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업아티스트’는 요즘 20대 밤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필드 리포트’(field report·현장보고서)를 공유한다. 리포트는 여성을 어떻게 유혹해 모텔에 데려갔는지를 상세히 기록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여성의 나체, 속옷 사진을 함께 싣기도 한다.
- 이 때문에 ‘여자와의 원 나이트 스탠드 비법’으로 확산되고 있다. 픽업아티스트의 세계와 이들의 필드 리포트를 심층 취재했다. 이 글은 2013년 1학기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 글쓰기’ 수업 수강생들이 기말과제를 기사화한 것이다.
“하룻밤 허락하는 20대 여자, 너무 많습니다, 남자의 기술만 좀 뛰어나면….”
대학생 픽 아티스트 박모(26) 씨의 말이다.
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는 여자를 잠자리로 유혹하는 방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남성, 또는 고액을 받고 그런 방법을 지도해주는 남성을 의미한다. 요즘엔 그런 방법을 배워 실천해보는 남성도 여기에 포함되는 듯하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픽업아티스트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서 이성관계에 실패해 좌절한 미국 남성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조직한 것에서 유래했다. 2006년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닐 스트라우스가 픽업아티스트를 다룬 책 ‘더 게임(The Game)’을 출간하면서 픽업아티스트는 미국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5개 커뮤니티 심층 조사
픽업아티스트가 자신의 필드 리포트에 올린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상대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점을 회원들에게 자랑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2006년부터 현재까지 유사한 TV 프로그램인 ‘키스 투 더 브이아이피(Keys to the VIP)’가 방영되고 있다. 여기엔 픽업아티스트가 심사위원으로 등장한다. 두 프로그램은 평범한 남성이 소위 ‘작업의 고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우리나라 픽업아티스트들에겐 ‘교본’으로 통한다.
미국에서 전파된 픽업아티스트 문화는 우리나라에 열렬히 흡수됐다. 자칭, 타칭 픽업아티스트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수많은 여성과의 ‘실습’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재와 커리큘럼(교육과정)을 만들어 기술을 전수했다. 픽업아티스트 전문 학원도 생겼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픽업아티스트 전문 커뮤니티도 여럿 결성됐다. 7월 현재 국내 최대 픽업아티스트 전문 커뮤니티인 ‘IMF·GLC’의 경우 회원수가 1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픽업아티스트는 연애 컨설턴트와는 다르다. 연애 컨설턴트는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데이트 코스, 마음가짐, 매너 등 이성의 진심을 얻는 방법을 주로 가르친다. 짝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바라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연애 컨설턴트를 찾는다.
반면 픽업아티스트는 남성만을 대상으로 여성을 잠자리로 유인하는 실질적인 기술을 전수하는 데 주력한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여자의 연락처를 얻어내는 방법, 술자리에서 쉽게 스킨십에 성공하는 방법 등이다.
픽업아티스트의 주 무대는 클럽이다. 픽업아티스트는 먼저 강의실에서 수강생들에게 이론을 가르친 뒤 실습을 위해 수강생들과 함께 클럽을 찾는다.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 술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자리 세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현장에서 가르쳐준다. 픽업아티스트 이모(25) 씨는 “우리 이론은 행동심리학과 대화술에 기반을 둔 실용적인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들은 일주일간 국내 대형 픽업아티스트 전문 커뮤니티에 들어가 픽업아티스트들이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 심층 조사했다. 최대 커뮤니티 ‘IMF·GLC’, 최근 연애 아카데미로 변경된 ‘퍼시드’, 과감한 리포트를 자랑하는 ‘카피톨리네’, 개인 픽업아티스트가 운영하는 ‘퓨즈’와 ‘레오’ 등 5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삼았다.
‘IMF·GLC’의 경우 댓글 10개와 게시물 3개 이상을 작성해야 회원 자격이 주어졌다. ‘퍼시드’는 여성의 회원 가입이 차단돼 있었다. ‘카피톨리네’는 사이트 내 활동에 따라 포인트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구글 등 인터넷 포털에서 일부 활동 내용이 검색됐다.
필자들은 이들 커뮤니티 조사 외에 강사나 수강생으로 활동 중이거나 활동한 바 있는 픽업아티스트들과의 인터뷰도 병행했다.
취재 결과, 픽업아티스트의 세계에서 알파이자 오메가로 통하는 것은 바로 ‘필드 리포트’였다. 필드 리포트는 픽업아티스트가 여성과의 잠자리에 성공한 뒤 그 과정을 상세히 기록해 커뮤니티에 올리는 후기 내지 보고서다. 여성과 잠자리를 갖는 것이 이들에겐 궁극적 목표이자 최종 결과물이므로 필드 리포트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회원 수가 3만 명인 ‘퍼시드’에는 하루 수십 건의 필드 리포트가 올라온다. ‘누구나 완벽한 유혹자가 될 수 있다’는 문구에 이끌려 찾아온 회원들은 소위 ‘강사’의 경험이 담긴 필드 리포트를 탐독하면서 ‘현장의 실전 기술’을 익힌다고 한다. 이어 1대 1 학습인 ‘코칭’을 받는다.
HB, #-close, LMR…
필자들은 5개 커뮤니티에서 수십 건의 필드 리포트를 입수해 내용을 살펴봤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다음의 문장들과 같은 것이다. 이 문장들은 작성자 ‘PS알피’가 쓴 필드 리포트 중 일부다.
“클럽 E에서 HB에게 첫 어프로치했다. 부채신공을 뚫고 #-close까지 성공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홈런을 치기 위해 LTR로 방향을 돌렸다. LMR을 무너뜨리는 것이 관건이다.”
픽업아티스트 단기 과정을 수강한 ‘퓨즈’의 회원 조모(24) 씨와 인터뷰할 때도 필자들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조 씨는 “픽업아티스트의 강의가 큰 도움이 된다”면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기술로 ‘페이싱’ ‘리딩’ ‘스킨십’ ‘폰 게임’을 들었다. 필자들은 이들 용어가 무슨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조 씨의 설명에 따르면 페이싱은 남자가 여자의 행동을 따라 하면서 여자의 호감을 얻는 기술이다. 리딩은 반대로 여자가 남자의 행동을 따라 하게 하는 기술이다. 스킨십은 여자의 거부감을 최소화하면서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볼을 만지는 기술이다. 폰 게임은 휴대전화로 여자와 야릇한 대화를 나누며 호감을 얻는 기술이다. 조 씨는 “이들 기술로 마음에 드는 여자를 쉽게 유혹할 수 있었다.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픽업아티스트들은 이처럼 영어 약어 등으로 암호화한 자기들만의 은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하기 때문에 외부인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필드 리포트의 구체적 실태가 여태껏 외부에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데엔 이러한 난독성(難讀性)도 한몫을 했다.
이에 필자들은 일부 커뮤니티 회원들의 도움을 얻어 이 세계의 은어들을 익혔다. 필드 리포트에서 자주 사용되는 주요 어휘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PUA : 픽업아티스트.
HB : Hot Body(뜨거운 육체)의 줄임말. 여성을 지칭.
HB1~10 : 수치는 여성 외모 랭킹. 수치가 높을수록 외모가 뛰어나다는 의미.
2set : 여성 2명.
그루밍 :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외양을 가꾸는 것(Grooming).
바이브 : 목소리 등 매력을 결정짓는 요소(Vibe).
어프로치 : 모르는 여성에게 접근(Approach).
어트랙션 : 여성의 관심 끌기(Attraction).
오프너 : 첫인사(Opener)
훅 : 여성에게 호감을 주는 표현(Hook).
IOI : 여성이 남성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것(Indicators of Interest).
부채신공 : 여성이 남성을 무시하는 것.
친구신공 : 여성의 여자친구로부터 방해를 받는 것.
팟 : 파트너.
LTR : 장기적인 관계로 접어든 여자(Long Term Relationship).
바디락킹 : 곧 떠나겠다는 의미로 몸을 살짝 트는 포즈(Body Locking).
레포 : 공감대를 형성해 여성의 신뢰를 얻는 것.
매뉴얼 : 여성을 유혹하는 공식.
아이컨택 : 여성과 눈 맞추기(Eye contact).
컴포트 : 여성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Comfort).
프리즈-아웃 : 여성을 길들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냉대하는 것(Freeze-out).
바운스 : 장소 이동(Bounce).
꽐라 : 만취 상태.
키노 : 스킨십.
CT : 순응도 테스트.
#-close : 여성의 전화번호를 얻어내는 단계.
k-close : 여성과 키스를 하는 단계.
시듀스 테크 : 여성을 성관계에 이르도록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기술.
ADS : 여성이 헤픈 여자로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저항하는 것(Anti-Slut Defense).
LMR : 여성이 성관계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저항하는 것(Last Minute Resistance).
f-close :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단계.
홈런 : 여성과의 성관계에 성공한 것.
여성 동의 없이 ‘인증사진’ 올려
필드리포트에 게재된 속칭 ‘홈런 인증샷’ 사진들. ‘홈런’은 여성과의 성관계를 의미한다.
필자들이 수십 건의 필드 리포트를 조사해보니 대부분 어떤 기술로 여성을 모텔로 유인했는지에 대한 ‘무용담’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또한 다수의 필드 리포트는 관계를 맺은 여성의 나체, 속옷 사진까지 게시했다. 침대에서 나체 혹은 반쯤 벗은 상태로 잠을 자는 상대 여성의 모습이나 바닥에 널브러진 여성 속옷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몰래 찍어 글과 함께 올리는 것이다. 이런 사진은 글의 신빙성, 사실성을 높이는 일종의 인증사진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픽업아티스트 세계에선 ‘인증사진이 없는 리포트는 지어낸 글’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인증사진 게재가 보편화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는 “픽업아티스트의 처지에선 필드 리포트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어야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증사진을 게재하는 데는 돈벌이 목적도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픽업아티스트 커뮤니티에 게재된 필드 리포트 6건의 내용과 인증사진을 추린 것이다. 일반 독자의 눈에는 선정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픽업아티스트 커뮤니티에선 오히려 평범한 수준이다. 필드 리포트의 수위와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나치게 선정적인 표현을 빼고 소개하기로 했다.
#1
지난달 #-close했던 중국인 유학생과 세 번째 만나 홈런을 쳤어요. 처음에는 폰 게임으로 간단하게 친밀감을 올렸고 나름 공을 들여서 레포를 쌓았어요. (…) 그런데 이 여자가 저 만나는 날 자기 여자친구도 한 명 데려오겠다고 했네요. 셋이서 1차로 클럽에서 놀고 2차로 호프집으로. 여자애들이 술이 약하기에 우선 꽐라로 만든 뒤 옆자리에 앉히고 손금 봐주면서 스킨십 진행했고요. k-close 성공! (…) 새벽 5시30분 여자애들 데리고 모텔로 갔습니다. 음주운전으로 벌금 물면 안 되니까 잠깐 근처에서 방 두 개 잡아 남녀 따로 쉬었다 가자고 했어요. 모텔 주인에게 방 하나밖에 없다고 말해달라고 미리 부탁한 뒤 한방에 입성했습니다. 샤워 후 k-close, f-close 시도했는데 LMR 반응 나왔지만 프리즈-아웃 걸어주니 한번에 OK. 옆에 있던 친구 여자애한테도 시도해 쉽게 성공했고 불타는 시간 보냈습니다.
#2
바로 어제 일입니다. (…) 급하게 그루밍을 마치고 미실이 빌려준 네이비 코트와 흰색 호피스카프로 포인트를 주고 집을 나섰습니다. 가까운 동네 술집으로 들어가자 남자보단 여자가 더 많더군요.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2set에게 어프로치 했는데 눈빛에서 IOI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절당함. 그래서 다른 2set에게 어프로치했습니다. 메이드 성공 (…) 술자리 게임을 하면서도 표정관리와 바이브에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어트랙션. 지금껏 상대해왔던 여성들보다 뛰어난 여성들이 아니었으므로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언제부턴가 나쁘지 않을 정도의 HB들만 만나다보니 이 수준에 머무르게 되네요. 현실에 안주하면 도태되듯 저 또한 갈 길이 너무나 머네요. (…) 제가 휴지 찢기 게임을 시작해 미실에게 팟 정하자고 했고 미실도 알겠다고 판단한 뒤 빠르게 섹슈얼게임으로 넘어갔습니다. 4시간 동안의 미드게임은 하나의 과정일 뿐 다시 일대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감정을 움직여서 키노 했더니 ADS가 터지네요. 하지만 결국 F-close 완료.
#3
광안리역 출구 밖으로 올라와 택시를 잡으려던 중 옆을 보니, 일본인 2set가 옆에서 택시를 탈지 버스를 기다려볼지 의논 중이더군요. 저는 이미 생활 속에 픽업 마인드가 녹아버려서 몸이 먼저 어프로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바디락킹을 하며 다가갔습니다. (…) 관광안내를 도와주며 레포를 쌓은 후 가볍게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자고 했네요 (…) 술자리에서 본격적으로 훅을 던지다가 “두 분은 만난 지 얼마 안됐는데도 같이 여행 온 걸 보면 낯선 사람에게 친절할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리니, HB1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면 그 사람에게는 개방적이다”, HB2는 “아니다. 나는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특히 처음 본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라고 말하네요. 이때 시각이 약 1시 20분쯤 되어서 시간이 없다고 판단, HB1에게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HB2에게도 언어적으로 많은 관심을 써주었기 때문에 친구신공을 펼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 HB1과 룸에 들어가서 차 한잔 마신 뒤 아무 말 하지 않고 아이컨택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린 뒤 k-close하니 HB1이 상당히 부끄러워하네요. 그렇게 k-close하며 상의를 탈의시키려고 하니 LMR이 나오네요. 알고 보니 남자랑 한 번도 자본 적이 없다는 HB1. 다들 아실 테지만 LMR을 깰 때는 논리적인 설득보다는 비언어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난 지 약 두 시간 만에 f-close를 완료했네요. f-close를 마치고 샤워 후 나오니 제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았던 옷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저에게 보여주는 HB1을 보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더군요.
#4
다른 회원 분들과 로드 헌팅에 나갔는데 벤치에 앉아 있는 여성 발견하고 어프로치. 단번에 #-close 성공. 사실 얼굴이 그리 예쁘지도 않고 평범해서 작업하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별로 없었음. 그래도 기왕 번호를 딴 김에 픽업 연습도 할 겸 카톡하기 시작. (…) 저녁 7시에 만나 술집에 가서 컴포트와 어트랙션 위주로 게임을 끌어나갔음. 와이드 레포를 형성했는데 스킨십은 안 했음. 2차는 룸 형식 술집으로 가서 시듀스 테크 시작. 가위바위보 한 뒤 옆자리에 앉히고 키노함. 바로 k-close. 여자가 너무 빠르다고 싫다고 LMR하기에 농담 따먹기로 웃겨줌. 그런데 여자가 자꾸 불안해해서 사귀자고 그냥 애드립. 그러면 사귀는 증표를 달라고 하면서 사고 싶은 옷 있다고 함. 4만 원짜리 셔츠 사주고 모텔 입성.
#5
클럽에서 수많은 남성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긴 다리선 그리고 잘록한 허리를 뽐내며 춤추고 있는 여성 발견. 잠깐의 아이컨택 후 픽업아티스트 세미나에서 공개한 몇 가지 행동을 통해 그녀에게 어프로치. ‘주위에 남자가 왜 이렇게 많아 했더니 니가 있었구나? 내가 대표로 말을 걸었다’는 오프너 사용. (…) 탐색전을 시작해 호감신호 반응인 IOI 캐치함. 매뉴얼 기반으로 게임을 진행. 그 후 그녀의 관심이 증가함. 바운스 제안해옴 (…) 강남구청역은 우리 트레이너들의 라운지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주변 지리를 충분히 꿰뚫고 있었음. 가까운 모텔에 입실할 수 있었고 나는 그렇게 또 한 명의 여성과 즐거운 F-Close를 성공함.
#6
장소는 모 클럽이었습니다. 화장실 앞 Bar에 섹시한 나시 티와 하얀색 반바지를 입고 어여쁜 다리를 뽐내는 여성분이 계시네요. 그 여성분 등진 채로 잠깐 춤을 추고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그 여성분과 아이컨택이 되더군요. 저에게 IOI를 나타내는 행동을 보내고 있었고요. 그녀에게 다가가 워크숍에서 공개해드릴 오프너를 사용했고 (…) 여성분은 저에게 IOI를 계속 보냈고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은 “오빠 춤 섹시하던데”였습니다. (…) 땀도 나는데 술 한잔 달라고 말했고 흔쾌히 응한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끌고 갔습니다. 저도 이 여성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과의 게임도 염려를 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끌려가는 연기를 심하게 했네요. (…) 조건으로 키스 CT를 거니 (…) 키스 후 적당한 명분으로 바운스했고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필드 리포트에 대해 회원들은 대체로 찬사를 보냈다. “부럽다, 부러워” “존경스럽다”는 댓글이 여럿 달려 있었다. 회원들은 “픽업으로 인생이 달라졌다” “필드 리포트를 보고 수업을 들으면서 나의 내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한 회원은 “한심하게 살던 ‘찌질이’에서 당당한 ‘남성’으로 거듭났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회원들은 필드 리포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픽업아티스트 커뮤니티 수강생이던 정모(24) 씨는 “모태솔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픽업아티스트 카페에 가입했는데 처음엔 모든 것이 흥미롭고 배울 게 많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고 한다. 정 씨는 “여자를 성적 장난감처럼 표현하는 야설 수준의 글이 올라온다. 처음엔 필드 리포트를 자주 보고 댓글도 달았는데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로는 못하겠더라. 죄책감도 들고”라고 말했다.
“부럽다, 부러워”
픽업아티스트 커뮤니티에선 여성의 나체와 속옷 사진 게재를 우려하는 댓글을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일을 당해본 여성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최근 생일파티에서 만난 픽업아티스트와 하룻밤을 보낸 여성 김모(22) 씨는 며칠 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자신의 속옷 사진을 발견했다. ‘홈런 인증사진’으로 사용된 것이었다. 글과 사진을 함께 보면 한눈에 자기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김 씨는 커다란 충격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필드 리포트는 여성의 프라이버시·인권침해 등 법적·도덕적 문제를 수반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픽업아티스트 당사자는 필자들이 취재한 내용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까. 픽업아티스트 K씨(29)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K씨는 여성 1000명과 만난 경험을 언론에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탔으며 픽업아티스트의 입장을 공개리에 밝혀왔다. 다음은 K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필드 리포트와 관련된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피해 사례가 나오는 것은 자질이 없는 일부 몰지각한 픽업아티스트들 때문이다. 수강생을 모으기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자극적인 몇몇 후기가 공개된 것 같다. 본래 필드 리포트란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이러이러한 멘트를 사용했다’며 경험담을 나누는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일정 등급 이상만 볼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픽업아티스트는 미국에서 유래했다.
“전문적인 직업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논란의 대상도 되고 있다. 특히 여성 대통령의 등장으로 인해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엔 여성들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성과의 하룻밤 후기를 가감 없이 올린다.”
▼ 픽업아티스트 강의를 찾는 이들은 주로 어떠한 사람들인가.
“두 마리 토끼, 즉 연애와 유흥 모두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남성이 ‘왜 저러느냐’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사이트에 가입해서 본다. 우리는 이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남성은 여성과 잘 통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욕망을 억누르며 살지 않아도 된다. 성폭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 필드 리포트를 꼭 써야 하는가.
“홍보를 위해 안 쓸 수는 없다. 픽업아티스트들은 여성의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심은 없고 욕구만 있다
픽업아티스트는 우리나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고 있다. 3주 정도의 단기 픽업아티스트 코스 수강료는 보통 50만~100만 원 선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인기 있는 픽업아티스트 강사에겐 수강생이 몰린다고 한다. VIP 회원용 코스 수강료는 200만~300만 원대로 치솟는다.
한 픽업아티스트는 “픽업아티스트의 수입이 좋은 편이어서 원래 갖고 있던 직업을 그만두고 픽업아티스트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픽업아티스트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출판계에선 ‘현직 픽업아티스트가 공개하는 대한민국 미녀 유혹의 비밀’ ‘픽업아티스트, 연애의 기술’ ‘픽업아티스트의 섹스로 이어지는 키스 테크닉’ 등 픽업아티스트 관련 서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저자명은 대부분 카페 닉네임이나 카페 이름으로 돼 있다. 픽업아티스트 카페에서 강의교재로 사용하는 서적도 다양하다. 최근엔 픽업아티스트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돼 픽업아티스트 문화를 훨씬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픽업아티스트의 순기능적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수많은 젊은 남성이 픽업아티스트에 열광하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성(性) 개방 풍조의 한 단면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대 여성을 획득하거나 정복하는 대상으로 삼으려는 가부장적, 남성 중심적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식 픽업아티스트 문화의 핵심인 필드 리포트를 중점 취재해본 결과 상당수 리포트는 여성을 ‘성적 욕구 충족의 도구’로만 보는 저속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커뮤니티 회원 출신 정모(24) 씨는 “진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글”이라고 평가한다.
인증사진 게재에 이르러선 리포트의 상업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때나마 몸과 마음을 나눈 여성을 희생시키는 비도의적 행태마저 보이고 있었다. 특히 필드 리포트는 ‘실제 이야기’를 표방하는 점에서 상당한 흡인력을 갖고 있었고 그만큼 젊은 남성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클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픽업아티스트 문화가 우리나라에 와선 수치스러운 막장 성문화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국제화의 시대, 한국 남성의 이미지 추락까지 우려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