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는 발전단가가 저렴한 순서대로 생산된다. 연료별 발전단가는 원자력→석탄→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LNG)→유류 순으로 비싸진다. 원전이 멈추면 비싸더라도 LNG 발전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 kWh당 200원 이상의 고가(高價)에서 전기의 시장가격이 결정되는 횟수가 2011년에는 65회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108회로 급증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원전 가동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전기 생산에 투입하지 않았을 LNG발전기가 자주 투입됐고, 그로 인해 전기의 시장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원전 중단 사태가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더 심화할 전망이다. 게다가 2003년 이후 국내 LNG 가격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더 비싸졌는데도 더 많이 돌리는’ 형편인 것이다.
수입단가 작년 16% 상승
한국전력은 전력거래소에서 낙찰된 가격대로 전기를 구입한다. 한국전력의 구입비용이 오르면 이는 각 가정에서 부담하는 전기요금 상승 요인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LNG 값이 도시가스 요금뿐만 아니라 전기요금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 따라서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LNG 비용’이 가계에 지우는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가 가스 값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구촌은 지금 ‘셰일가스 혁명’이 한창이다. 셰일가스란 지표 2~4km 아래 퇴적층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다. 지금까지는 이를 꺼낼 기술이 없었지만, 최근 기술 발전에 힘입어 북미 지역에서 본격 생산되기 시작됐다. 셰일가스는 원유와 달리 전 세계에 고루 분포해 있고 매장량도 방대해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셰일가스 개발이 한창인 미국의 천연가스 거래가격은 지난해 기준으로 MMBtu(25만kcal의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3달러에도 못 미쳤다. 이로 인해 미국을 타깃으로 삼아 러시아, 중동 등에서 채굴되던 천연가스가 갈 곳을 잃자 유럽이 그 혜택을 입어 천연가스 가격이 다소 하락해 12달러에 머물렀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지역으로 들어오는 천연가스는 여전히 16~17달러 수준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천연가스 수입단가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수입단가는 t당 756.3달러(약 85만 원)로 전년 대비 16% 올랐다. ‘가스 혁명’의 혜택이 유독 우리나라만 비켜가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