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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 golfing ②

“골프가 위기에 빠진 나를 건졌다”

‘열정과 음악, 봉사의 삶’ 우기정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

  • 글·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골프가 위기에 빠진 나를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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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위기에 빠진 나를 건졌다”
최고 기록은 66타. 홀인원을 2회 기록했고 지금도 70 후반을 친다. 국내에서 골프 구력 47년에 골프장 경영 40년이란 기록은 우 회장밖에 없다고 한다.

“요즘 전 스코어에 별로 집착하지 않아요. 행복이라는 게 마음먹기 나름 아닌가요? 좋은 기록이 나오면 기분이 좋긴 하지만 성적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만큼 여유가 생깁니다. 스코어보다는 내가 생각한 대로 공이 잘 맞았을 때 드는 쾌감을 즐기려고 합니다.”

5번홀 파3, 130m. 바람이 일정하지 않다. 앞바람인 줄 알았는데 잔디를 날려보니 뒤바람이다. 우 회장은 9번 아이언을 들고 스윙을 했다. 백스윙 때 우 회장의 습관이 독특했다. 왼쪽 팔이 꺾이지만 적절한 속도의 백스윙으로 모든 에너지를 응축했다가 내뿜는 자세였다. 공은 아쉽게도 그린 에지에 떨어졌다. 그러나 칩샷이 일품이었다. ‘나이스 파.’ 퍼팅할 때 그는 왼발을 오픈시켰다. 설렁설렁 치는 골프 같지만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진다.

“그런 퍼팅 자세는 가족력인 것 같아요(웃음). 아버지(송암 우제봉 명예회장·작고)도 저와 같은 자세로 퍼팅을 했어요. 제 아들들도 자세가 비슷합니다. 우리 가족의 신체적 심리적 특성상 그 자세가 편안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합니다.”

그는 가끔 세 아들과도 라운드를 한다. 그가 아들에게 강조하는 골프 금언은 ‘네버 업, 네버 인(never up, never in)’이다. 볼이 홀컵을 지나갈 정도로 퍼팅하지 않으면 홀컵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무모한 시도는 트리플 퍼팅으로 이어진다는 충고와 함께.



1972년 개장한 대구CC는 대구·경북지역 최초의 정규홀 골프장이다. 동(東)·중(中)·서(西) 3개 코스 27홀로 이뤄져 있고, 경부고속도로 경산IC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페어웨이의 높낮이가 다채롭고 코스가 긴 편이다. 특히 동코스는 우 회장이 직접 설계한 곳이다. 중국 다롄CC도 그가 설계했다. 골퍼가 라운드에서 갖고 있는 모든 클럽을 다 사용할 수 있도록 홀들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대구CC에서는 1994년부터 송암배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다.

“골프가 위기에 빠진 나를 건졌다”
▲“나이가 드니 힘을 주면 힘을 못 빼고, 힘을 빼면 (임팩트를 가하지 못해) 힘이 없어요. 골프 감각이 생기다가도 다른 일에 전념하면 금세 사라져요, 하하.”

“골프가 위기에 빠진 나를 건졌다”
“스페셜 올림픽 봉사, 내 인생 최고의 선택”

대구가 고향인 우 회장은 서울 동성중고교,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30대 초부터 골프장 경영에 나섰고, 한국라이온스연합회 회장,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 송암골프장학재단 이사장, 대구CC 회장 등을 맡고 있다. 2007년 골프 발전과 지적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 해소 등의 공로로 국민훈장 중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받기도 했다.

우 회장과 스페셜올림픽을 떼어놓고 생각할 순 없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장애인을 위한 올림픽인데 나가노 스페셜올림픽 때 감명을 받고 그가 매진하는 일의 하나가 됐다. 그는 내년 1월 29일부터 강원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 스페셜올림픽을 유치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또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골프 대회도 조직해 자신의 골프장에서 3년째 무료로 개최하고 있다. 우 회장은 “장애는 있지만 마음이 너무나 순수한 이들을 위한 일이다. 스페셜올림픽과 관련한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우 회장은 열정적인 사람이다. 2004년부터 아내와 함께 가곡을 배우기 시작했고, 2010년 65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으로서 그는 요즘 논의되는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요즘 중국 사람들이 한국 상품뿐 아니라 한국 골프장도 높이 칩니다. 개별소비세가 감면되면 그만큼 그린피가 싸지고 중국 관광객도 많이 올 겁니다. 그러면 골프장도 직원을 늘려야 하고, 수익도 늘어날 겁니다. 여러 가지 이득이 생기는 거지요. 왜 그런 전향적 생각을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골프가 위기에 빠진 나를 건졌다”
▲백스윙 때 왼쪽 팔이 꺾이지만 적절한 속도의 회전으로 모든 에너지를 응축했다가 내뿜는 자세다.

신동아 201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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