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로비 의혹 시행사 前 대표와 원세훈의 관계
- 대우건설 문건 “尹, 골프장 시행사에도 로비 가능성”
- 수사팀 관계자 “추가 수사 가능성 있다”
- 골프장 대표 “부친이 원세훈 전 직장동료, 도움 받은 적 없다”
성접대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대표.
경찰은 윤 씨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입찰방해, 경매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핵심 의혹이던 성접대(특수강간) 문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 지휘 과정에서 배제됐다. 이로써 특수강간의 공범으로 수사를 받아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처벌도 어려워졌다. 7월 2일 이성한 경찰청장도 “뇌물수수 등 다른 혐의는 입증하지 못했다”며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가 실패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번 사건에서 김 전 차관 다음으로 주목을 받은 인사는 서종욱 대우건설 전 사장이다. 서 전 사장은 2010년경 윤 씨로부터 수천만 원대의 그림을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그 대가로 윤 씨가 간여하던 D건설에 대우건설이 시공하던 P골프장(강원도 춘천 소재)의 토목공사를 줬다는 것이다. 당시 D건설이 따낸 공사금액은 244억 원. 경찰은 5월 24일 대우건설을 압수수색했고, 6월 15일에는 서 전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측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다. 다음은 대우건설 측 항변.
“서 전 사장과 윤 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2010년 4월경, 당시 서 사장이 해외출장에서 돌아와보니 대우건설 상무 출신의 한 지인이 서 사장의 자택에 그림을 배달한 상태였다. 서 사장은 지인에게 그림을 가져가라고 했지만 회수해가지 않았다. 그림은 회사에서 보관했다. D건설과 대우건설 사이에는 어떤 청탁과 민원도 오가지 않았다.”
윤 씨가 간여했던 D건설이 P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건 전적으로 골프장 시행사(OO팜스) 때문이라는 게 대우건설 측의 주장이다. 시행사의 요구로 D건설에 사업을 줬다는 것.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시 공사는 시행사가 공사 원가에 적정한 이윤을 더해 지급하는 코스트플러스 피(cost-plus fee) 계약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하도급업체 선정에도 시행사가 결정적인 권한을 갖고 있었다. 대우건설은 시행사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원세훈의 먼 친척?
7월 10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대우건설이 시공한 P골프장 시행사 전 대표와 원 전 원장이 친인척 관계이며 △D건설이 공사를 따는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일정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고 △D건설이 시행사 측에(혹은 시행사를 통해 원 전 원장에게) 거액의 뒷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
이 관계자는 “수사팀은 처음부터 김 전 차관과 윤 씨의 관계에만 관심을 뒀다. 그러다보니 원 전 원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에야 눈치를 채고 이런저런 것을 알아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주장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 일단 D건설이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봤다.
대우건설 측 주장대로 D건설은 시행사인 OO팜스를 통해 이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이 애초 공사를 맡기려고 한 토목업체에 부정적이던 시행사가 어느 날 갑자기 D건설과 S중기를 대우건설에 추천했던 것. 두 회사 모두 골프장 업계에서는 이름이 나 있는 곳이었다. 대우건설은 고민 끝에 윤 씨가 로비스트 노릇을 한 D건설과 180억 원 규모의 토목공사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D건설과 시행사 간에 거액의 뒷돈이 오갔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나돌았다고 한다. 20억 원이 넘는 돈이 오갔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 측도 이런 소문을 파악하고 있었다. 윤 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4월경, 대우건설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 문서화해 서종욱 당시 사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팀의 핵심 관계자도 이 문서에 대해 “대우건설이 감사보고서를 만든 건 사실이다. 그 안에 D건설과 시행사의 유착 의혹이 들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행사 대표와 원 전 원장이 친인척 관계인 걸로 안다”고도 말했다. 다음은 이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P골프장 시행사 전 대표(원모 씨)와 원 전 원장의 관계는.
“친인척 관계로 알고 있다. 구체적인 건 말하기 곤란하다.”
▼ 원 전 원장이 이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는데.
“수사를 하지 않아 모르겠다.”
▼ D건설이 시행사 측에 거액을 건네고 공사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우건설 감사보고서에도 그렇게 돼 있는 걸로 아는데, 수사를 하지 않아 정확한 건 모른다. 다만 윤중천이 시행사 측에 직접 건넨 돈은 없는 걸로 안다.”
▼ 그럼 누가 로비를 했다는 건가.
“윤 씨 외에도 D건설에는 브로커가 한 명 더 있다. 그동안 노출되지 않은 그 사람이 시행사에 대한 로비를 맡은 걸로 파악하고 있다.”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왜 안 했나.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우리는 윤 씨에 대한 부분만 수사했다. 윤 씨가 간여한 로비였다면 당연히 수사했을 것이다.”
▼ 그 브로커는 누구인가.
“말할 수 없다. 그 브로커를 통해 시행사 측에 뒷돈이 건너갔을 가능성은 있다.”
▼ 수사 계획은 없나.
“(윤중천 사건이) 마무리되면 따로 수사팀을 꾸리든지 할 일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다.”
▼ 대우건설 감사보고서는 압수수색 때 확보했나.
“압수된 것 없다. 대우건설에서 제출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감사보고서가 만들어졌다는 건 파악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대해 대우건설은 “정식 감사보고서는 아니다. 단순한 구두 보고용 자료다. 거기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원세훈 만난 적 있다”
7월 13일 기자는 시행사(OO팜스) 전 대표 원모(43) 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원 씨는 OO팜스 대주주의 처남이다. P골프장 건설을 책임졌던 그는 골프장 개장 직전인 2011년 가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원 씨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원 전 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먼 친척이다. 부친께서 서울시 공무원(사무관)을 지냈는데 그때 원 전 원장과 알고 지냈다. 종종 모임에서 만나시는 사이다. 그러나 원 전 원장에게 도움을 받거나 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원 씨와의 일문일답.
▼ 윤중천 사건으로 조사 받았나.
“조사 받은 적 없다. 윤 씨는 모르는 사람이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D건설에 토목공사를 맡긴 것이고,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
▼ OO팜스가 대우건설에 D건설을 소개한 것 아닌가.
“토목공사 과정에서 공사비 때문에 시비가 많았다. 대우건설이 공사비를 부풀린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골프장 경험이 많은 업체 몇 곳을 대우에 제안했을 뿐이다.”
▼ D건설이 OO팜스에 공사 수주 부탁과 함께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있는데.
“사실무근이다. 당시 D건설 외에도 여러 건설사가 우리를 찾아왔다. 그때마다 우리는 ‘대우건설과 상의하라’고만 했다. 그게 전부다. 결정은 대우건설이 했다.”
▼ 원세훈 전 원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아버님과 원 전 원장이 오래전 서울시에서 같이 근무했다. 먼 친척 관계다. 하지만 평소 가깝게 지내는 정도는 아니다. 가까운 친척도 아니다.”
▼ 원 전 원장을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인가.
“2008년 행정안전부 장관을 하실 때 아버님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게 마지막이다. 사업을 하면서 원 전 장관에게 도움 받거나 준 적은 없다.”
한편 P골프장 시행사인 OO팜스 측은 제기된 의혹에 대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