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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는 높게, 가격은 낮게

코스트코

  • 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급여는 높게, 가격은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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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율을 지키는 것은 공급자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생산자가 많이 팔아치울 목적으로 큰맘 먹고 가격을 내려도 유통업자들이 마진을 높게 붙이면 소비자가(價)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다. 그런데 코스트코와 거래하면서 공급가를 내리면 소비자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시원시원하게 팔려나간다. 많은 업체가 코스트코에 제품을 공급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코스트코에선 50달러짜리 청바지를 22.99달러에 살 수 있지만 입어볼 수는 없다. 탈의실이 없기 때문이다. 결제 가능한 카드도 한 종류뿐이다. 일반 대형마트에는 어디나 있는 소량 전용 계산대도 없다. 모두 관리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기업 대부분이 고객 편의를 최대로 도모하려고 경쟁하지만, 코스트코는 결국 고객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면 선택하지 않는다. 시네갈은 언젠가 “경쟁자한테는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고객만 신경 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입어보지도 않고 옷을 살 수 있을까. 코스트코는 “언제든지 환불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한다. 코스트코에선 환불할 때 컴퓨터(6개월 기한)만 아니면 기간 제한도 없다. 코스트코는 고객을 신뢰한다. 고객이 코스트코를 신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뢰는 주고받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이 고객의 신뢰를 얻고자 하지만, 정작 기업 스스로 고객을 신뢰하는지에 대해선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원칙 지키려는 순혈주의

현재 코스트코 경영진 상당수가 페드마트와 프라이스클럽 때부터 인연을 같이하고 있다. 시네갈을 비롯한 경영진의 삶과 철학이 코스트코에 온전히 배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네갈과 마찬가지로 10대 시절 페드마트에서 일하기 시작해 현재는 코스트코 이사회 멤버인 릭 리벤슨은 “물건을 가능한 한 싸게 팔아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옳은 일이라 여기며 살았다”며 “그래서 늘 우리 스스로 소비자 대변인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은퇴한 전 수석부사장 딕 디서치오는 인생과 비즈니스가 결국 하나라고 했다. “코스트코는 우리가 자라면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속이지 않으며, 공급자들을 이용해먹지 않는다. 그리고 직원들을 존중한다.”

코스트코는 관리자를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는 순혈주의로도 유명하다. 이직률이 워낙 낮기도 하지만 직원 우대, 철저한 마진율, 비용 최소화 등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려면 코스트코의 철학과 문화를 깊이 이해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네갈은 코스트코의 순혈주의 또한 “절대 물러서면 안 되는 코스트코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시네갈은 순혈주의와 함께 관리자들의 직원 교육을 매우 중요시했다.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직원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CEO와 똑같은 열정을 갖고 일하게 하려면 기업의 사명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실천하도록 훈련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CEO는 선생님이자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직원들 이름을 외우고, 매장을 자주 찾아 직원과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였던 것도 모두 교육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는 관리자들에게도 직원 교육을 강조했다. “근무 시간의 90%를 가르치는 데 쓰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할 정도다.

지난해 1월 1일 시네갈이 은퇴하면서 코스트코의 새로운 수장이 된 크레이그 젤리넥 역시 페드마트 출신이다. 젤리넥은 “비즈니스의 목적 중 하나는 직원들의 행복한 삶을 유지해주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한다. 시네갈이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이 비즈니스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자신이 있어 보인다.

한국에선 지난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시행되면서 일부 지자체와 마찰을 빚은 코스트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다. 코스트코의 일시적인 휴일 영업 강행에 대해 “콧대 높은 외국 기업의 배짱 영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코스트코의 주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의무휴업을 강제한 지자체 조례가 위법 논란이 있는 데다, 대용량 한정 품목을 취급하는 코스트코는 사업자로 등록한 자영업자에게는 오히려 개인 회원보다 가입비를 적게 받고 있다. 자영업자들과 경쟁관계로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지금은 코스트코도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을 따르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속속 창고형 할인점을 시도하고 나섰다. 불황을 모르는 코스트코를 본보기로 삼았을 것이다. 사람 키 몇 배 높이로 물건을 쌓아놓고 파는 외형만 좇을 게 아니라, 직원을 존중하고 고객 및 거래처와 이익을 나누는 기업문화가 성공의 열쇠임을 배워야 할 것이다.

코스트코를 연구한 시소디어 교수는 코스트코의 ‘비밀병기’로 “인간 행동, 특히 직원의 행동에 감정이 충만하도록 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꼽는다. 시소디어 교수는 “보통 기업의 지적 재산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하는 반면, 기업이 이해당사자들의 감정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많다”며 “사랑받는 기업들은 인간에 대한 신뢰가 가져오는 수익을 잘 알고 있다. 기업의 투자가치를 평가할 때 감정적인 재산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동아 201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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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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