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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DJ는 삼성에 대해 한 번도 좋은 말 안했다”

‘문제적 인간’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대표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DJ는 삼성에 대해 한 번도 좋은 말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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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인맥

“DJ는 삼성에 대해 한 번도 좋은 말 안했다”

19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조지 소로스에게 보낸 비밀 서한(왼쪽). 오른쪽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최규선 씨를 통해 사우디의 알 왈리드 왕자에게 보낸 친서.

상폐를 결정할 당시 증선위가 최 대표의 횡령을 확신한 건 쿠르드 정부의 예산 관련 서류 때문이다. 외교부를 통해 당시 금감원이 확보한 서류에는 쿠르드 정부가 실제로 선수금을 유아이에 지급한 걸로 돼 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이 문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쿠르드 정부 전력부 국장이 “우리 정부가 만든 자료는 불완전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지난해 8월 발전설비 대금이 들어온 뒤에도 논란은 계속됐죠.

“맞습니다. 증선위는 ‘돈이 들어올 리가 없다’며 낙관했죠. 이미 받았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검찰도 돈이 들어오는지 두고 보자면서 수사를 미뤘어요. 그런데 정말 돈이 들어온 겁니다. 그러자 금감원은 부랴부랴 검찰에 ‘아무래도 이 돈은 최 대표의 해외 비자금 같으니 조사해달라’고 합니다. 그러다 슬그머니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철회했어요. 자기들 주장이 틀렸다고 인정한 겁니다.”

▼ 그럼 최종적으로 상폐가 결정된 이유는 뭔가요.



“병원 공사 문제였어요. 그런데 법원은 그것도 인정하지 않았죠. 쿠르드 정부에서 ‘병원 사업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라 선수금을 줄 이유가 없었다’고 공문을 보냈거든요. 증선위가 주장한 선수금과 실제 계약서상의 선수금이 맞지도 않았어요.”

최 대표의 ‘글로벌 인맥’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009년 사망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 중동의 워런버핏으로 불리는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주요 인맥으로 거론된다. 인맥이 너무 화려한 나머지 오히려 이것이 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스승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교수와 마이클 잭슨의 도움으로 전 세계 유력 인사들과 교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유아이 홈페이지에는 토니 레이크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폴 렉소 전 미국 상원의원,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소장 등이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0년 3월 영국의 한 언론매체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유아이에서 수십만 파운드의 자문료를 받았다고 보도해 화제가 됐다. 이들 고문단은 유아이가 이라크 사업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대표는 1997년 초 야당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보좌역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화려한 인맥과 추진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어르신’ ‘선생님’ ‘대통령님’ 등으로 표현했으나 편의상 ‘DJ’로 호칭을 통일한다.

“DJ가 저를 총애하셨죠. 다들 ‘자네처럼 짧은 시간에 선생님(DJ) 혼을 빼버린 사람은 없었네’라고 했죠.”

得寵思辱

▼ DJ의 보좌역으로 어떤 일을 했습니까.

“가장 먼저 한 일이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의 딸 진지 만델라 초청이었어요. 진지 만델라는 만델라가 40년간 찼던 시계를 가져왔고, DJ는 망명생활 동안 들고 다닌 가방을 선물했어요. 이때부터 ‘김대중=한국의 만델라’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죠. 기가 막힌 캠페인이었어요. 그러나 제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1997년 대선 직전 외환위기가 터진 뒤부터였어요. 조지 소로스의 투자를 주선했고,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의 투자도 이끌어내면서 DJ의 신임을 받았죠. 대우, 현대가 덕을 많이 봤죠(웃음).”

당시 그는 DJ의 외환위기 탈출 시나리오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다. DJ 정부 초기 대통령 경제고문을 맡아 외자유치를 진두지휘한 유종근 전 전북지사는 2007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지 소로스,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 등의 투자는 최규선 씨가 나서서 이뤄진 것이다. 최 씨가 이들에게 편지도 쓰고 회담도 주선했다.”

▼ 그런데 막상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엔 빛을 못 봤죠. 청와대에도 못 들어갔고.

“좌충우돌하다 (DJ의) 신임도 잃고 역할도 잃었죠. DJ가 제게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자네는 두 가지만 고치면 반드시 대성을 해. 신중함과 겸손함이여’였어요. ‘나도 젊었을 때는 손바닥에다가 겸손이라고 써놓고 다녔네’라고 하시면서. 그때는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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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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