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네까짓 것들이 어쩔 거냐’ 한다면 우리도 정면 대응”

박근혜 정부 ‘이명박 때리기’에 ‘MB 친위대’ 이동관 박재완 조해진 大반격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rek1102@naver.com

    입력2013-07-17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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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비튼다고 자기가 올라가나”
    • “우리도 용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 “감사원 ‘4대강 = 대운하’ 발표는 거짓”
    • “자중지란으로 여당 깨질 수도”
    • 설움 받은 박근혜의 역습 vs 배수진 MB의 일전불사?
    “‘네까짓 것들이 어쩔 거냐’ 한다면 우리도 정면 대응”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대통령실의 요청 등에 따라서 당초 계획에 비해 준설 및 보(洑)의 설치 규모를 확대했습니다.”(최재해 감사원 제1사무처장)

    감사원은 7월 10일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을 추진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날 청와대의 이정현 홍보수석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일”이라고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다음 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청와대의 발표를 반박했다.

    强 대 强

    새누리당은 자당 소속 신구(新舊) 정권 간 갈등을 봉합하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보나 준설 같은 기술적 차원을 넘어 박근혜·이명박 양 축으로 이뤄진 현 여권 지형 전체를 흔드는 매머드급 정치 이슈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까놓고 말해 박근혜 진영이 이명박 정권 때 설움을 받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러니 이번 감사원-청와대 발표는 정권을 쥔 박근혜 진영이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 ‘이명박 지우기’ 등 역습에 본격 나서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여파가 꽤 길게 갈 가능성이 있다. ‘4대강 때리기’와 MB 최측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구속 등 이미 벌어진 사건, 그리고 앞으로 불거질 정치적 사건들이 융합해 눈덩어리처럼 커질 수도 있어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당사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다. 이에 ‘MB 친위대’ 격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조해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단독으로 대면 및 전화 인터뷰했다. 이들 3인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행정, 입법 분야를 각각 대표할 만한 인물이다.

    이동관 전 수석에게 에두르지 않고 바로 물었다. 이 전 수석은 현 정권이 MB와의 차별화에 나선 양상이며, 현 정권이 향후 ‘네까짓 것들이 어떻게 할 거냐’ 하는 식으로 나오면 정면 대응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이번 사안을 박근혜 정권에 의한 심각한 정치 공세로 받아들이며, 더 거센 공격을 받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강(强) 대 강(强)의 국면. 관전자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이동관 전 수석과의 일문일답이다.

    “창이 삐쭉삐쭉 튀어나오니…”

    ▼ 최근 들어 현 정권이 MB 정권과의 차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실제로 조짐이 느껴집니까.

    “드러나는 양상은 뭐, 그런 양상이 좀 있죠.”

    ▼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합니까.

    “실제로 우리가 건너 듣기로는 (현 정권) 내부에서 이런저런 토론을 할 때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를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고 그래요. 6대 4나 7대 3 정도로. (현 정권의) 주류 측은 ‘그렇게까지 몰고 갈 필요는 없다’는 쪽인 것 같은데…. 사실은 저쪽의 시스템이 정리가 돼 있지 않다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어수선할 때 더 위험한 것 아닙니까. 약간 변화가 있을 때는 질서 있게 할 때보다 삐쭉삐쭉 튀어나오니까, 그런 창(槍)이 더 무서운 거죠.”

    ▼ 감사원과 청와대의 4대강 관련 발표도 같은 차원으로 이해하는 건가요.

    “그렇죠. 이번에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놓고 이정현 홍보수석이 일부러 기자실에 나가서 브리핑한 거라든지, 대통령이 원전 비리(발본색원)를 직접 언급한 것이라든지…. 또 지난번에는 이명박 정부가 원전 비리를 적발하고도 감췄다는 식으로 나오자 (청와대에서) 그날 국무총리의 절전 호소 대국민 담화를 취소하고 원전 비리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감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걸 보면 느낌이 있죠. 다만 이런 일은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분석이지 현재 딱 부러지게, 5공 청산 때처럼 그런 것은 아니죠.”

    ‘5공 청산’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8년 취임 직후 5공화국과의 단절을 요구받자 그해 11월 전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떠나야 했던 사건이다. 이동관 전 수석은 이번 감사원-청와대 발표를 보면서 5공 청산 사건을 떠올린 듯했다.

    ▼ 5공 청산을 언급하는 것은….

    “5공 청산 때도 검찰이나 언론의 흐름에 그냥 쫓아간 거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 아니었다고 봐요. 하다가 보니까 백담사로 보낸 거지, 백담사로 보내야겠다 그렇게 한 건 아니죠. YS(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5·18에 대해 처음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불기소처분 사유를 존중했어요. 그러다 나중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가 나오니까 (사법처리)한 거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도 (박근혜 정권이) 어떤 정교한 그림을 갖고 일관성 있게 움직인다기보다는…. 사실 말리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는 게 있는 법이죠. 세상 일이 누가 ‘하지 마’ 이러기 전에는, 불거져 나오는 것들이야 어쩌겠습니까. 우리 정치사에서 그렇게 흘러가는 게 습성이다, 그렇게 보이네요.”

    ▼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4대강 감사 결과가 사실이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지나친 거죠.”

    ▼ 정치권에선 ‘국정원 사태로 수세에 몰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일을 들고 나왔다’는 말이 나옵니다.

    “출입기자들이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그러더군요. (이정현 홍보수석이) 평소에는 이름을 밝히지 말라면서 이야기하다가 이번에는 ‘이정현 홍보수석이라고 인용해달라’고 했다는데, 그건 ‘지시’를 받은 거 아니겠느냐, 그런 분석을 하더군요. 사안을 키우려고 일부러 그렇게 한 거라고 보는 거죠. 그리고 (이정현 수석의) 워딩 자체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봐요.”

    “국민이 머리 꼭대기에 있다”

    ▼ 감사원에서 그런 감사 결과가 나왔으면 청와대로서도 그 정도 이야기는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청와대라는 곳은 마지막 판단을 하고 정리, 조정하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수석대변인이나 마찬가지인 홍보수석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사실상 대통령의 말이거든요. 이렇기에 홍보수석의 말에 무게가 있는 거죠. 그런데 팩트 자체가 제대로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사안을 키워야겠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 그렇게 읽히는 거죠.”

    ▼ 현 정권이 MB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렇게 여기진 않아요. 전략이나 의도를 갖고 몰아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가 볼 때 우리를 망신 주는 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슨 대형 권력형 비리라든지 그런 건 없었다고 자신하고 있어요.”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된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리는 청와대 안에 있으면서 (원세훈 전 원장이 건설업자와 가깝게 지낸 것 같은) 그런 바깥과의 접촉마저 없었는데…. 그 일(원세훈 전 원장의 구속)도 개운치는 않아요. 그렇지만 어쨌든 본인이 정리를 잘 못한 부분도 있지 않나 생각해요. 사심을 갖고 사적으로 데리고 다니고…. 그러나 ‘형사처벌을 할 정도냐’에 대해서는 우리는 말을 안 하는 게 옳아요. 그 부분도 (현 정권이) 다른 의도를 갖고 한다기보다는 평소에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을 거 아닙니까. 사실 4대강 사업도 처음부터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거죠. 그렇지만 큰 틀에서 해나가야지….”

    ▼ 큰 틀이라고 함은….

    “남을 비튼다고 자기가 올라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이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데요. 빨리 경제를 살리고, 지금은 외교 쪽에 좋은 모멘텀(momentum·탄력)이 생겨서 국정운영 지지율을 확보했으니 이게 무너지지 않게 해야지, 전임 정부와 차별화해서 되나요.”

    ▼ 지지율 말씀이 나왔으니 얘긴데, 현 정권이 지금의 60%대 지지율을 유지해 정국 주도권을 쥐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 정권을 때리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더군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내가 좋은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막상 국정을 운영해보면 무게가 엄청나요. 그렇기 때문에 잔 수를 써서 지지율을 올릴 수는 없죠.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어려운 경제를 활성화해 국민들 배부르고 등 따습게 잘살게 해주자는 것 아닙니까. 거기에다 외교도 잘하고, 좋은 환경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죠. 결국 여름이 지나면서 지금 문제들은 정리될 것이고, 그때부터는 국정 성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봅니다.”

    “선 넘었다 판단되면…”

    “‘네까짓 것들이 어쩔 거냐’ 한다면 우리도 정면 대응”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 앞으로도 MB 정부 때리기가 계속되면 어떻게 대응할 겁니까.

    “우리도 용납할 수 있는 한계라고 할까, ‘이건 너무 하는 것 아니냐’ ‘선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정치적으로 정면 대응 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런 때가 오면 안 되죠. ‘네까짓 것들이 어쩔 거냐’ 하고 계속한다면 모르지만. 그렇게 안할 것으로 보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죠.”

    ▼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 발표 직후에 이명박 정권에 몸담았던 분들이 반박문을 냈던데, 모임을 자주 갖나요.

    “이원화돼 있다고 보면 돼요.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준비하는 ‘회고록팀’이 있어요. 또 ‘이명박 정부 마지막 청와대 수석 모임’이 있어요.”

    이 전 수석의 설명에 따르면 회고록팀은 좌장인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이달곤 전 정무수석, 김영수 전 연설기록비서관(영남대 정외과 교수), 이 전 수석 등 6~7명으로 구성돼 있다. 거의 매주 월요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에서 모인다.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도 가끔 참석한다. 이 전 대통령도 모임에 참석하느냐고 묻자 이 전 수석은 “당연하다. 본인의 회고록을 준비하는 것이니 참석하신다. 거의 매일 사무실에 나오시니까”라고 말했다.

    마지막 청와대 수석 모임은 1~2주에 한 번꼴로 삼성동에서 간담회 성격으로 열린다고 한다. 지금은 미국에 있는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김효재 전 정무수석, 김대기 전 경제수석, 정진영 전 민정수석, 이달곤 전 수석 등이 참석한다.

    이번 감사원-청와대의 4대강 발표에 대한 이 전 대통령 측의 대응 방안도 7월 11일 이 전 대통령과 이들 모임 멤버들이 삼성동 이 전 대통령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논의했다.

    이동관 전 수석은 “두 모임에서 어떤 정무적 대응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얘기를 하다보면 그런 대화도 오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회고록에 담을 부분을 논의한다고 꼭 그 말만 하는 건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외나무다리에 선 MB-박근혜

    감사원이 4대강 설계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지목한 시기에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서 4대강 업무를 총괄 조율했다. 또한 박 전 장관은 국가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의 수장으로서 이명박 행정부에서 가장 핵심적인 임무를 맡았다. 따라서 박 전 장관이 이번 감사원-청와대의 4대강 발표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감사원-청와대의 발표 후 언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았고, 7월 11일 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로 인터뷰 취지를 설명하는 문자 메시지를 넣었다. 얼마 뒤 박 전 장관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청와대가 대운하 재추진이 가능하도록 4대강 사업의 변경을 국토해양부에 지시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부인했다.

    당시 4대강 주무 수석의 발언이 감사원 발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므로 이명박-박근혜 양측은 진실의 외나무다리에 선 셈이 됐다. 향후 정치적 논란과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음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대화 내용이다.

    ▼ 4대강 설계 변경이 이뤄졌던 시기에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서 4대강 업무를 정부와 총괄 조율했나요.

    “그렇습니다.”

    ▼ 그런 처지에서 이번 감사원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이명박 정부의) 공식 입장이랄까 해명은 대책회의를 거쳐서 나왔으니까 추가로 말씀드리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한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감사원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중단 선언 이후 대통령실이 대운하 재추진에 대비해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작성하라고 국토해양부에 지시했고 실제로 국토부가 그렇게 했다는데요.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습니다.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한 적이 없어요. 그 이후에 추가로 여러 가지 수질이나 수량 문제는 이미 5년 내내 논란을 거쳐 정리가 다 된 걸로 보면 됩니다.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의 토론회와 공청회, 국회에서의 공방 같은 것을 보면 논란과 해명이 상세히 다 나와 있어요. 따라서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 감사원은 ‘청와대 행정관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도록 국토부에 주문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습니다.”

    ▼ 감사원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바람에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비용 증가, 수질 문제 등이 발생했다고도 했습니다.

    “일부 구간에서 수심을 좀 깊게 판 것은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이니 물 확보를 위해 한 거죠. 환경파괴 논란 때문에 댐을 쉽게 지을 수 없습니다. 물을 확보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지 운하를 확보하려고 그렇게 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운하가 안 된 건 다 알잖습니까. 국민을 속여서 운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다 알고요. 국민들이 워낙 현명하신데 그런 걸 몰래 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지난 5년 동안 대운하다, 아니다 논란이 내내 이어졌는데 다시 하나하나 조목조목 설명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봐요.”

    ▼ 청와대는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이는 일” 이라고 했는데요.

    “제가 말씀드린 답변 속에 다 녹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앙갚음할 수도”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시장 정무보좌관을 맡았던 이 전 대통령의 원내 측근이다. 그런 조 의원은 새누리당과 국회 내 친(親)이명박계의 판단과 행보를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7월 13일 오후 1시간여 동안 조 의원을 만났다. 주말이라 간편한 복장을 하고 나왔지만 언사는 결연했다. 그는 박 대통령 측이 ‘이명박 차별화’에 나선다면 여권엔 자중지란과 내분이 일어나고 결국 여권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조해진 의원과의 대화 내용이다.

    ▼ 감사원 감사 결과를 어떻게 봅니까.

    “내용이 부실합니다. 너무 실망했어요. 비논리, 억지가 많아요.”

    ▼ 어떤 측면이 그런가요.

    “소형 보 4개를 중대형 보 16개로 늘린 것을 두고 대운하 만들기용이라고 했습니다. 물 부족 국가가 될 염려가 있어 처음 계획보다 8억t의 수량을 더 확보하기로 한 거예요. 대운하와는 관계가 없어요. 감사원이 4대강 동시 발주를 대운하와 연결한 것도 비약이죠. 물 공사는 속도가 중요해 동시 발주가 오히려 상식에 부합합니다.”

    ▼ 그러나 감사원은 그동안 전문성, 신뢰성을 인정받지 않았습니까.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인데 감사원은 4대강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을 발표했습니다. 믿을 수 없어요. 감사원이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청와대 홍보수석이 바로 받아서 ‘국민을 속였다’ ‘나라에 큰 해악을 끼쳤다’고 하고요.”

    ▼ 시나리오가 있다고 보는 건가요.

    “완벽한 시나리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청와대가 활용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정치적 감사, 기획성 감사, 부실 감사, 권력 입맛에 맞춘 해바라기성 감사죠. ‘맞춤형 감사 결과’를 생산해 납품한 거죠. 박근혜 대통령은 2008년 3월 대운하에 반대했고 이후 4대강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어요.”

    ▼ 왜 이 시점에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고 봅니까.

    “집권 초 사정기관이 정권 비위 맞추는 건 늘 횡행하던 일이죠.”

    ▼ 이명박 차별화 같은 현 정권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보나요.

    “이정현 수석의 평소 성품으로 보면, 본인의 판단이 개입되지 않고 박 대통령의 의사를 가감 없이 전달한 것 같기도 하고요. 속사정을 모르겠어요. 같은 당 출신 전임 정권에 대해 인위적 차별화에 나서면 자중지란, 내분이 일어납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 조력해야 할 세력이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겁니다. 한번 이탈하면 필요하다고 해서 쉽게 회복되지 않아요. 국민이 공분할 일, 파렴치한 일, 부도덕한 일도 아닌데 그만한 일로 내부 선 긋기에 나서면 굉장히 큰 문제를 부를 겁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죠.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보복할까요.

    “박 대통령의 측근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박 대통령 본인이 의도적으로 앙갚음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이 그렇게 진행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원세훈은 샌드위치 신세”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을 어떻게 봅니까.

    “들리는 이야기로, 현 집권세력은 ‘이명박 정부 5년간 국정원과는 유쾌한 기억이 별로 없다’고 말한답니다. 사실 원세훈 전 원장은 샌드위치 신세 같아요. 친박은 ‘원세훈이 박근혜 안 도와줬다’고 하고 민주당은 ‘원세훈이 박근혜 도와줬다’고 하고. ‘이러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원 전 원장은 지금 이런 심리 상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 의원은 특히 원 전 원장이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내 속이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4대강은 대통령 공약이었고 한미FTA는 핵심 국정과제였다. 정부 기관인 국정원이 이들 홍보 좀 도와준 게 무슨 죄냐?”는 것이다.

    이어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걸고 있는데 현 국정원이 창조경제를 홍보하면 이것도 잡아 가둘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지는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박근혜 정권이 내적으로 정국의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건지 한번 상상해보시죠.

    “아마 이런 목표는 기본으로 설정해두겠죠. 대통령 지지율 60%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임기 초반 주요 국책과제를 강하게 드라이브해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10월 재·보선 승리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게 미리 정치구도를 잘 짜둬야 한다…. 이 정도 틀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열심히 하고 있으시겠죠.”

    ▼ 그런 정국 구상 속에 ‘이명박 차별화’ ‘이명박 지우기’도 포함돼 있을까요. 역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엔 친박계 공천 학살 논란이 있었는데요.

    “지난 정부 때 일은 친박계의 과장된 피해의식이라고 봅니다. 지금 친박에겐 ‘친이 뿌리 뽑겠다’는 의식이 없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친이계 의원들 임기가 너무 길게 남아 있어요(다음 총선은 2016년 4월 치러진다). 상임위 간사 등 국회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여당 의원 중 상당수가 친이계 재선 의원이죠. 저부터 박근혜 정부를 위해 ICT(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법안 통과시키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데요. 총대 메고 야당과 싸우는 이들을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왜 적전(敵前) 분열시키고 청와대를 향해 문제 제기하게 만드는지….”

    ▼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친이계가 공기업 같은 데서 잘 안 비켜주니까, 좀 짜증이 난 건 아닐까요.

    “그건 어려운 일 아닌데요. 암묵적으로만 이야기해줘도 다들 나갈 태세가 돼 있다고 해요. 웬만한 사람들은 이미 물러났고요.”

    “박 대통령, 아무것도 안 해”

    조 의원은 “박 대통령이 야당 대선 공약도 수용하고, 낙선자인 문재인 후보도 만나고, 국민에게 약속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도 구성하고, 국회 연설도 직접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아무것도 안 했다. 국회 연설도 총리에게 대독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4대강 문제 대신 여권 화합, 야당 소통에 신경 쓰시는 게 대통령에게 훨씬 이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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