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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의 여기는 청와대

전통문화 알리고 받는 사람에게 미소를

대통령 선물에 담긴 ‘박심(朴心)’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전통문화 알리고 받는 사람에게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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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으로 나가는 선물을 직접 고른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 외국 귀빈에게 한국 고유 문화를 알리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3월 초 대통령 휘장과 서명을 새긴 가짜 시계를 만들어 판매한 50대 시계 판매업자가 검찰에 붙잡혀 기소됐다. 이 업자는 개당 2만~4만 원의 가격에 시계를 팔았다고 한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통령 시계’가 처음 만들어진 이래 4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통령의 시계는 인기다. 대통령과의 인연을 과시하며 매일 차고 다닐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는 손목시계만한 선물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저렴한 가격으로 생색을 낼 수 있는 시계를 계속 만든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물’ 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세심함이 묻어나도록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 더욱이 자신의 이름으로 나가는 선물은 박 대통령이 직접 고른다.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은 선물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원칙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받는 사람을 미소 짓게 하고, 준 사람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며, 우리 고유의 문화적 특징이 담긴 선물이 그것이다. 받는 사람과 관련된 스토리가 있는 선물을 특히 선호한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가기 전 현지 대사관들은 해당국 정상이 어떤 스타일의 선물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한다. 박 대통령의 방문 콘셉트와 강조점 등을 따져 외교부 의전장이 대통령에게 선물 리스트 후보군을 보고한다.

대통령은 해당 국가 정상뿐 아니라 실무진에게 전달할 선물까지 직접 챙긴다고 한다. 대통령이 주는 선물은 그 나라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과거 대통령들은 해외로 나갈 때 정상 이외에 실무진에게는 의례적으로 봉황 마크가 찍힌 시계나 USB 등을 선물로 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꼭 그들에게도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알리는 선물을 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스토리가 있는 선물

박 대통령은 해외 정상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면서 선물에 담긴 의미를 상세히 설명해준다. 지난해 5월 미국 방문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가족사진을 담기 적당한 크기의 은제 사진액자를 선물했고, 부인 미셸 여사에게는 붉은 복숭아꽃 문양을 넣은 반상기 세트와 유기 수저를 전달했다. 붉은 복숭아꽃 문양은 ‘나쁜 기운을 멀리하고 행운을 부른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미셸 여사가 김치를 만들 정도로 요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어로 된 한식 요리책도 준비했다.

지난해 6월 중국 방문 때 시진핑 국가주석에게는 춘천옥으로 된 찻잔 세트를 선물했다. 연꽃무늬를 모티프로 옥을 찻잔 형태로 조각해 만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리나라 춘천에서 나오는 옥으로 만든 것인데 옥은 예부터 여러 잡귀를 쫓아낸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에도 그런 비슷한 뜻이 있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에게는 나전장인인 이복동 씨가 옻칠을 하고 전면부에 자수기능인 김애옥 씨가 자수를 놓은 보석함을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이 함은 예부터 우리나라 궁에서 소중한 것을 담아 감사의 뜻을 표시하던 선물함이다. 귀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담아드리는 함”이라고 말했고 펑 여사는 “함이 참 예쁘다”고 즐거워했다.

리커창 총리에게는 실용적이면서 세련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서류함을 선물했다. 수국 문양으로 꾸며져 있고 옻을 섞어 만든 안료로 칠한 작품이었다.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에게는 쇠뿔을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문양이 있는 화각함을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여성인 응예 티 조안 부주석에게 맞춤 제작한 족두리를 선물했다. 응예 부주석은 박 대통령 취임식 때 베트남 정부 대표로 한국을 방문해 접견한 적이 있다. 이 족두리 4면에는 학이 수놓아져 있고 파란 라피스(청금석)가 장식돼 있다. 경제·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봉’은 한국 전통 매듭으로 묶여 있었다. 이에 화답해 응예 부주석은 레드와인 색으로 베트남의 국화(國花)인 연꽃 자수가 놓인 베트남 전통 의상 아오자이를 선물했다.

박 대통령이 해외 정상에게서 받은 선물 가운데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물한 마트료시카 인형이다. 지난해 11월 푸틴 대통령 방한 때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마트료시카 인형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최고의 인형을 선물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박 대통령은 그냥 지나가는 말로 여기고 있었는데 푸틴 대통령이 귀국한 후 12개의 인형이 켜켜이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 인형을 대통령에게 보내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올해 1월 3일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직접 그 인형을 갖고 나와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선물을 보내온 것을 보고 약속을 잘 지키는구나 생각했다”며 “러시아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이 인형을 보면 호기심과 호감을 가지며 러시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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