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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인터뷰

“세월호 희생자 기념관 만들어야”

美 뉴욕 9·11추모박물관 그린월드 관장

  • 뉴욕=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세월호 희생자 기념관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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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기념관 만들어야”

박물관 안에서 포즈를 취한 앨리스 그린월드 관장.

▼ 반면, 다른 어떤 사람들은 “9·11테러 현장에 박물관을 세우기엔 시기가 이르다. 9·11은 아직 진행 중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그 견해도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솔직하게 답변하고 싶어요. 맞아요. 9·11의 역사는 지금도 쓰여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일로부터 바른 해석을 내려줄 그런 박물관을 열 위치에 있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모르니까요. 9·11이 왜 일어났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아직 잘 몰라요.”

▼ 미국의 몇몇 언론은 “이 박물관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몇 년 전까지 이곳은 6만4736㎡의 면적에 지하 7층 깊이인 거대한 구멍이었습니다. 지금은 무너진 두 타워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두 개의 풀과 공원이 있습니다. 매우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꾸며졌어요. 그리고 박물관을 만들었습니다. 9·11을 느끼고 기억할 안전한 장소를 사람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정표라고 하는 것 같아요.”

▼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보나요? (웃음)



“그러길 바라죠. 물론. (웃음)”

▼ 구체적으로 볼만한 게 무엇인지….

“우리는 추모 전시실과 역사 전시실을 마련했어요. 전자와 관련해, 9·11 당시 살해당한 사람들은 군인이 아니었죠. 아침에 출근해 커피 한잔 하던 사람들, 평소처럼 일하던 사람들, 휴가차 가족과 함께 비행기를 탄 사람들, 비즈니스 목적으로 출장을 가던 사람들…. 이들은 나이가 2세부터 85세까지였고 90개국에서 왔어요. 이 박물관의 임무는 당시 희생된 평범한 사람들을 추모하고 영예를 기리는 것입니다. 사람은 어떤 계층에 있든 어떤 문화권에 있든 아무 죄 없이 학살된 희생자들을 기려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가지고 있어요. 남측 빌딩 터의 지하에 조성된 추모 전시실은 9·11테러와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의 희생자 2983명이 어떻게 죽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북측 빌딩 터의 지하에 조성된 역사 전시실은 그날의 공격 상황, 이후의 사건 전개를 조사해 보여줍니다.”

전시실엔 희생자 전원의 사진과 이름을 보여주는 ‘얼굴의 벽(Wall of Faces)’이 있다. 희생자 대부분은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선하게 보이는 이 사람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감정적 펀치를 관람객은 마음속으로 느끼게 된다.

화재로 일그러진 세계무역센터라고 적힌 간판, 불에 타고 망가진 경찰차·앰뷸런스, 너덜너덜해진 고가 사다리 소방차, 녹슨 빌딩 철골구조물, 생존자 수백 명이 빠져나올 때 사용한 계단, 잔해에서 발견된 희생자의 유품이 관람객을 당시의 처참한 현장으로 이끈다. 당시 테러 상황을 긴박하게 전하는 텔레비전 뉴스 보도, 당국의 교신 내용, 희생자와 가족 간 대화내용 등 580시간 분량의 영상 기록과 1995건의 음성 기록도 함께 전시돼 있다. 관람객은 이들 1만2500여 점의 전시물을 지켜보면서 마치 2001년 9월 11일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린월드 관장은 “이 박물관은 월요일 아침 이집트의 어떤 남자가 한 일이 월요일 오후 뉴욕에서 어떤 일을 발생시키는지를 일깨워준다”고 말한다. 이어 “모든 지점이 서로 연결되는 지구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평화적으로 잘살 수 있는 건설적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한다”고 덧붙인다.

이름들에서 빛이 나오고…

▼ 9·11의 렌즈로 보는 세계인가요?

“모든 박물관은 각자의 특별한 사건에 대해 말하죠. 또 그 사건이 발생한 시간과 장소에 대해서도요. 9·11은 매우 특별하고 구체적이죠. 동시에 인간 본성의 근원과 연결됩니다. 이 박물관으로부터 우리가 배우는 것은 악마에 맞설 능력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는 점이죠. 인류가 비정상적 능력을 가졌다는 점을 9·11은 증명해요. 공감하고, 책임을 느끼고,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헌신하고, 옳은 일을 하는 능력 말입니다. 사건의 한가운데에서 혹은 사건 직후에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내가 어떻게 도와야 하나요’라고 계속 말하며 복구에 헌신하는 모습을 이 박물관은 보여주죠. 함께할 때 세상은 더 좋아집니다. 이 박물관의 궁극적 메시지는 이러한 인간의 능력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 풀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봤는데요. 이 이름들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우리가 그 풀을 볼 때 그들은 거기에 없어요.”

▼ 일종의 부존재감(a sense of loss or absence)?

“바로 그거예요. 영원한 상실에 관한 것이죠. 공원 이름도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입니다. 누군가는 그 풀을 보며 부재의 부정적인 공간으로 느끼겠죠. 그러나 밤에 빛이 문자 그대로 그 이름들 속에서 나와요. 그 이름들을 기억하고 영예를 주는 것이죠. 우리는 역사를 나누고 죽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이 박물관 이전에 사람들은 희생자 하나하나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지만 이 박물관 이후엔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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