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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세계 ‘대양해군’ 정책의 교과서

  • 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세계 ‘대양해군’ 정책의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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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국 해양력의 기초

마한은 당시 미국도 바다에 등을 돌려왔다면서 멀리 있는 국가까지는 미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자국의 주요 출입로를 지켜줄 수 있는 해군을 건설하기 위해 정부가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에도 프랑스 해군의 원군이 없었더라면, 아메리카 식민지군은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며 조지 워싱턴의 능력과 전문성도 무위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마한은 단언한다.

이 책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해군부 차관 시절 이 책을 읽은 루스벨트는 마한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난 2일간 저는 정말 바쁜 와중에도 귀하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의 반을 소비했습니다 … 저는 쉬지 않고 읽었습니다 … 아주 훌륭하고 경탄할만한 책입니다. 만일 이 책이 해군의 고전이 되지 않는다면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루스벨트는 마한의 생각에 감탄하며 해군력 증강에 온 힘을 쏟았고, 세계 굴지의 경제력에 비해 형편없는 미국 해군력을 늘 개탄하며, 해양세력으로 거듭나야 번영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 해양력은 마한의 철학을 바탕으로 루스벨트가 초석을 다졌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 책은 당시 폐교 직전까지 몰렸던 미국 해군대학을 존속시키는 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책은 제국주의 국가들에 큰 자극제가 됐다. 마한 역시 제국주의자에다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중동(Middle East)’이란 용어도 그가 만들어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은 미국보다 먼저 마한의 이론을 받아들여 세계적인 해군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독일의 경우 마한의 생각에 따라 1898년부터 6년 동안 8척의 전함을 만들었으며, 1900년에는 엄청난 규모의 해군을 양성했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나는 그의 저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먹고 있다”고 그의 동료에게 썼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엄청난 반응이 나왔다. 찰스 베레스포드 대령은 1891년 1월 이런 글을 마한에게 보내왔다. “만일 저에게 힘이 있다면, 저는 귀하의 책을 영국 본토와 식민지의 모든 가정의 식탁에 놓아두도록 명령할 것입니다. 또한 저는 우리의 해양력이 웅대한 제국의 기초를 어떻게 닦아나갔는지 모든 국민에게 가르치도록 지시할 것입니다.” 독일 해군의 헤르베르트 로진스키는 마한의 초상화를 그려 걸어놓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일본은 마한의 이론을 따른 대표적인 나라다. 아키야먀 사네유키와 사토 데쓰타로 같은 국수주의자들이 마한의 철학을 적극 수용했다고 이 책의 번역자인 김주식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예비역 해군대령)이 밝혔다. 쓰시마 해전에서 러시아 발틱함대 격파 계획을 수립한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의 참모 아키야마 사네유키 중령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 마한에게 직접 배웠을 정도다. 이 책은 첫 출간과 거의 동시에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 군사·해군 교육기관의 교과서로 채택됐다. 오늘날 일본 해상자위대 간부학교에서도 마한의 이론에 관한 강의를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이 한국 해군장교의 필독서가 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마한이 세상을 떠난 뒤 언론의 부음기사만 봐도 그의 위상이 한눈에 드러난다. 프랑스 ‘피가로’지는 “마한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를 생전에 수정했다 … 이 지극한 역사학자이자 전략의 대가가 새 시대의 도래를 마련했기 때문에 그가 만든 공식은 새로운 역사시대를 도입하는 입법의 기초였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의 주요 신문들도 이와 비슷한내용의 기사를 실었다고 한다.

신동아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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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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