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E&M 사옥.
그런데 ‘신동아’의 취재 결과, 이재현 회장 구속 후 CJ그룹은 계열사인 CJ E·M(대표이사 강석희)의 영화사업과 관련된 금전 문제에서도 구설에 올랐다. 많은 사람이 주지하다시피 CJ는 우리나라 영화계의 ‘큰손’ 내지 ‘슈퍼 갑(甲)’으로 통한다.
“무관한 회사에 48억 입·출금”
취재는 (주)투베어픽처스라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회사) 관계자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이 관계자가 제시한 (주)투베어픽처스 명의의 농협중앙회 보통예금 계좌에 2010년 4월 5일(월요일) I사에서 10억 원이 입금됐다. 같은 날 10억 원은 CJ엔터테인먼트(CJ E·M의 전신)로 송금됐다.
하루 뒤인 4월 6일 C사에서 6차례에 걸쳐 5500만 원이 이 계좌로 입금됐고 역시 같은 날 5500만 원이 CJ엔터테인먼트로 송금됐다.
그 하루 뒤인 4월 7일 M사에서 8차례에 걸쳐 7500만 원이 이 계좌로 입금됐고 같은 날 7500만 원이 CJ엔터테인먼트로 송금됐다.
그 이틀 뒤인 4월 9일 K사에서 12억5000만 원이, 또 다른 K사에서 7억5000만 원이, S사에서 5억 원이 이 계좌로 입금됐고 같은 날 25억 원이 CJ엔터테인먼트로 송금됐다.
2010년 4월 5, 6, 7, 9일 22차례의 입·출금을 통해 6개 회사에서 이 계좌로 도합 48억 원이 입금됐다가 이 계좌에서 CJ엔터테인먼트로 송금된 것이다.
투베어픽처스 관계자는 48억 원의 입·출금과 관련해 “투베어픽처스는 48억 원과 관련해 CJ E·M(CJ엔터테인먼트)과 제작 계약 및 업무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6개 회사는 투베어픽처스에 왜 48억 원이라는 거액을 입금했고, 투베어픽처스는 왜 이 돈을 CJ E·M에 송금한 것일까.
투베어픽처스 관계자는 “CJ E·M의 최모 당시 본부장이 ‘당신네 계좌를 통해 6개사와 CJ가 자금거래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해 그렇게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CJ E·M 측이 ‘영화 10편에 투자해주겠다’고 우리에게 말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자금거래 부분을 도와달라’는 CJ E·M 측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투베어픽처스 관계자가 시간대 순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우리 측 일부 사람들이 CJ E·M이 관여한 ‘사요나라 이츠카’ 영화의 제작에 도움을 줬다. CJ E·M이 영화 투자를 해주겠다고 해 우리가 3개 법인을 만들었다. CJ E·M이 ‘계좌를 만들라’라고 해 우리가 2010년 3월 16일 투베어픽처스 명의의 농협 계좌를 만들었고 이 계좌가 2010년 4월 초 48억 원 입·출금에 사용된 것이다.”
“위에서 가라고 하시니까…”
세무당국이 발행한 이 회사의 ‘부가가치세과세표준증명’을 확인해보니, 투베어 픽처스는 48억 원이 들어왔다 빠져나간 2010년 매출과 수입이 각각 0원이었다.
CJ E·M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CJ E·M은 영화사업에 참여할 때 영화제작사와 제작·투자계약을 체결한다. CJ E·M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2010년 CJ E·M과 투베어픽처스 사이엔 제작·투자계약 등 어떠한 계약도 체결돼 있지 않았다.
투베어픽처스의 해당 농협중앙회 계좌를 보면 통장 개설일이 3월 16일이었고, 6개사와 CJ E·M의 48억 원 입·출금 22건 외에 자금 거래 내역이 없었다.
관련 자료를 확인해보니 CJ E·M은 2011년 3월 영화 기획개발자금 1억5000만 원을 투베어픽처스에 투자했다.
투베어픽처스 관계자는 “투베어픽처스 명의의 농협 계좌는 오직 CJ E·M 측 48억 원 거래의 중개지로 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 측 일부 사람들이 개인 차원에서 ‘사요나라 이츠카’에 기여한 점은 있지만 투베어픽처스 법인은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의 제작사도 아니고 48억 원과도 무관하다”고 했다.
투베어픽처스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 4월 5, 6, 7, 9일 투베어픽처스 측 여직원 김모 씨가 농협중앙회 학동지점에서 48억 원 입금을 확인한 뒤 이 돈을 고스란히 CJ E·M에 송금하는 과정에 CJ E·M 직원이 입회해 송금을 주도했다고 한다. CJ E·M 직원 손모 씨에게 물어본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다음은 손 씨와의 대화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