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새 서식지로 옮겨갈 때…고기 많은 곳에 그물 쳐라

1%대 초저금리 시대 투자 마인드

  • 김경록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grkim@miraeasset.com

    입력2014-12-16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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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상품·국내 투자에서 투자상품·글로벌 투자로
    • 소비재주, 배당주, 헬스케어주, 해외채권 등으로 분산
    • 아시아·고령화·모바일…‘장기적 흐름’에 주목하라
    새 서식지로 옮겨갈 때…고기 많은 곳에 그물 쳐라
    시나브로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든 요즘이다. 엔저에다 중국의 금리 인하 여파로 한국은행이 현재 2%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1%대 예금 금리가 고착될 전망이다. 저금리는 부채가 많은 사람에겐 희소식이지만, 은퇴 후 금융자산에 기대어 생활하려는 사람에게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금리상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 사적연금의 90% 이상이 금리상품에 들어 있을 뿐 아니라, 가계 금융자산에서도 은행 예·적금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금리 수준이 높을 때는 금리가 좀 하락해도 자산 운용에 큰 차질이 없다. 금리가 6%에서 4%로 떨어질 때를 보자. 원금이 2배가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금리가 6%일 때는 12년 정도인데, 금리가 2%포인트 하락해 4%가 되면 18년이 된다. 6년 더 길어질 따름인 것이다. 그런데 저금리에서 금리가 더 낮아져 초저금리가 되면 자산관리는 다른 차원으로 접어든다. 금리가 4%에서 2%로 내려앉으면 이제 원금이 2배가 되기까지 대략 36년이 걸린다. 금리 4% 때 18년과 비교하면 무려 18년이 더 걸리는 것이다. 금리가 1%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데 70년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멘붕’이다. 이런 상황이 오지 말란 보장이 없는 세밑이다.

    대만 증시가 시사하는 것

    뒤집어보면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자산 운용을 잘해 수익률을 조금만 더 올려도 그 효과는 매우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수익률 2%로 운용하면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36년이 걸리는 데 비해, 4% 수익을 내면 그 기간이 18년으로 무려 18년이나 단축된다. 누가 10년씩이나 운용하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은퇴 후 30년간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장수사회에서는 장기로 운용해야 하고, 장기 운용 수익이 높아야 한다.

    이처럼 초저금리·장수 시대에는 수익률을 조금만 더 올려도 효과가 크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 따라서 이제는 익숙한 것과 결별할 때다. 예금 중심의 ‘금리상품’ 서식지에서 ‘투자상품’ 서식지로 옮겨가야 한다. 다만 투자상품은 수익뿐 아니라 리스크도 증가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글로벌 투자를 해야 한다. 적어도 투자 자산의 절반은 해외 자산에 투자한다고 생각하자. 선진국은 연금 자산에서 해외에 투자하는 비중이 대개 15~45%인 것에 반해 현재 우리나라는 0.6%에 불과하다. 국내 편향(home bias) 투자가 극심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자산에만 거의 ‘몰빵’ 투자하는 셈이다. 해외 자산 비중을 늘리자는 게 이런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일본과 대만의 주식시장을 보면 1990년부터 25년 동안 주가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나 대만 역시 그렇다는 점이 의아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만에서 주식펀드는 인기가 별로 없고 해외채권펀드가 인기다. 일본과 대만의 경제구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제조업에 기반을 둔 수출경제이고, 인구 고령화를 우리보다 앞서가거나 비슷하게 겪는다. 향후 우리나라 주가도 이 경로를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뿐 아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 비중이 30%가량 된다. 주식시장이 몇몇 기업에 집중된 것이다. 한때 핀란드 주식시장에서 노키아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75%에 달했다. 이후 노키아 주가가 고점 대비 95% 떨어지자 핀란드 주가는 65% 하락했다.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2013년 당기순이익을 보면 상위 5대 그룹의 비중이 105%가량이고 나머지 25대 그룹이 -5%이다. 기업 이익의 집중률이 매우 높다는 뜻.

    투자 자산은 국내시장에만 머무르지 말고 글로벌로 분산해야 한다. 10% 수익이 나는 시장에서는 운용을 못해도 5% 수익을 얻지만, 5% 수익 나는 시장에서는 운용을 잘해도 5%밖에 얻지 못한다. 물고기가 많은 곳에 그물을 쳐야 한다.

    리바이스 대박의 교훈

    둘째, 투자 자산의 비중을 높이되 주식, 채권, 절대수익 등 여러 자산군으로 분산해야 한다. 한두 개 잘나가는 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지 말고 여러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주식이 수익을 얻는 자산이라면 채권은 방어용 자산이다. 금융위기나 디플레이션이 올 때 주식 자산의 가치는 하락하지만 채권의 자산가치는 올라간다. 주식 중에서도 가치주, 소비재주, 배당주, 절대수익 등으로 분산해서 투자한다. 부동산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가졌고, 절대수익은 주식의 특성을 지니되 시장 위험을 줄여서 꾸준한 수익을 주는 자산이라 하겠다.

    이들 투자상품에 적절히 분산해 투자함으로써 어떤 경제 환경이 오더라도 자산가치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락하지 않고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산군을 잘 배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이제 자산관리자에게 ‘어떤 펀드가 잘나가느냐’고 묻지 말고, ‘5~6개의 펀드로 5% 정도 꾸준하게 수익을 내려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야 할까’라고 물어보자.

    셋째, 투자자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세가 좋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 단기적인 변동은 있지만 10년, 20년 동안 성장할 수 있는 추세를 찾아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중산층이 급성장하는 것은 적어도 30년 동안 지속될 중요한 흐름이다. 중산층의 성장은 소비를 늘리기 마련이므로 소비재 관련 주식이 유망하다. 1849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금광이 발견됐을 때 정작 큰돈을 번 당사자는 청바지를 만든 리바이스와 숙박업이나 생필품을 팔던 곳이었다는 점을 명심하자.

    전 미국 연방준비은행 의장 그린스펀이 “세계가 은퇴한다”고 했듯, 고령화는 30년 이상 세계적으로 계속될 추세다. 고령화는 헬스케어 관련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모바일 역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지역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신흥시장 중 아시아 시장에 장기적인 성장이 있다. 미국은 100년 동안 꾸준하게 주가가 상승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20세기 들어 중요 혁신은 모두 미국에서 일어났다. 그러므로 미국도 장기적인 투자처로 좋다. 장기 투자자산은 ‘뭐가 수익률이 좋다더라’ 하는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흐름에 투자해야 한다.

    넷째, 꾸준하게 현금 흐름을 가져다주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현금 흐름을 주는 자산은 은퇴 후 일정한 금융소득을 받아 생활해야 할 때 적합하다. 현금 흐름이 있는 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낮고 장기적으로 투자수익률도 좋다. 빌려준 돈을 받을 때 이자와 원금을 만기에 한꺼번에 받는 것보다 원금을 분할해 이자와 함께 매번 받는 것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새 서식지로 옮겨갈 때…고기 많은 곳에 그물 쳐라
    국민연금 운용 참고할 만

    꾸준한 현금 흐름을 주는 대표적 자산이 배당주다. ‘장기투자 바이블(Stocks for the long run)’의 저자인 제레미 시겔 교수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의 순서대로 투자수익률 역시 높다고 한다. 꾸준한 배당과 배당금의 재투자가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데 기여한 것이다. 이 밖에 현금 흐름이 있는 자산으로는 해외채권, 부동산 펀드, 인프라 펀드 등과 같은 소득(income)형 자산을 꼽을 수 있다.

    기관들은 이미 배분을 통한 자산 운용을 한다. 국민연금은 자산 배분을 통해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여왔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1년 동안 국민연금 기금의 연평균 운용수익률은 6.4%로 동 기간 정기예금 평균금리 4.2%보다 2.1%포인트 높다. 2001년에 100이라는 원금을 정기예금에 넣어놨으면 2013년에 170이 되는데, 국민연금처럼 운용했더라면 210이 된다는 것이다.

    익숙한 것에 머무르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지금도 많은 이가 금리상품과 국내 투자라는 익숙한 서식지에 머무르려 한다. 그런데 이 서식지는 초저금리로 식량이 급속하게 줄고 있다. 서식지를 과감하게 옮겨야 할 때다. 금리상품 중심에서 투자상품 중심으로, 국내 투자에서 글로벌 투자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 추세에 투자해야 한다. 초저금리 시대에서도 수익은 취하고 리스크는 줄여 성공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이것이다.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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