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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 영화사회학

중국 무협영화의 이데올로기 코드

  •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중국 무협영화의 이데올로기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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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협영화의 이데올로기 코드

영화 ‘전국 : 천하영웅의 시대’ 포스터.

그러나 홍콩 반환 이후, 그리고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 권역으로 편입된 이후 중국 영화들은 개인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텍스트가 로맨틱 코미디 ‘소피의 연애 매뉴얼’(에바 진, 2009)이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와 미국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20대 후반 직장인 여성의 사적인 고민들을 소재로 한다.

고대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최근의 중국 무협영화(시대극) 역시 주인공은 황제, 황후, 장군, 협객 등 봉건적 인물이지만 스토리를 관통하는 중심 사상은 사적 욕망의 발현과 좌절 등 개인주의인 경우가 많다.

반면 ‘엽문’ 시리즈, ‘소걸아’‘타이치 0’ 등 근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중국 무협영화는 주로 청조 말기, 중일전쟁기와 같이 외세의 침략으로 중화민족의 존속이 위태로운 시대적 상황을 앞세운다. 이어 이러한 민족 공동체의 위기 상황에서 무술인들이 외세에 의롭게 맞서는 모습을 부각한다.

중국 사회 내면의 혼돈 반영

장르의 측면에서 이들 무술인 영화는 개인의 일대기를 다루므로 전기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 영화는 주인공인 무술인이 무술을 연마하게 된 계기, 수련 과정을 보여준 뒤 무술을 사용해 악한을 무찌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때 악한은 서구 열강, 일본 그리고 중국 내 외세 추종 세력이다.



중국 무술인이 외국인을 무찌르는 영화의 기원은 1970년대 초 이소룡의 쿵푸 액션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정무문’이나 ‘맹룡과강’과 같은 영화에서 이소룡은 중일전쟁 당시 상하이를 점령한 일본인들을 무찌르거나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백인 무술인과 결투를 벌인다. 그럼으로써 중국인에게 일종의 대리만족감을 제공했다.

이러한 ‘중화민족주의 무술인’ 인물형은 1990년대 이연걸과 조문탁이 주연을 맡은 ‘황비홍’ 시리즈로 계승된다. 이소룡이 맡은 주인공은 억압과 부당함에 맞서는 분노하는 중국인의 모습을 담아내는 데 비해 이연걸과 조문탁이 분한 황비홍은 관대함과 여유로움을 겸비한 유교적 덕목을 지닌 중국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견자단이 주연을 맡은 ‘엽문’ 시리즈의 주인공인 엽문은 중일전쟁 때 일본 무술인을 무찌르고 나중에 이소룡에게 영춘권을 가르쳐준 스승으로 그려진다.

올해 개봉된 ‘타이치 0’는 태극권의 창시자로 알려진 양로선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신세대 무협영화다. 무성영화 양식과 ‘스트리트 파이터’류의 전자게임 양식을 결합했다. 영화에서 ‘삼화취정’이라는 특이한 신체적 능력을 지닌 양로선(위안샤오차오)은 청조 말엽 천리교에 가담해 무술을 연마하지만 기력을 너무 많이 써 죽게 될 처지가 된다. 이에 양로선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진씨 집성촌인 진가구에 들어가 진가권을 배운다.

양로선이 배우는 진가권은 대대로 내려온 중국의 전통문화를 상징한다. 영화는 철도 등 서구 기계문명에 대한 반감을 고취하면서 대신 진가권으로 상징되는 중국식 대응방식을 찬미한다. 영화 ‘황비홍’에서 서구 문명의 부산물인 사진, 영화, 의학에 대해 황비홍과 그 주변 인물들이 보여준 반감과 유사한 것이다. G2 위상에 오른 중국은 무협영화를 통해서도 ‘만물을 서구의 세계관으로만 보아선 안 되며 그에 대척하는 중국의 세계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중국 무협영화의 이데올로기 코드
노광우

1969년 서울 출생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박사(영화학)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 : ‘Dark side of modernization’ 외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외세 배격 무용담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글로벌 체제 편입 이후 중국이 갖는 심리적 두려움을 반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 무협영화는 민족 차원을 초월한 인류 차원의 보편적 가치를 표현하는 데에는 아직 미숙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렇게 최근 중국 무협영화에서 개인주의와 중화민족주의가 뒤섞여 나타나는 것은 현재의 중국 사회가 겪는 내면의 혼돈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신동아 201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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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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