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존하는 권력구조가 모든 이의 자유를 신장하는 대신 권력 자체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런 과잉 행위를 억제할 정치 지도자를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보 당국, 나아가 미국 정부의 과잉 행위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기밀 폭로의 핵심 동기다. 모든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낱낱이 기록되는 세상에서 살 수 없겠다는 생각에 감시 체계의 공개를 결심했다.”
- (에드워드 스노든 前 CIA·NSA 요원의 ‘가디언’ 인터뷰 )
- 미국 정보 당국의 개인정보 수집 및 무차별적 도·감청을 폭로해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스노든, 위키리크스에 기밀을 넘긴 매닝, CIA의 고문 사실을 폭로한 키리아쿠는 내부고발자인가, 기밀누설자인가.
“이라크인이라고 해서 모두 제거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매닝은 기밀을 폭로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2010년 현역 군인 신분으로 외교 기밀문서 25만 건,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록 39만 건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그의 폭로로 전 세계가 들끓었다. 그가 밝힌 기록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 사망자 의 90%가 민간인인 데다 미국 정부는 의도적 학살을 오폭 등의 사고로 은폐했다. 특히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라크 민간인 폭격 영상이 충격적이었다. 미군 헬기 조종사가 컴퓨터 게임을 즐기듯 민간인을 타깃 삼아 사살한 것. 총격을 받은 이들 중엔 취재용 카메라를 든 로이터통신 기자와 어린이들이 포함돼 있었다.
매닝은 관타나모 수용소의 고문 실상과 민간인 140명이 살해된 아프가니스탄 그라나이 마을 학살 장면도 공개했다.
1월 25일 미국 버지니아 주 지방법원. 알 카에다 조직원을 물고문한 사실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요원 존 키리아쿠(48)가 선고 공판을 받고 있었다. 이날 그는 언론에 기밀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내부고발자 vs 기밀누설자
키리아쿠는 1990~2004년 CIA에서 일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이던 아부 주바이다를 체포하는 작전에 참여했다. 2007년 12월 ABC와의 인터뷰에서 “CIA가 주바이다를 물고문했다”고 폭로한 후 체포됐다. 키리아쿠는 CIA 사상 정보신분보호법을 위반한 첫 번째 전·현직 직원이 됐다.
언론은 키리아쿠와 매닝을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로 명명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가권력의 불법, 비위 사실을 폭로해 공익에 기여한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기밀을 빼돌리는 스파이와는 사뭇 다른 개념이다. 폭로 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므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매닝과 키리아쿠를 기밀누설자(leaker)로 간주한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최근 미국의 내부고발자 10명을 선정했다. 첫 번째로 꼽힌 이는 닉슨 대통령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제보자 마크 펠트로 전 FBI(연방수사국) 부국장.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 확전을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했다는 내용이 담긴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타임스’에 건넨 대니얼 엘스버그, 위키리크스에 자료를 넘긴 매닝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에 이어 또 한 명의 내부고발자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29). CIA와 NSA(국가안보국)에서 일했던 그는 최근 NSA의 개인정보 통화 감찰 기록, 프리즘(PRISM) 감시 프로그램 등과 관련한 기밀문서를 폭로했다.
스노든의 행적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7월 15일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 환승구역에 머물면서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폭로대로라면 NSA는 버라이즌, AT·T 등 미국 이동통신 업체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을 대상으로 방대한 양의 고객정보를 수집했다. NSA가 개인 사용자의 인터넷 접속기록과 e메일은 물론 파일 전송, 인터넷 메신저 대화, 소셜네트워크(SNS) 활동, 음성통화 등에도 접근했으며 특정 대상에 대해선 실시간으로 감시했다는 것이다. 스노든은 또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대사관을 포함해 워싱턴에 소재한 38개국 대사관의 전화, 팩스 등도 수시로 도·감청했다고 폭로했다.
궁지에 몰린 미국
세계 각국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미국이 궁지에 몰렸다. 미국은 스노든 송환 노력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정부는 스노든이 첫 폭로에 나선 홍콩으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아 형사처벌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 러시아로 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홍콩과 러시아가 미국을 난감하게 만든 것이다. 미국은 스노든을 내보낸 홍콩과 이를 묵인한 중국, 스노든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한 스노든의 정치적 망명지로 거론되는 국가 20여 곳과 그가 비행기를 환승하기 위해 지나갈 수 있는 나라를 대상으로 스노든 송환과 관련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며 압박하고 있다.
백악관,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 등은 중국이 스노든의 도피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고 대놓고 불평했다. 카니 대변인은 “중국이 범죄인 인도에 관한 의무를 존중할 생각이 없다면 문제가 있다”고 일갈했다. 민주당 소속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스노든의 행위는 반역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부고발자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뮤케이지 전 법무장관은 “기밀을 누설하는 것은 테러리스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했다.
스노든은 기밀을 폭로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가디언’ 기자에게 제보할 때는 휴대전화를 냉장고에 넣은 상태에서 통화했다. 호텔에서도 CCTV와 웹캠을 피하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료를 정리했다. 제보처로 가디언을 선택한 것도 탁월했다. 미국 언론의 애국주의 성향 탓에 폭로가 무산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가디언의 미국 인터넷판 편집장 자닌 깁슨은 “미국에서는 안보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 비애국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노든과 접촉해 기사를 쓰고 있는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변호사 출신으로 그간 정부의 각종 부정과 비리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왔다. 스노든이 그를 제보처로 점찍고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미국이 아닌 홍콩에서 기밀을 폭로한 것과 모스크바 공항 환승구역에 머물면서 폭로를 이어가는 것도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매닝을 비롯해 내부고발을 한 사람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폭로 이후까지 치밀하게 계산했다는 것이다.
매닝은 내부고발 이후 바그다드 군기지에서 곧바로 체포돼 버지니아 주 콴티코 군 구치소로 옮겨졌다. 재판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3년 동안 갇혀 있었다. 독방에 머물렀으며 운동도 제한당했다. 매닝이 자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속옷까지 탈의시켜 알몸으로 지내게 했다. 1986년 미국 의회는 내부고발자가 보복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끔 부정청구주장법(False Claim Act)을 제정한 바 있으며, 1989년엔 연방공직신고자보호법(Whistleblower Protection Act)도 만들었다. 그런데 매닝이나 키리아쿠는 이들 법에 의해 신분보장, 신변보호를 전혀 받지 못했다. 두 사람이 내부고발자가 아닌 국익을 해친 범죄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테러 방지’는 만능열쇠?
내부고발자가 수난을 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급변한 미국의 분위기 탓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였다. ‘애국법’도 제정했다. 테러를 막는다는 명목하에 정보기관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 그러면서 무차별적 도·감청이 자행된 것이다. 누군가 이러한 내용을 고발한다면 그것은 테러리스트를 이롭게 하거나 그들과 협조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테러 방지가 미국 사회에서 만능열쇠가 돼버린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밀을 누설한 내부고발자를 간첩죄로 처벌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미군 검찰은 매닝을 기소하면서 “유출한 문서가 위키리크스를 거쳐 알 카에다 수장 빈 라덴 손에 들어갔다. 빈 라덴 사살 당시 은신처에서 이 문서들이 발견됐다”며 범죄 증거로 제출했다. 그가 빈 라덴에게 기밀문서를 직접 건네지는 않았지만 이와 동일한 결과를 일으키는 행동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의 이러한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한다면 매닝은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미군 검찰 조 모로 대위는 “기밀로 분류된 수많은 문서를 다루는 군인이 정보를 적의 수중에 던져버렸다. 이번 사건은 민감한 정보와 오만함이 만나 일어난 사건”이라면서 매닝의 유죄를 주장한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전 CIA 요원 키리아쿠를 체포한 직후 “민감한 작전에 투입된 CIA 요원의 신원정보 등을 포함한 국가기밀 보안은 유능한 요원의 안전과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감청 프로그램을 통한 정보수집 덕분에 20여 개 국가에서 50회 넘는 테러 음모를 막아냈다. 감청 프로그램은 엄격한 통제 하에 작동되고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 필수적이다. 스노든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내부고발자가 또 나타나는 것을 막고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매닝이 체포된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 제13587호’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매닝 같은 이들의 행위를 ‘내부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내부 위협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든 뒤 1년 안에 내부 위협 대응 프로그램의 최저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 각급 연방기관이 내부 위협 탐지·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6월 존 브레넌 CIA 국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 조직의 비밀 유지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서약을 지키자(Honor the Oath)’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브레넌 국장은 메모에서 “비밀 준수 캠페인은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끈 익명의 기밀 폭로 건과 전직 간부 요원들의 저서 출판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무부도 직원들에게 ‘간첩 식별법’을 교육했으며, 국방보안청(DSS)은 정규 업무 시간이 끝났는데도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것을 보고해야 할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예비 내부고발자’ 색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1년 11월까지 미군 합참부의장으로 재직한 퇴역 장군 제임스 카트라이트가 스노든의 폭로 이후 법무부의 조사를 받았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이번 조사는 스노든의 폭로 이후 혹시 있을지 모를 추가 폭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트라이트가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미군 서열 2위의 고위 장성이었는데도 이런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백악관의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게 한다.
독일, 美 정보기관 기소 예정
내부고발자의 폭로가 일으키는 파장은 엄청나다. 매닝의 폭로 이후 미국에서 반전 여론이 들끓었고, 미국 정부는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완전 철군을 결정했다. 키리아쿠의 물고문 폭로로 미국은 고문을 자행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매닝이 폭로한 아랍 친미 독재자들의 행태는 아랍 국가의 민주화 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폭로한 외교 전문에는 튀니지의 독재자 벤 알리 전 대통령 일가가 혈연·혼인 관계를 통해 정·재계를 주무르고 있으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가 임종 전까지 권좌에 앉아 있을 것”이라는, 이집트 주재 미국대사관의 관측이 담긴 외교 전문도 공개됐다.
스노든의 폭로 역시 파괴력이 컸다. 미국인을 상대로 한 통화 기록 및 e메일 정보 수집 프로그램 존재 사실을 폭로했을 때만 해도 미국 정부는 ‘테러 예방 목적’이었다고 해명하면 됐다. 그런데 한국대사관 등 자국 소재 동맹국 대사관들도 도·감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해명이 무색해졌다. 동맹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외교관은 테러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정보기관은 유럽의 심장인 브뤼셀의 EU본부 건물까지 도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EU 본부 건물 도청 의혹에 대해 “모든 관련 정보를 EU 회원국에 넘기겠다”면서 진화에 나섰으나 케리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내가 아는 한 (도청은) 여러 나라에서 특이한 사항이 아니다”며 “세계 모든 국가는 안보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한다”고 말해 세계의 공분을 샀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미국-EU 관계는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다.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추진하던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독일 연방검찰은 불법 도청과 감시 혐의 등으로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을 기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기 직전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이동통신사와 칭화대를 해킹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해 7월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스노든의 폭로는 미국 시민에게도 충격이었다.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개발회사인 모질라는 ‘우리를 지켜보지 마라(Stop Watching Us)’라는 온라인 운동을 벌이며 미국 의회에 보낼 항의서한에 대한 서명을 받고 있다. 6월 10일 백악관 인터넷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는 ‘스노든을 사면하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NSA의 감시 프로그램을 승인한 연방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의 청원도 올라와 있다. 진보 성향의 유권자 단체 진보변화운동위원회는 의회에 개인정보 비밀수집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불합리한 체포와 수색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4조 때문이다. 수정헌법 4조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미국인 누구도 도청을 당해서는 안 된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수정헌법 4조를 복원하라(Restore the Fourth)’라는 이름의 시민단체가 워싱턴 등 전국 100여 개 도시에서 NSA의 감시 프로그램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수정헌법 4조를 복원하라’ 등의 단체를 지지한다고 밝힌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당·켄터키)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정부의 시민 감시 활동은 비극이며 수정헌법 4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답해야 할 질문
국민의 싸늘한 눈초리는 정보기관장에게 집중적으로 향하고 있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6월 12일 상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미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이자 4성 장군인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NSA 감시 프로그램의 투명성을 높이는 법안을 제출한 8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한 명인 제프 머클리(민주당·오리건) 의원은 “국가 기밀과 관련한 법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통화나 e메일을 얼마나 감시하는 게 타당한지는 토론해봐야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제임스 클래퍼 DNI(국가정보국) 국장이 과거 의회에서 한 증언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클래퍼 국장은 3월 12일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론 와이든(공화당·오리건) 상원의원이 “NSA가 수백만 또는 수억 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어떤 종류의 정보라도 수집하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와이든 의원이 클래퍼 국장에게 “분명히 아니라는 거냐?”고 되물었지만 “우연히 그럴 수는 있지만, 일부러 수집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클래퍼 국장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스노든은 연봉 20만 달러(2억2000만 원)의 안락한 직장과 집, 여자친구, 가족을 버리고 도망자의 길을 선택했다. 방송사에서 정보 전문가로 맹활약하던 키리아쿠 전 CIA 요원은 세계 최강대국의 불명예스러운 고문을 고발한 후 교도소에 갇혀 있다. 매닝은 기밀을 유출하면서 전쟁의 부당성을 세상에 알렸다. 매닝은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피에 굶주린 미군의 만행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목격한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매닝, 키리아쿠, 스노든은 내부고발자인가, 기밀누설자인가. 우리 모두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