6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관련기사

목록 닫기

지금은 전시 상황, 자위대를 출동시켜라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