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혜낭록 _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엮음, 레인메이커, 340쪽, 1만5000원“급변하는 세상일수록 지식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정보를 섭렵하고 경영 이슈를 두루 꿰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지요. 평소 저축하듯 ‘내공’을 쌓아둬야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유익하게 쓸 수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바쁜 업무에 치이다 보면 뭔가를 습득하고 생각을 환기시키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얼마 전 어느 기업 임원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환경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전략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라면 이런 스트레스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더욱이 휘발성 지식과 얄팍한 트렌드가 범람하는 오늘날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지식, 현장에서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제대로 가려내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지혜(慧)의 주머니(囊)’라는 뜻의 ‘혜낭록’은 리더의 그러한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마련한 선물이다.
2010년과 2011년, ‘DBR’은 강한 영감을 주는 글을 모아 특별 부록으로 ‘혜낭록’을 만들었다. 이 책이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기업체 연수원과 여러 단체로부터 구입 문의가 쇄도했다. 그 과정에서 경영 현장의 높은 지식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에 부응하고자 단행본을 기획한 것이다.
지난 4년간 발간된 ‘DBR’에서 생각의 지평을 넓혀줄 307가지 핵심 콘텐츠를 엄선해 묶은 ‘혜낭록’에는 한국 최고의 경영 전문가와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대가(大家)들이 들려주는 혁신과 성장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사고의 틀을 흔들어줄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 격변하는 경영 환경을 뚫고 나아갈 자신감을 얻고 싶을 때 부담 없이 펼쳐볼 수 있다. 한 페이지씩 구성된 짧은 글 속에는 경영계와 학계의 고수들이 오랜 사색과 연구를 통해 터득한 혜안이 농축돼 있다. 이 책이 경영전략, 리더십, 창의와 혁신, 마케팅, 자기경영 등을 주제로 전달하려는 요체는 상식이나 이론이 아닌 통찰과 지혜다. 독자는 익숙한 관점에서 벗어난 생각거리를 발견할 수도 있고, 그동안 연륜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한 교훈을 재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 아무리 현명한 경영자라도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할 때가 있다. 하루 업무를 시작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니면 이동하는 동안 토막 시간을 이용해 잠깐씩 ‘혜낭록’을 들춰보면 좋을 것이다. 위기를 돌파하고 성장 기회를 포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유용한 나침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로 CEO를 비롯한 기업의 리더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책이지만, 조직에 몸담고 있는 모든 관리자와 일반 직원도 삶과 경영의 지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박원재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New Books
Inside Apple _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 경제전문지 ‘포춘’의 선임기자인 저자는 실리콘밸리와 월가를 취재하며 애플의 속살을 깊숙한 곳까지 탐구한 저널리스트다. 그는 엄격한 비밀주의, 경쟁적인 분위기, 철저한 책임주의, 디자인 우선주의, 통합과 집중 등을 애플의 기업문화로 꼽는다. “애플 직원들은 회사에 목수가 나타나면 뭔가 중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한다. 새로운 벽이 세워지고 거기에 문이 생기며 보안장치가 마련된다. 투명했던 창문은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코팅 처리된다. … 그들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을 것이고 아마 물어보지도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자신이 상관할 바 아니다”처럼 취재를 기반으로 한 생생한 뒷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준다.
청림출판, 304쪽, 1만5000원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 _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이지윤 옮김미국 미시간대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이타카대 상근 연구자로 근무 중인 저자는 대학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학하던 시기에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사로부터 ‘타이어 공장이나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한 적 있나요?’ ‘섬유 염색약에 노출된 적 있습니까’ 등의 질문을 받은 뒤 의학 서적을 홀로 뒤적인 끝에 방광암이 환경성 암이라는 사실을 안 그는 이후 ‘암과 환경의 복잡한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암 유발물질을 비롯한 독성 화학물질 중 어떤 것이 우리 주변의 공기, 음식, 물, 흙 속에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탐구하기 위해 ‘정부의 알 권리 법률 아래 수집할 수 있는 온갖 자료’를 확인한 저자는 우리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유해물질을 만들어내고 또 버리는지,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발암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아카이브, 478쪽, 2만 원한밤중에 잠깨어 _ 정약용 지음, 정민 옮김‘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 한양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는 ‘다산 정약용’에 천착해 여러 권의 책을 써왔다. 이번에 집중한 주제는 다산의 시편. 그중에서도 유배지에서 쓴 한시들이다. 스물두 살에 과거에 급제한 뒤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다 마흔 살부터 18년에 걸쳐 유배생활을 한 다산은 유배지에서 일기 같고, 자기 독백과도 같은 한시를 썼다. ‘온 땅 가득 진창인데 갈기 늦게 요동치고 / 하늘 온통 그물인데 날개 마구 펼친 듯해 / 제산齊山에 지는 해를 뉘 묶어 잡아맬까’ 등을 통해 ‘세상에 대한 원망과 세태에 대한 분노,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의 모습에 대한 연민’ 등을 표현했다. 더불어 ‘마음을 추스르고 다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들도 있어, 읽다 보면 위대한 학자의 ‘맨 얼굴’을 엿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문학동네, 296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