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생각대로 코스트코는 증권가의 우려와 달리 첫해 1억 달러 매출에서 2010년 763억 달러까지 연평균 27.8%의 성장을 기록했다. 창업한 지 6년도 안 돼 30억 달러 매출을 올린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투자가로 유명한 워런 버핏은 코스트코를 “3억5100만 달러를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얼마 전 펴낸 저서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 투자전략’에서 “코스트코 주당순이익은 2008∼2009년 금융위기를 포함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복리로 9.85% 증가했다”며 “향후 10년간 잠재적 연간수익률이 7.7%(복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몇 년 전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를 출간한 데 이어 올 초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를 펴낸 미국 밴틀리대 라즈 시소디어 교수는 “사랑받는 기업은 직원 급여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가치 사이의 상관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사랑받는 기업이란 주주와 고객, 직원, 거래처 등 모든 이해당사자를 끌어안으면서 자본시장에서도 눈에 띄게 좋은 성적을 올리는 기업을 가리킨다. 2006년 6월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S·P 500 기업들은 투자자에게 평균 122%의 수익을 가져다준 반면, 사랑받는 기업들은 같은 기간 1000% 이상의 투자자 수익을 올렸다. 사랑받는 기업 명단엔 코스트코도 올라 있다.
“사랑받는 기업은 직원들에게 월등히 높은 급여를 지불하고, 고객들에게는 낮은 가격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한다. 이들 기업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높은 급여와 복리후생 혜택은 고객들이 지불하는 가격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직원들의 우수한 생산성과 낮은 이직률이 비결이다. 만족한 직원은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내도록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고객들로부터 충성도를 이끌어낸다. 높은 급여와 질 좋은 복리후생은 낮은 운영비용으로 변화한다.”
‘공평한 비즈니스’ 추구
이를 증명하듯 코스트코는 매출에서 판매 및 일반 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9.8%에 불과하다. 직원 채용 및 훈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덕분이다. 코스트코는 업계에서 이직률이 낮기로 유명하고, 직원 1명당 생산성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직원 급여가 높은데도 코스트코가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비결이다. 직원들을 잘 대하는 것은 도덕적 코드가 아니라 엄연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경영 성과 때문이다.
코스트코를 성장시킨 기업문화의 하나는 공평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시네갈은 지난해 1월 CEO에서 물러날 때까지 연봉 35만 달러를 받았다. 여느 CEO들이 받는 연봉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그는 “35만 달러도 내겐 충분한 보상”이라며 “코스트코처럼 비용에 민감한 조직을 경영할 때는 불공평한 차이를 둬서는 안 된다. CEO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보다 수백 배 많은 연봉을 챙기는 건 잘못된 일이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이익이 늘어나면 그것을 소수 경영진의 주머니에 털어넣지 않고 직원, 고객들과 나눈다. 직원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직원들이 의료비의 8%만 부담하지만, 10년 전엔 직원 부담이 10%를 넘었다. 그것도 미국 기업으로선 아주 훌륭한 수준이라 증권가에선 이미 비용 부담이 크다고 비난이 쇄도했다. 하지만 코스트코 경영진은 직원 부담을 10% 이하로 더 낮추지 못해 안달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03년 코스트코 최고 재무책임자(CFO)인 리처드 갈란티가 시네갈에게 “직원들이 물품을 아주 현명하게 구매함으로써 생겨난 많은 변화를 보라”며 “직원들의 의료비 부담이 10%가 넘는데, 몇 년째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하자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면 하지 않는 시네갈이 의료비 보조를 늘리는 데 동의했다. 시네갈은 다만 한 가지 단서를 붙였다. 의료비 지원 인상에 대해 요율을 복잡하게 산정하거나 요란하게 설명을 늘어놓을 것 없이 자신이 편지 한 통을 쓰겠다고 했다. “코스트코 직원은 의료비 전액의 10% 이상을 부담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갈란티는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보고하면 대부분의 CEO는 비용 절감에 따른 이익 증가를 반기면서 직원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바쁘다. 하지만 시네갈은 직원들과 나누기를 원했다. 2008년 의료비 지원을 또 한 번 늘린 것도 그런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시네갈은 직원들을 후하게 대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믿는다. 그는 “다른 할인점 고객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코스트코 고객들이 코스트코에 애정을 갖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누리는 낮은 가격의 혜택이 코스트코 직원의 희생을 대가로 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이타적인 게 아니라 좋은 비즈니스다”라고 말했다. 최근에야 각광받는 공정 비즈니스에 대한 철학을 시네갈은 일찍이 간파했던 것으로 보인다.
“직원과 고객을 왕처럼”
업계에선 시네갈을 ‘창고형 할인점 전매특허자’라고 한다. 무려 60년 동안 창고형 할인점에 몸담은 살아 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1954년 샌디에이고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던 18세 학생 시네갈은 친구의 부탁으로 할인점 페드마트(Fed-Mart)에서 매트리스 하역 작업을 도왔다. 우연히 하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것이 평생 유통업에 몸담는 계기가 됐다. 페드마트를 설립한 솔 프라이스의 철학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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