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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을 바꾸는 사람들 ⑥

“농협은 책임지고 판매 농민은 농협을 신뢰해야”

정부가 구상하는 농협개혁의 성공조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농협은 책임지고 판매 농민은 농협을 신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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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책임지고 판매 농민은 농협을 신뢰해야”
▼ 5조 원을 지원키로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경제지주가 분리는 됐지만 경제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투자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 짓고 있는 경기도 안성물류센터를 비롯해 전국에 5개 도매물류센터도 지어야 하고 유통회사도 만들어야 하고 축산물 대형 패커(Packer)도 양성해야 하죠. 돈 들 일이 너무 많죠. 그래서 정부가 5조 원을 출자하기로 한 겁니다. 지분을 가지지 않는 출자예요. 4조 원은 농협이 채권을 발행하고 그 이자를 5년간 정부가 내주는 형태고 1조 원은 현물 출자하는 형식입니다. 5년 동안 이자 보존액만 8000억 원에 달합니다.”

▼ 현물 출자 1조 원은 아직 지급이 안 된 것으로 압니다만.

“정책금융공사가 보유 중인 한국산업은행 주식 5000억 원어치와 한국도로공사 주식 5000억 원어치죠. 산업은행 주식 출자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연내로 해결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신·경(信·經) 분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와 등록세도 면제하고 기존 중앙회 체제 수준으로 세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세금감면 규모가 9400억 원 수준에 달해요. 이 자금이 모두 경제사업 활성화 세부계획에 따라 제대로 쓰일 겁니다. 이 자금의 집행은 농식품부 제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농민단체, 조합장, 관련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경제사업평가협의회의 검증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중복, 중첩 투자를 막고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보자는 것이죠.”

올 3월 2일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인 5월 농식품부는 농협과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를 체결한 데 이어 9월에는 ‘농협사업구조개편 세부 이행계획’을 수립했다. 농협과 농식품부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점검하는 농협경제사업평가협의회와는 별도로 정 국장과 농협중앙회 상무를 반장으로 하는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분기별로 이행 실적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중앙회가 조합 출하물량의 50% 이상을 적정가격에 책임 판매하는 겁니다. 농민은 생산에만 전념하고 판매는 농협이 전담하는 구조를 정착시키자는 거죠. 지난해는 중앙회가 팔아준 물량이 10%에 불과합니다. 농민은 농산물을 지역조합에 출하하고 조합이 수집하고 상품화한 농산물을 경제지주가 책임지고 팔아주는 계열화 방식이 정착돼야 해요. 이러면 전국 단위로 직거래 유통체계가 정착됩니다. 그러면 중앙회 농산물 시장지배력이 생기죠.”

농협은 과일과 채소, 특용작물과 같은 원예 품목은 대규모 물류센터와 공판장 등 도매전담조직의 유통계열화로 유통의 길목을 장악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까지 지역조합이 출하한 원예 농산물의 39.1%를 판매한다는 게 목표다. 쌀은 전국 단위의 쌀 판매회사를 설립해 쌀 유통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 2020년까지 각 조합이 출하한 쌀의 58.7%를 직접 판매해 국내 전체 쌀 유통량의 35%인 100만t을 쌀 판매회사가 취급할 계획이다. 축산의 경우는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를 육성해 축종별로 일관 판매체계를 구축해 지난해 12.8%에 불과했던 각 조합 출하 대비 중앙회 판매 비중을 2020년까지 63.8%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사업구조 개편 3조 원 편익

정부의 5조 원 출자금은 2020년까지 농협이 추진해나갈 경제사업의 각 분야에 쓰이게 된다. 농식품부는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농민과 소비자에게 연간 3조 원 수준의 사회적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정 국장은 “5조 원의 자본금이 지원되고 경제지주도 설립되는 등 경제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이젠 소프트웨어 차원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소프트웨어 차원의 보완이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농협은 농민의 것이죠. 조합원이 산지에서부터 농협을 믿고 판매를 맡기는 방식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농협은 그걸 선별하고 포장해 대신 팔아주는 방식, 그게 바로 협동조합 판매방식입니다. 지금처럼 출하계약을 맺고도 중간상인이 조금 비싼 가격을 제시하면 계약을 파기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합니다. 그런 관행이 계속되면 경제사업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농민이 조합을 믿으려면 조합도 생산지도와 수집, 상품화를 전담하면서 잘 팔아주고 있구나 하는 믿음을 심어줘야 합니다. 경제지주가 생긴 만큼 전문경영인의 독자적 경영활동을 보장하고 합병과 조합공동사업법인 설립 등을 통해 경제사업을 품목별로 규모화, 전문화해야 합니다.”

정 국장은 마지막으로 “농협이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한편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이 농민을 대표하는 전문 농업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수출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농민이 생산하는 품목이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국민 먹여 살리는 데 급급해온 게 사실이죠. 하지만 경제사업 활성화가 제대로 추진만 된다면, 다시 말해 품목별로 규모화, 전문화된 생산만 가능하다면 우리도 본격적으로 수출 전선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이는 개별 농민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농협이 해야 합니다. 이건 꿈이 아닙니다. 올해 농산물 수출 목표가 100억 달러입니다. 1974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이 100억 달러였어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정말 농산물도 수출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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