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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보위’ 위해 피해 여성 두 번 짓밟았다

2008년 민주노총 간부의 전교조 여교사 성폭력 사건, 그 후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조직 보위’ 위해 피해 여성 두 번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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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성폭력 사건 더 있다”

‘조직 보위’ 위해 피해 여성 두 번 짓밟았다

2009년 2월 피해자 김 교사를 대리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사건보고서를 채택하며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등 3인의 ‘2차 가해자’에 대해 제명을 권고했다. 하지만 후임 정진후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전교조는 징계재심위원회를 열고 별다른 설명도 없이 징계 수위를 ‘경고’로 낮췄다. 또한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사건 관련 글들이 정 위원장의 지시로 모두 삭제됐다. 이후에도 전교조는 민주노총 성평등미래위원회에서 작성한 사건 평가보고서 채택을 무산시키는가 하면, 사건 전말을 담은 공식적인 백서 발간 제안도 외면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총선에서 정진후 위원장이 민주노총 대표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에 오르자 ‘사건 은폐·축소 책임’이 있다며 후보 사퇴 요구를 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저는 피해자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을 수 있으나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상처를 외면하고 아픔을 가중시켰다는 문제 제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통합진보당도 별문제 없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지금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이다.

이처럼 사건을 대하는 전교조의 행보를 보면 성폭력 피해자의 치유보다는 조직의 도덕성 훼손을 막는 데 더 방점을 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타인의 잘못에는 추상같이 엄정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잘못은 은폐하려는 이중성도 문제다.

2011년 전교조 등 진보진영은 한 고위공무원에 대해 “2005년 발생한 인화학교 성폭행사건(영화 ‘도가니’의 배경) 당시 해당 지역 교육감으로 있으면서 사후 대처가 미흡했다”며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가 사퇴하자 전교조는 “사의 표명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 피해자 및 광주시민, 전 국민 앞에 제대로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진보진영은 2010년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국회가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며 힐난했다.



하지만 성희롱과 비교도 안 되는 범죄인 성폭행 사건이 조직 내에서 발생하자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백서에 따르면 정진화 위원장이 김 교사에게 “조직(전교조) 내 성폭행 사건이 (여러 건) 있었는데 두 건을 해결했고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피해자 “죽지 않으니까 산다”

김 교사는 자살을 시도했을 만큼 커다란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멀쩡하던 이가 절로 빠지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그냥 산다, 죽지 않으니까 산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전교조를 탈퇴했다.

그가 원한 것은 단순했다. 조직과 조직의 지도부, 그리고 가해자들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진정 어린 반성을 하는 것. 하지만 그의 바람 중에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다. 성폭력 가해자인 김 씨는 대법원에까지 상고한 끝에 3년 실형을 살고 출소했다. 김 교사가 2차 가해자로 지목한 3명은 여전히 진보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교사를 지지하는 모임이 세상에 진실을 알리겠다며 이 책을 펴낸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진보진영의 반응은 침묵에 가깝다.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그런데 김 교사와 지지모임은 진보 매체로부터 외면 받으면서도 ‘신동아’의 취재 요청은 ‘보수언론’이라며 거절했다. 아이러니다.

신동아 201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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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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